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편지| 문안 問安 _ 박부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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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편지

문안 問安

 

12월은 문안의 계절(Season’s Greeting)이다. 살아온 삶을 서로 위로하며 격려하는 것. 은혜를 되새기고 평안을 빌며 축복하는 일이 문안이다. 바울은 서신서 곳곳에서 문안하라고 했다. 로마서 16장에는 수많은 이름과 그 권속들을 열거하며 일일이 문안하라고 한다. 더욱이 사도들은 ‘서로’ 그렇게 하라 권한다(고전16:20, 벧전5:14). 문안은 참으로 함께 지켜야 할 교회 공동체의 소중한 신앙적 도리임을 말해 준다.

이런 점에서 성탄절과 연말연시에 주고받는 카드는 아직도 이어지는 몇 안 되는 좋은 문안의 방법이다. 지난날엔 아랫목에 엎드려 크리스마스카드를 만들곤 했다. 왠지 서럽고 아픈 사연이 많았던 시절. 크리스마스카드는 사랑과 그리움을 채색하던 불빛이었다. 그것은 작은 소망을 담은 일종의 기도였고 따뜻한 세상을 바라는 몸짓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문안의 카드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온기를 나누었다.

하얀 눈꽃처럼 누군가에게 등불 하나 밝혀 주듯 받을 자의 기쁨을 상상하며 정성껏 카드와 함께 포장하던 선물의 포근함도 애써 보내 본 자만이 안다. 문고판 책 한 권, 필기구 하나였지만 축복을 불 지펴 담은 선물을 안고 우체국으로 향하던 발길은 아름다웠다.

오 헨리의 유명한 단편 ‘크리스마스 선물’이 생각난다. 가난한 부부가 서로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려고 아내는 멋진 머리카락을 팔아 시곗줄을 샀고 남편은 하나뿐인 시계를 팔아 머리빗을 산 얘기. 어리석을 만큼 계산 없이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팔아 기쁨을 주려 했던 부부의 사랑이 담긴 그 선물들이 이 땅에 구원의 선물로 오신 예수님의 탄생을 가장 잘 표현하는 진정한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는 주제이다.

우리가 받은 성탄의 기쁜 소식을 값으로는 환산 못한다. 나아가 지금껏 받은 숱한 카드들. 하나님으로부터 온 위로와 격려와 교훈의 말씀들과 은혜. 주변 이웃들과 형제자매들이 보내온 숱한 문안의 선물들. 내 삶과 영혼의 방안에 가득 넘치는 그 사랑과 축복들은 헤아릴 수 없다.

또 다시 성탄절과 새해를 맞이하면서 먼저 예수님께 정성껏 기도와 감사의 카드를 만들어 올리고 가족과 친지와 오랜 친구와 형제자매들에게, 이웃들에게 될수록 많이 문안의 카드를 보내고 싶다. 창밖의 눈발을 바라보며 모두에게 따뜻한 등불 하나씩 켜 주고픈 마음으로.

박부민 국장 nasaret2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