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편지| 그 여름 _ 박부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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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편지

 

그 여름

 

비바람 몰려와 유난히 긴 아픔이었다
릴케는 ‘지난 여름이 위대했다’고 했다
허나 그 여름은 참으로 위태했다
우리는 고립의 섬에 박혀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전염병의 파도에 몹시 떨긴 했지만
변변찮은 사랑이나마 쓸려가지 못하게
애써 붙들며 불을 지폈고
스러지는 고목의 매미처럼
폰과 SNS에 달라붙어
숨 가쁘게 생존의 노래를 불렀다
위대한 시간이여 벗들이여
눈 시린 하늘과 꽃구름 사이로
어렵사리 계절은 새로 열리고
우리는 그 여름이라 칭하는
아픔의 한복판을 굳세게 건너
평강이 범람하는 마을로
함께 꿈틀대며 절절히 합류하였다

박부민 국장 nasaret2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