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미학_박부민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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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편지> 

기다림의 미학

<박부민 국장 nasaret21@hanmail.net > 

 

   새 대통령, 새 정권에 대한 온 국민의 기대가 크다. 하지만 지나친 기대와 조급한 채근은 금물이다. 한동안은 기다려 주고 협력하며 차분히 성원해 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 사회의 병리 현상 중의 하나가 기다림을 못 참는 것이다. 그렇게 지지해 주다가도 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으면 즉시 혹독한 비난과 비판으로 돌아선다. 번갯불에 콩 볶아 먹고 우물에 가 숭늉 찾는다는 것이 우리나라에선 가능한 일처럼 느껴진다. 단기간에 공약이 성취되지 않으면 참지 못하는 것이다.

   당대에 큰 업적을 남기려는 성과주의도 여기서 비롯된다. 중앙이든 지방이든 이런 조급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니 사회가 온통 불안정 속에서 늘 초조한 분위기가 된다. 이 얼마나 불행한 사회인가?

   빨간 신호등인데 그냥 짓달려 가는 차들이 종종 있다. 이걸 보면 기다림은 질서와도 관련이 깊다. 기다림의 미학을 모르니 법적 질서를 지키거나 정당한 순서를 기다릴 여유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소위 급행료 같은 뇌물로 제 순서를 앞당기는 불법, 비리, 부정이 발생하고 사회 계층 간의 위화감과 갈등이 확산되곤 한다.

   기다리지 못하는 습관은 자기 파괴적인 자해 행위이며 사회적 고비용을 치르게 한다.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노력이나 성과를 참지 못하고 쉽게 힐난하고 매장해 버리는 각박한 사회를 만든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인상비평적 함축어가 빨리빨리이다. 이것을 속도의 경제로 보면 우리나라가 이만큼이나마 발전하게 된 장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기다림의 습관이 산출해 내는 개인적 안정과 건강, 사회적인 질서와 상호 신뢰성은 경제적 셈법을 넘어선 막대한 유익과 가치를 우리에게 안겨 준다.

   성숙한 사회는 기다림을 안다. 단번에 성과를 내라고 닦달하지 않는다. 농부가 가을의 추수를 기다리며 과정에 최선을 다하듯이 우리도 그렇게 차근차근 일하며 참고 기다리는 습관을 기르면 좋겠다. 의미 깊은 기다림의 끝에는 모두가 풍성하고 좋은 열매를 얻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