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편지] 방촌 아재_박부민 편집국장

방촌 아재 방촌 아재는 86세 되신 집사님이다. 매사에 성실한 삶을 사시는 참 존경하는 어르신이다. 낙상을 당하신 후 그 후유증으로 작년부터 교회를 자주 못 나오신다. 종종 방문하면 대문밖이나 나무 밑에 앉아 단아한 자세로 어딘가를 주시하고 계신다. 으레 손을 꼭 잡아드리고 기도할 때마다 아재의 마른 손에는 갑자기 힘이 잔뜩 들어온다. 교회당...

[햇빛편지] 봄빛_박부민 편집국장

봄빛   눈길 한참 걸어와 꽁꽁 언 발가락 아랫목에서 천천히 녹여 보면 봄, 산등허리와 나무들 겨드랑이 몹시 가렵고 골짜기 냇물, 동구밖 흙길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물이랑 꼼지락 대는 연두색 햇살 들이마시는 토담의 숨결 송아지 퀭한 눈망울에 콘택트렌즈로 내려붙는 하늘은 봄빛, 참꽃 산수유 목련 틔우는 마을...

[햇빛편지] 2월_박부민 편집국장

2월 마른 숲에서 묵상하고 잔설로 채색된 고요한 풍경에 들었다 아직 봄이 아닌 나날들 한 번 더 눈이 올지도 모른다 아프지 않은 나무는 없다. 기다리는 것이 있어 기댈 것이 있어 견딘다 겨우내 바람을 껴안고 말을 나누며 누군가 나를 위해 기도했구나 흙 속의 성에꽃 푸석이며 질퍽해진 뜨락에 잰걸음으로 돌아와 나도 누군가를 위해...

[햇빛편지] 눈곱_박부민 편집국장

눈곱 아침 눈꺼풀이 무거워 놀랐다. 요란한 손가락질로 비벼 대니 늪 하나 삼킨 듯 더 침침하고 가려웠다. 눈을 감은 채 생각했다. 삶이란 맑고 투명하다가도 가끔 답답한 이끼가 덮이거나 해괴한 작은 돌 하나 굴러와 영혼까지 따갑게 한다는 걸. 일어나 세수하며 슬며시 떼어 내니 눈망울 가득 쏟아지는 하늘이 보인다. 꼭 흉한 것만은 아니구나. 눈 부릅떠 애쓰...

[햇빛편지] 화롯불_박부민 편집국장

화롯불 혼자 오래 끌어안으면 너무 뜨거워 밀쳐 내고 말지만 둘러앉아 함께 쬐면 모두가 따뜻해져 이야기꽃도 만발한단다   박부민 국장 nasaret21@hanmail.net

[햇빛편지] 보일러_박부민 편집국장

보일러 폭설이 내린 날 잠깐 보일러실을 들여다보았다. 가래 끓는 기침을 자주하며 한 번 들러 달라고 보채는 듯했다. 간혹 난방이 신통치 않을 때 외에는 보일러실을 살펴보는 일이 드물다. 따로 구석에 틀어박힌 보일러. 외지고 열악한 곳에서 눈에 잘 띄지 않는다. 특히 추운 겨울엔 더 그렇다. 그래도 그는 제 몫에 최선을 다하다 늙어가고 삭아간다. 그가 ...

[햇빛편지] 연필 깎기_박부민 편집국장

연필 깎기 가끔은 부러 연필을 쓴다. 예전엔 다들 목공예가처럼 문구용 칼을 잡고 엄지로 밀어대며 길이를 가늠해 정성껏 깎았다. 어떤 이에겐 서툴러 애태우는 작업이었지만 심지가 정돈될 때까지 목향 속에서 조심스레 연필을 깎는 일은 나름 즐거웠다. 언젠가부터 편리한 연필깎이 통이 나와 끼워 넣고 손잡이를 돌리면 원하는 대로 가늘고 맵시 있게 깎이기도 한...

[햇빛편지] 돌아보는 시간_박부민 편집국장

돌아보는 시간 점점 소멸해 가는 마을들과 공동체의 해체를 아픈 마음으로 견딘다. 포클레인으로 폐가를 철거하는 모습을 종종 본다. 그 뒤란을 돌아가 보면 버려져 있던 물건들이 드러난다. 사람이 살았던 온기가 가까스로 느껴지는 때이기도 하다. 개인사와 사회사 공히 뒤란의 현실이 있다. 숨어 있던 이야기들. 팽개쳐진 농기구들처럼 자세히 돌아보면...

[햇빛편지] 어디서 무얼 하니?_박부민 편집국장

어디서 무얼 하니? 하나님이 물으셨네 아담아 네가 어디 있니 엄마가 우셨네 울 아기 어디서 뭐하니 아빠가 소리쳤네 너 거기서 뭐하니 하나님이 말씀하셨네 어서 와 씻고 입고 밥 먹자 박부민 국장 nasaret21@hanmail.net

[햇빛편지] 추수 후_박부민 편집국장

  추수 후    추수 끝나면 숲은  불꽃놀이를 시작한다  마른 돌개울 건너 번져오는  단풍빛 화염 속으로  비를 갈망하는  검붉은 순교자들  뚝뚝 떨어져 내려  들판은 바람 무늬 천지  기도한 모두가 다  고운 열매를 맺은 건 아니지만  출렁이는 이랑의 물결을 타고  날아드는 감사의 노래 뜨겁다  산그늘 짙을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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