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있는 묵상] 연잎의 그림_이정우 목사
연잎의 그림
이정우 목사(은혜의숲교회)
칠흑의 밤 아예 붙박인 별과
들녘으로 가 한껏 느꺼워진 바람과
오란비에도 닫지 못하는 애먼 창문,
연잎은 알고 있었나 봅니다
지병처럼 다스려야 하는 나의 사랑을
당신을 아는 만큼 비워지는 세상,
그 가녀린 여백 안에 스며드는
지치지도 시들지도 않을 초록의 언어,
연잎은 벌써 그...
[풍경이 있는 묵상] 구름의 길_이정우 목사
구름의 길
이정우 목사(은혜의숲교회)
물기어린 세상 풀치고서 일어나
깎이고 메마른 골짜기 쓸어안고
어머니의 눈으로 그렁그렁 감싸는,
나도 구름처럼 길 가야지
바람에 밀려가는 숙명일랑
어느 골 깊은 신새벽에 이르러
천둥을 빌어 가뭇없이 비워내고,
나도 구름처럼 길 가야지
온갖 어둠을 사르는 당신의 아침,
잠시 햇무리로 당신께 ...
[풍경이 있는 묵상] 폭포_이정우 목사
폭포
이정우 목사(은혜의숲교회)
사춤 계곡을 쓰다듬다
절벽을 만나는 날,
당신의 목새 위 관제가 되어
그리움 짙은 포말로 변명하리라
앞서 간 선진처럼 나 여기서
욕망은 우금에게 부탁하여 바다로 보내고
사랑은 산허리 바람꽃에 잠시 목례를 하고
햇무리 타고, 나 하늘로 가리라
바다로 보내야 할 것과
하늘에 드려야 할 것이 갈라서...
[풍경이 있는 묵상] 산길_이정우 목사
산길
이정우 목사(은혜의숲교회)
너덜길 지나니 또 자드락길
거친 지돌이 몇 번 하다 보면
자기 꼬리를 문 뱀처럼
날숨과 들숨이 멱살을 잡는다
산길은
죽을 것 같아서 좋다
숨이 끊어질 것 같은 자리,
거기 은혜가 있기 때문이다
산에는 하늘만 있어서 좋다
기슭에 숨 겹기를 기다려
기어코 우러르게 만들고야 마는,
산길은...
[풍경이 있는 묵상] 초록에로의 초대
초록에로의 초대
연둣빛을 이기지 못한 그리움이
온갖 기슭을 오르내리는 오월,
연잎의 살결을 아는 바람에 끌려
당신의 초록 품을 찾았습니다
앙증맞은 새순, 새순들의 인사
풀잎 이슬 목 넘긴 새들의 노래
풍선같이 부푼 동심들의 볼웃음
당신의 온갖 영광이 환영합니다
문득 연잎 새로 내리는 세례수,
나는 잠시 기도로 몸을 씻고
누구도 초대받...
[풍경이 있는 묵상] 꽃별_이정우 목사
꽃별
이정우 목사 (은혜의숲교회)
당신 생각만 하면
연신 꽃잎이 떨어집니다
반가워서 한 잎
설레어서 한 잎
그립고 서러워서 한 잎
낙화야 모르는 바 아니지만
떨어진 잎이 다시 뜨는 이유는
미처 알지 못하였습니다
이렇듯 가슴 철렁 내려앉았다가
다시 별로 뜨는 까닭
밤이면 하늘 우러르게 하는...
[풍경이 있는 묵상] 산동 산수유_이정우 목사
산동 산수유
이정우 목사 (은혜의숲교회)
동토(凍土)를 쓰다듬던 햇살에
곡강(曲江) 돌담에 터 잡은 혜풍에
깨알같이 태어난 산수유 아기씨들
오구작작 온 동네 참 야단이다
충남 도둔리 개막은땅에 터 잡고
조랑조랑 달린 자식들 키워내다
거반 휘어버린 내 어머니의 허리에도
그여는 은혜가 다래다래 피었었다
백배의 열매를...
[포토에세이] 두 번 피는 꽃
두 번 피는 꽃
이정우 목사 (은혜의숲교회)
동뜬 영광으로 피었다가
소소리 모질게 부는 밤
남몰래 목을 꺾고
별처럼 떨어진 꽃
시들 수 없는 사랑이라
밤새 동박이도 피같이 울더니
반야(半夜)의 가슴팍에 떨어져
당신 같이 다시 핀 꽃
떨어져야 사는 생명
썩어야 피는 영광
붉은 수묵으로 번지며
느껍게 나를 물들이는...
[풍경이 있는 묵상] 해동(解凍)_이정우 목사
해동(解凍)
이정우 목사(은혜의숲교회)
살얼음 같았다, 지난밤은
깨질 듯 말 듯 하는 의문 사이를
깨금발로 넘어온 나는
등 시린 물오리 한 마리였다
곱고 푸르던 소망의 계절
아프게 떼어낸 다정의 초리마다
냉정에 정죄당한 언어들을 퍼덕이며
나의 기도는 얼마나 하늘을 날았던가
하루만큼 열린 하늘
햇살에 살얼음 풀어지는 소리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