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편지| 통일 생각 _ 박부민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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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산 창천교회

햇빛편지

통일 생각

<박부민 국장 nasaret21@hanmail.net>

 

욕심은 끝이 없다. 전에는 남북 지도자가 자주 만나 대화라도 했으면 하고 생각했다. 이제 1년에 세 차례나 정상회담을 하니 더 많은 걸 바라게 된다. 기왕이면 겉치레가 아닌 진정한 결실을 맺는 회담이면 좋겠다. 그래서 남북이 평화 체제가 정립되고 서로 적의를 품지 않고 속 깊이 이해하고 배려하는 단계로 나아가면 얼마나 기쁘겠나. 그렇게 살다 평화롭게 통일이 되면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통일은 대박이라지만 한국교회엔 그런 셈법보다 더 절실하고 소중한 것이 있다. 황주 외하리교회, 은천 상무리교회, 길주 길주읍교회, 북청 어포리교회, 평양 능라리 교회…… 오래전 북한에 존재했던 교회들의 이름이다. 북한 교회 재건을 목표로 지역별로 교회 이름들을 모아 둔 책을 보니 기록된 것만 2850개이다.

어디 그뿐일까. 한 통계에 따르면 3040개였다는 북한 전역의 교회들. 고을마다 울리던 아름다운 종소리들. 주일엔 평양의 상점들이 문을 닫을 정도였다니 그걸 경험하지 못한 우리로서는 그저 생각만 해도 가슴 밑에서 뭔가 벅차오른다. 목포에서 이불 짐을 지고 평양의 사경회에 참석했다는 사료를 읽었을 때의 감격이 상상 속에서 새로워진다. 그래서 통일을 생각한다. 이 땅의 교회들의 재건과 연합을 생각한다. 간절히 기도한다.

쉽게 오진 않을 통일이다. 작은 야생화 한 송이, 돌담을 타고 넘는 호박 하나도 거저 피고 열리는 법이 없다. 모두들 폭염에 땀 흘렸고 비바람 맞아가며 나름대로의 고난의 여정을 지나왔다. 비전을 갖고 그 실현을 도모하려면 그에 상당한 대가를 치르는 일을 두려워 말아야 한다. 어떤 어려움도 이길 만한 열정과 즐거움과 부지런함으로 그것에 진력해야 한다. 평화와 통일도 그렇다. 오늘의 인내와 땀과 눈물, 열정과 구체적인 투자가 내일의 결실을 담보한다.

더더욱 교회는 하나님이 주신 꿈의 실현을 위해 온 마음과 힘을 다해 기도하며 의연히 그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절망의 막힌 담은 아니다. 작은 물꼬가 터지고 있다. 혜산 봉두리교회, 후창 소북동교회, 개천 무진탑교회, 삼수 삼덕교회…… 잊혀진 이름들을 불러 본다. 있어야 할 교회들이 다시 있기를 기도한다. 평화와 통일의 타종을 기다린다. 복음의 종소리가 삼수갑산에 메아리치는 그날을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