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편지] 봄비- 박부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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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꽃 피는 속도 따라잡으려
 자전거로 벚꽃 터널을 달리는데
 급할 거 뭐 있나
 한사코 천천히 걸어가자는 봄비

 산천의 꽃을 깨워 해처럼 웃을 때까지
 느릿느릿 둑길을 적시다
 가슴 밑바닥 한참 두들기더니
 벚꽃잎 두 장 짓무른 눈에 붙여 주네

 파스텔 물안개 마을
 비와 자전거가 멈추네

 젖은 바퀴 말리며 따순 차 한 잔 마실 때
 서두를 거 없다던 봄비는 되레 후다닥
 강물에 등불들 띄워 놓고 산허리 돌아가고 없네
 흥건한 꽃향기에 취해 고맙단 말도 다 못했는데

 

     박부민 국장 nasaret2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