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편지| 손 _ 박부민 편집국장

햇빛편지   손   그 겨울, 할머니의 손을 꼭 잡아 드렸네. 졸아든 북어포, 흐린 핏줄의 샛강을 따라 한 세기를 건너온 살갗의 흰 눈이 목숨을 버리고 있었네. 아득한 날부터 개펄과 황토와 신 김치와 가마솥과 장독들, 군불과 그을음과 땡볕과 비바람과 눈보라의 친구였고 내 눈곱, 눈물, 콧물, 뒤까지 닦아 주던 손. 팡이 슬어 탈색...

|햇빛편지| 빈 들 _ 박부민 편집국장

햇빛편지   빈 들   젖은 하늘에 안겨 세상을 받든 춥고 허기진 밑동들 남은 온기로 산그늘을 씻어 낸다 살얼음 낀 꿈에 금 그으며 돌연 착지하는 까마귀 떼 쓸쓸한 마을을 할퀴고 달아나지만 춘삼월까지 쉬 뽑히지 않는 질기고 싱싱한 영혼들을 품으며 끝내 깨어 있는 빈 들 성에꽃 가슴으로 눈보라 한 동이 벌컥벌컥 들...

|햇빛편지| 크리스마스 카드 _ 박부민 편집국장

햇빛편지   크리스마스 카드   눈이 쌀밥처럼 내리던 12월. 형과 함께 크리스마스카드를 만들곤 했다. 모아둔 동전들을 털어 내자 근처 전파사의 캐럴이 유난히 크게 들렸다. 가사도 잘 모르는 징글오도바이를 타고 실버벨을 목청껏 울려 대며 잿빛 거리를 짓달려 가면 형형색색의 장식품들이 가득한 문구점이 우리의 동전을 향해 입을 쩍 벌...

|햇빛편지| 청풍호 _ 박부민 편집국장

햇빛편지   청풍호   고요 속에는 아픔이 스며 있다 아픔은 호수를 좋아한다지 슬몃 돌아 나오는 잔물결이 가슴에 찰랑이는 사람은 첫눈과 함께 여기서 홀로 깊어진다지 산 그림자에 맑은 노래를 띄우는 그대 발 시린 새들을 기르며 젖은 고요를 품은 따스한 입김 한 자락 갈숲 떨리는 푸른 마을에 긴 숨소리 자욱하...

|햇빛편지| 눈을 들라 _ 박부민 편집국장

햇빛편지 눈을 들라   눈을 들라. 눈을 열어 바라보라. 하나님의 작품을. 아름다운 창조 세계를. 하나님 나라의 높은 가치를 향해 살라고 푸른 하늘을 주셨다. 세상이 탁해질수록 하늘은 더 선명하고 높아진다. 싸늘한 땅을 따뜻하게 바꿀 분은 오직 하나님뿐임을 알리시려 햇살을 주셨다. 자신과 세상을 씻어 맑게 하라고 바람을 주셨다. 제자리를 지...

|햇빛편지| 어느 날 _ 박부민 편집국장

햇빛편지   어느 날   숲, 길이 보인다 고요와 그늘과 햇빛   바람, 씻는다 손, 얼굴, 가슴, 영혼 순서로   호수, 발걸음 소리들 아픈 이들이 참 많나 보다   박부민 국장 nasaret21@hanmail.net

|햇빛편지| 산책 _ 박부민 편집국장

햇빛편지   산 책   단풍 숲에서 아내와 아들의 뒤를 따라가는데 구멍 뚫린 낙엽 한 장 말을 건넨다 상처 난 몸을 햇살 쪽으로 뒤척이고는 어렵사리 바스락, 하며 꽤 아프다고 한다 그래, 너도 한때의 초록을 그리며 나무의 긴 월동을 위해 이 낮은 지점에 도착했구나 너를 주워 책갈피에 넣으면 그 흔한 낭만이겠지만 ...

|햇빛편지| 별이 빛나는 밤 _ 박부민 편집국장

              <별이 빛나는 밤에> 빈센트 반 고흐   햇빛편지   별이 빛나는 밤   별은 날마다 날아와 지상에 꽂힌다   거센 가속도로 불붙은 갈기가 나부낄 때 사람들은 그것을 아름다운 별똥별이라지만 세상을 깨우러 오는 전령인 줄은 알지 못한다   그런 서늘한 눈...

|햇빛편지| 언덕 위의 자전거 _ 박부민 국장

<사진/언덕 위의 자전거 _ 고순철>   햇빛편지   언덕 위의 자전거   힘써 오르면 쉴 곳이 있네 초원, 황톳길, 돌길을 지나 변주 숨 가쁜 악보였지만 같은 무게로 달려 온 날들 눈물 무늬 족적이 여기까지 뚜렷하네 통증으로 굳은 살 박인 다리엔 한약처럼 번지는 마른 풀 냄새 속도에 긁힌 옆구리...

|햇빛편지| 800호 열차 _ 박부민 편집국장

햇빛편지   800호 열차   햇빛과 폭우가 교차하는 계절의 끝에 가을은 열린다. 그렇게 여름을 뚫고 나온 얼굴이 보인다. 기독교개혁신보 800호 열차이다. 바퀴가 매우 뜨겁다. 800개의 객차를 달고 오는 일이 쉽지는 않았을 터이다. 이 혼란한 다원주의 시대, 악인의 형통함을 보거나 역사적 큰 사건들을 겪을 때 두려움이 엄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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