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개정안의 수의 과정’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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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개정안의 수의 과정’을 보면서

윤성목 목사 <광주서부교회>

한 교단의 헌법은 그 교단의 신앙고백과 그 교단이 표방하는 교회정치를 규정
하는 것으로서 교단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거울과 같은 역할을 한다. 특히 우
리 교단의 헌법은 1970년대 말의 얼룩진 한국교회의 부패와 교권주의의 횡포
에 대항하여 교회의 순수성을 보존하고 나아가 사도적 신앙과 개혁교회의 전
통을 계승하려 한 헌법이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한국교회 내에서 
개혁주의 신앙을 고수하는 다른 많은 교단들이 1900년 초에 개정된 미국 장로
교회의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를 표준신조로 채택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유
독 우리교단이 1647년에 제정된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원안을 고수하고 있
는 점은 시류에 편승하지 않는 개혁교회의 근본 신앙을 유지하고자 하는 선배
들의 입법정신이 높이 반영된 것이라 생각한다. 

교회정치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 교단의 현행 헌법은 당시 만행하였던 사제주
의적 교권주의의 횡포에서 구별된 
건전한 개혁교단으로서의 위상을 확립하기 
위하여 여러가지 안전장치를 두고서 이에 대응하려 하였다. 특히 교회의 직원
을 다루는 제4장에서 항존직원과 관련하여 ‘평범한’이라는 수식어를 첨부함
으로써 이러한 교권주의적 시대적 상황에 대한 민감한 고려로서 확실한 이중
적 안전장치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헌법 조문 아래에 명시된 ‘평범
은 비범한 사도직과 구분되는 표현’이라는 주석은 이러한 입법취지를 보다 
분명히 하고 있다. 평범한 항존직원인 목사의 비범성이 강화되고 사제주의적 
교권주의의 만행이 더욱더 보편화되어 가는 한국교회의 추세를 고려한다면 이
러한 이중적 안전 장치는 사도적 신앙과 개혁교회의 정체성을 보다 견고히 하
는 중요한 방어기제가 되는 것이다. 현행 헌법이 이러한 개혁교회의 정신을 
전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헌법의 가치는 매우 탁월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 총회의 헌법 개정 혹 수정안의 노회 수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이
러한 개혁정신이 실종한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특히 총회가 제안한 헌
법 개정 혹 수정안의 이번 노회 수의과정을 보면서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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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노회원들은 헌법 개정 혹 수정안에 대한 사전 이해 없이 참석하였으
며 노회를 참석해서야 처음으로 개정 혹 수정안을 대면하였을 뿐만 아니라 산
적한 회무와 짧은 노회 일정으로 인하여 별다른 검토나 문제제기 없이 개정 
혹 수정안을 통과시킬 수밖에 없었다. 헌법 개정 혹 수정이 교단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새롭게 규정하는 중대한 사안임을 생각한다면 헌법 개정 혹 수정안
에 대한 수의에 대한 이번 노회의 태도는 심각한 직무유기라는 비판을 모면
할 수 없는 것이다.

교단 헌법의 개정 혹 수정이 교단의 위상과 교단이 앞으로의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일임을 기억한다면 적어도 총회는 노회 수의과정과 관련하
여 노회가 이를 심사숙고해 줄 것을 권고했어야만 했다. 개정 혹 수정안 전체
에 대한 찬반(贊反)식 일괄처리를 넘어 각 조항을 축조하여 면밀히 분석함과 
동시에 이의를 제기할 조항에 대한 적극적인 헌의를 요청하는 것 또한 필요했
던 것이다. 왜냐하면 개정 혹 수정안 전체를 일괄 처리하는 방식으로서는 개
정 혹 수정안에 대한 각 노회의 의사를 파악하기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한 
노회 임원들 
역시 노회 개최일 이전에 헌법 개정 혹 수정안을 각 노회원들에
게 전달함으로써 신중하게 수의절차를 밟도록 함이 필요했었다. 
그래도 몇몇 노회에서는 나름대로 진지한 논의와 밤을 지새우며 격렬한 토론
을 벌이는 등 헌법 개정 혹 수정안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표명했다는 후문이 
있어 다소나마 희망을 갖게 한다. 우리 교단 노회가 진정한 의미에서의 장로
교 정치를 구현하는 참된 기관으로 거듭나기를 간절히 염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