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네가 믿느냐?”- 부활주일을 앞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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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믿느냐?”
– 부활주일을 앞두고

예수님이 죽은 나사로를 살리신 진술의 한 복판에 우리가 흔히 요절로 여기는 내용이 들어있다(요 11:25-27). 예수님은 나사로의 죽음 앞에서 애통해하는 마르다에게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이것은 기독교 진리를 간명하게 보여주는 말씀이다. 기독교는 부활의 종교이며 영생의 종교이다. 기독교 신앙은 부활 신앙이며 영생 신앙이다. 기독교 신자는 부활을 믿기에 죽음의 다가옴을 두려워하지 않고 영생을 믿기에 인생의 지나감을 아쉬워하지 않는다.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다” 말씀에서 “부활”은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리라”는 말씀으로 이어지는데 죽은 나사로를 겨냥한 말씀이며, “생명”은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라”로 이어지는데 살아있는 마르다를 겨냥한 말씀이다. 나사로가 예수님을 믿었다면 부활할 것이며, 마르다가 예수님을 믿는다면 영생할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예수님이 두 번 반복적으로 언급하신 “나를 믿는 자”라는 표현이다. 죽음의 상태이든 삶의 상태이든(죽으나 사나) 신자에게 중요한 것은 믿음이다. 또한 부활과 관련되든 영생과 관련되든 신자에게 중요한 것은 신앙이다.

그러므로 예수님은 마르다에게 “이것을 네가 믿느냐”고 물으셨다. “이것”은 예수님을 믿는 자는 죽어도 살 것이며 살아서 믿는 자는 죽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것”은 예수님에 대한 믿음의 결과인 부활과 영생을 가리킨다. 따라서 “이것을 믿느냐”는 “예수님을 믿느냐”는 질문을 포함한다. 부활과 영생을 믿는 것은 예수님을 믿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수님의 뜻을 잘 파악한 마르다는 부활과 영생을 믿는다고 대답하지 않고 예수님을 믿는다고 대답하였다. “주는 그리스도시요 세상에 오시는 하나님의 아들이신 줄 내가 믿나이다.” 신자는 부활과 영생에 대한 믿음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이에 앞서 예수님에 대한 믿음을 가져야 한다. 예수님에 대한 믿음이 부활과 영생에 대한 믿음보다 우선이다.

무엇보다 마르다는 예수님께 그리스도이심을 고백하였다. 당시 유대인들은 그리스도(메시아)가 구약의 삼중직을 가리킨다는 사실을 상식처럼 알고 있었다. 구약에서 제사장, 선지자, 왕이 기름 부음 받은 자들이다. 마르다는 예수님을 그리스도(메시아)라고 고백을 함으로써 예수님은 죄를 사해주시는 제사장이시며, 생명의 말씀을 주시는 선지자이시며, 인생을 통치하시는 왕으로 고백한 것이다. 부활과 영생을 믿는 신자는 예수님께 그리스도 고백을 해야 한다. 예수님을 종교 창시자, 위대한 스승, 도덕 교사, 우러러 볼 성인, 혁명 지도자, 최고 경영자 등으로 여기는 것은 예수님에 대한 믿음을 제대로 고백하는 것이 아닐 뿐더러 부활과 영생의 신앙에도 거리가 멀다.

나아가서 마르다는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이심을 고백하였다. 하나님의 아들이심은 하나님과 동등하심의 다른 표현이다. 아버지 하나님이 그러하시듯이 아들 예수님도 그러하시다. 성자 예수님은 성부 하나님과 동일한 속성과 신분을 가지신다. 그러므로 아들이신 예수님만이 하나님 아버지를 완벽하게 보여주실 수 있다. 이 때문에 예수님을 보는 것은 하나님을 보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아들을 통해서만 아버지께로 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예수님은 사람이 하나님께로 나아가는 유일한 통로이시다. 성부 하나님은 성자 예수님을 통해서 오는 사람을 거절하지 않으신다. 마르다는 예수님을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고백을 함으로써 오직 예수님을 통해서만 하나님께 갈 수 있다고 고백한 것이다.

부활과 영생을 믿는 신자는 예수님께 하나님의 아들 고백을 해야 한다. 예수님을 믿어서 이 땅에 사는 동안 육체가 건강해지고 가정이 평안해지고 인생에 행복이 주어지는 것은 신자의 진정한 목적이 아니다. 예수님을 믿는 절대적인 목적은 하나님 아버지께로 가는 것이다.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님을 통해서 하나님 아버지께로 나아가는 것을 놓친다면 나머지 모든 것은 그 자체로 허사이다.

나사로의 죽음 앞에서 애통하는 마르다에게 예수님은 부활과 영생의 진리를 알려주셨다. 그리고 부활과 영생에 대한 믿음에 앞서 예수님에 대한 믿음을 가져야 할 것을 요구하셨다. 부활주일을 맞이하는 우리도 부활과 영생을 확신해야 한다. 그러나 이에 앞서 우리는 예수님이 그리스도와 하나님 아들이심을 굳게 믿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