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정치적 관심과 취미 _ 전송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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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정치적 관심과 취미

 

<전송수 목사 | 해맑은교회>

 

정치적 관심은 취미, 취향과 같기에
완전한 진리처럼 주장하지는 말아야

 

어느 날 가족이 외식을 하였다. 음식이 조금 남았고 우리는 직원에게 포장하고 싶다고 요청하였다. 직원은 즉시 포장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왔다. 비닐이나 호일이 아닌 1회용 그릇으로 제법 쓸 만했다. 아내는 직원에게 비닐 팩을 줄 수 있느냐 또다시 물었다. 직원은 곧 바로 비닐 팩을 가져왔다. 이 장면을 보고 있던 아이가 ‘용기에 담으면 될 것을 또 비닐 팩에 담으려는 것이냐’며 물었다. 나는 웃으며 ‘어머니의 취미야!’라고 말했다. 그제야 아이는 무슨 뜻인지 알아차리고 ‘엄마~’라면서 웃었다.

나는 이런 아내를 ‘통순’이라고 놀리곤 한다. 아내는 통을 유난히 좋아한다. 음료수의 패트병이나 쥬스의 유리병 또는 과자의 포장용기 등이 재활용하기에 좋다 싶으면 그것을 잘 씻어 말려 보관을 한다. 이런 용기에 곡식을 담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과 음식을 나눌 일이 있으면 담아 준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뜻에도 불구하고 지나치다 싶다. 2017년 이사할 때 이삿짐을 위해 집안을 정리하다 모아 둔 빈 그릇을 상당량 버린 기억이 있다.

아내의 이런 행동을 내가 말리기라도 하면 아내의 대답은 간단했다. ‘내 취미인데 왜 그래요!’ 사람마다 취미가 있다. 나는 테니스를 취미로 가지고 있다. 테니스를 잘 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까운 사람들과 테니스를 하노라면 마음에 큰 기쁨을 느낀다. 테니스를 마치고 sns를 통해서 함께 운동했던 분들에게 이렇게 고마움을 표하기도 한다. ‘함께 운동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누가 나더러 ‘왜 그렇게 테니스를 좋아하냐?’고 물으면 달리 대답할 말이 없다. ‘그냥 좋다’고 말할 밖에. 테니스는 내 취미다. ‘취미’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전문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라 좋아서 즐겨하는 것’이라고 정의하였다. 그러니 취미를 가지고 ‘네가 잘 했네, 못했네’라고 하면 매우 난처한 일인 것이다. 취미는 그냥 그 사람이 즐거워하는 일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이 취미를 무슨 신앙의 잣대로 판단할 일이 아니다. 미풍양속에 심각한 피해를 주는 일이 아니라면 왈가왈부하거나 비난할 일은 아니다. 오히려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을 만나면 나와 같은 취미를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두 사람은 쉽게 친해지고 매우 진지한 대화가 오가곤 한다.

그러나 다른 취미를 가진 사람에게 이 대화는 매우 재미없고 심지어 견디기 어려울 때도 있다. 여성들이 제일 싫어하는 이야기 가운데 남성들의 군대이야기라고 한다. 남성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나누기 것이기에 흥미롭게 이야기 할 수 있지만 군대의 경험이 없는 보통의 여성들로서는 고역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정치 이야기 많이 하는 나라 사람이 있을까 싶다. 물론 정치에 무관심한 것은 큰 문제이다. 정치에 관심을 갖고 자신의 의견을 갖는 것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투표에는 반드시 참여해야 민주주의 본래의 의미가 빛을 낸다. 유권자들의 선택은 곧 여론이 되고 여론은 민의가 되어 한 나라의 운명을 결정하는 중대한 행위다. 투표를 할 때는 각 후보나 정당이 하려는 정책을 보고 투표하면 좋다.

근자에 여기저기서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어쩌다보면 이런 이야기에 끼게 된다. 원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매우 진지하게 이야기 할 때는 할 수 없이 잘 들어 주려고 노력을 한다. 가능하면 내 정치적 소신을 잘 말하려고 하지 않는다. 왜?

신자요 목사인 나로서는 진리는 오직 하나다. 예수님이시다. 나의 모든 가치 기준은 오직 예수님이시다. 어떤 일의 가치를 판단하고 실행하려는 기준은 예수님이시다. 그렇다고 내가 모든 일에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예수님 뜻에 맞게 산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참과 거짓의 기준은 누구에게나 예수님뿐이라는 말이다. 내가 어느 정당을 지지하고 어느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은 진리일 수 없다. 어느 정당을 지지하고 어느 후보를 지지하느냐의 기준은 뭘까? 그 당의 정책이나 후보의 정책일까? 내가 생각하기에는 많은 사람들에게 그렇지 않아 보인다.

그럼 뭘까? ‘취미’로 보인다. 자기가 지지하는 정당이나 정치인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 매우 열정적으로 지지의 말을 이어간다. 심지어 행복해하기까지 한다. 반대로 상대편의 정당이나 정치인에 대하여는 매우 거친 말을 하는 경우도 많다. 취미는 전문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라 문자 그대로 취향이요 좋아서 즐겨하는 것이다. 우리는 정치의 전문가들이 아니다.

같은 취미를 나눌 사람을 만나면 그 취미생활 이야기에 흥이 난다. 같은 취미를 갖지 못하면 그 이야기에 끼기 싫다. 그러면 어쩌랴! 진리가 아니니 그걸로 싸울 일은 아니다. 다만 취미와 취향이 다를 뿐이다. 그런데 가끔 이 취미를 완전한 진리처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안타깝다. 취미생활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