|햇빛편지| 소등섬 _ 박부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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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편지

 

소등섬 小燈島

 

남은 햇빛을 모아
작은 등불을 든다
누구를 기다린다는 건
이렇게 꿈 하나 켜고
고요히 숨쉬는 일인데
시리도록 날개를 떠는 새는
노래를 접고서
어둑한 집을 쉬이 떠나려 한다
그러지 마라
저무는 것은 저물도록 내버려두고
너는 빛을 향하라
푸른 저음이 물밑에서 울리고
깊음으로 가는 길이 새로 열린다
그 길에 돌아오는 밤배의 얼굴
안개를 뚫고 선명해질 때
섬은 붉은 등불을 흔들어
새들을 다시 품에 안는다
외로워 마라
빛이 스적이는 갯마을은
눈물 글썽이며 평안하다

 

박부민 국장 nasaret2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