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편지] 소설묵언 小雪默言_박부민 편집국장

소설묵언 小雪默言   오늘이 소설 보름 후엔 대설이니 눈발 내릴 때가 됐다네 벼 밑동처럼 말 수 줄이는 살얼음 풍경 속에서 분주했던 생계의 뒷길을 돌아보면 이룬 것 없는 빈 손에 부끄러운 마음뿐 흔들리는 믿음도 삶도 뉘우쳐 추스르며 제 앞의 등불을 켜고 은총의 뜨락에 말없이 젖은 눈송이로 엎드리는 날 &nbs...

[햇빛편지] 몽당연필_박부민 편집국장

몽당연필 몽땅하지만 연필인 것을 신이 쓰시면 걸작인 것을 길고 짧은 건 대보지 않기 겉은 버리고 속은 벼리고 흑이 백으로 밤이 낮으로 몽땅 변함이 필연인 것을   박부민 국장 nasaret212hanmail.net

[햇빛편지] 십일월_박부민 편집국장

십일월   산보다 먼저 영혼에 단풍이 드는 건 누군가의 감사 편지가 우편함을 물들이기 때문이다 십일월이 소나무보다 단단한 것은 홀가분한 차림에 11이라는 두 다리로만 함께 버티기 때문이다 하늘의 종소리를 듣고 귀향하는 행렬처럼 착지하는 새들의 깃털 거기 스미는 따스한 노을 밥 연기 덮으며 눈구름 밀려와도 마을이...

[햇빛편지] 가을을 보라_박부민 편집국장

가을을 보라   그대 순백의 물음표로 가을을 들여다보라 가을은 바람으로 구름으로 대답한다 영글어 가는 알곡들을 찬찬히 보라고 거기 버물려 엉긴 봄 여름 햇빛과 소낙비의 심장을 푸르른 하늘빛 알알이 출렁이는 피흘림을 보라고   박부민 국장 nasaret21@hanmail.net

[햇빛편지] 이슬_박부민 편집국장

이슬   거기 스민 것은 적요 수십년 혹은 더 오래된 새벽 갈증 난 가슴으로 얇아진 이파리 푸릇이 떨고 빛이 다가올수록 불어나는 눈물 눈물 거푸 버팅기는 표면장력도 시리게 출렁이는 하늘을 채 거부하지 못하네 다시 번지는 것은 햇살     박부민 국장 nasaret21@hanmail.net &nb...

[햇빛편지] 짐승_박부민 편집국장

짐승 지금껏 노루와 고라니, 사슴을 홀로 만난 일이 예닐곱 번이다. 어린 날 마을 뒷산에서의 첫 만남 이후 산기슭, 밭두렁, 자동차 길에 돌연 출몰했었고 지난여름 어느 숲길에서도 어린 사슴을 만났다. 잠시 머쓱하게 서로 쳐다본 짧은 시간들. 마음에 각인된 것은 그 한결같은 순한 눈빛들. 가까이 가려 했으나 놀라 황급히 뛰어가 버렸다. 아무래도 그들 눈에...

[햇빛편지] 헌 구두_박부민 편집국장

헌 구두    헛간처럼 쓰는 다용도실에 들어갔다가 여러 해 신다 버린 구두가 구석에 팽개쳐 있는 걸 보았다.  탈색, 변색되고 먼지와 곰팡이와 거미줄까지 적나라했다.  오래 내 발걸음을 위해 헌신했던 신발을 버리지 않고 거기 둔 이유가 선뜻 기억나지는 않았다.  아마 낡아빠져 흙 노동할 때나 허드레로 쓰려고 치워 두었는데 끝내 재사용 않...

[햇빛편지] 섬, 그리고_박부민 편집국장

섬, 그리고   섬 섬이 사랑하는 건 해 달 별 물 길 꿈 섬은 한 낱말을 좋아해 숨 쉼 그리고 돌 다 내 주고 깎여 끝내 푸른 몸 하나로 남는 둥글고 단단한 삶   박부민 국장 nasaret21@hanmail.net

[햇빛편지] 땅끝에서_박부민 편집국장

땅끝에서   바삐 살다가 문득 무기력한 날이 오지 눈물 슬쩍 고이는 날 그런 날엔 땅끝 바닷가에 앉아 전도서를 종일 묵상하고 싶다 한 절 한 절 차가운 물결로 받아 사무치게 헛되고 헛되다고 흐린 섬들에게 철썩이고 싶다 세월이 무늬진 갯돌 속에 오가는 숱한 배와 바람과 사람들 행성과 항성의 숨가쁜 궤적 아래 색 바랜 무지...

[햇빛편지] 도라지 꽃밭_박부민 편집국장

도라지 꽃밭 산 너머 해 뜨는 꽃밭 도라지 돌아왔네 보랏빛 하얀빛 섞여 놀다 문득 분홍꿈 짙어지네 바람 몇 모금 꽃잔에 부어 마시며 한참 저릿하게 푸르렀네 노을 너머 별들이 돌아와 불콰해진 여름 함께 웃네   박부민 국장 nasaret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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