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규칼럼> 문명과 문화에 있어서 인간의 근본적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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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과 문화에 있어서 인간의 근본적 오류

김영규 목사/ 개혁주의 성경연구소

종교개혁이후 인간의 부패와 타락을 말할 때, 지식이나 감성의 부패만을 의미
하지 않고 인간의지 자체의 타락과 부패에 더 강조점이 주어진다. 그런 맥락
에서 언어의 의미를 찾을 때 판명한 표상들을 추구하거나 더 자세히 관찰하
기 위해서 미시세계로 환원하려고 하는 의식이나 행동 자체는 판명성의 오류
로서, 동일과 분할의 산출모체인 자유로운 지향 행위 자체라는 오류와 함께 
인간의 근원적 오류라고 강조되어 왔다. 
물론 의식의 지향점(의지)이란 거시세계(지향초점 발생 전 500 나노초 동안
의 뇌좌도)의 형식이나 특징이지만, 그런 자유선택의 개념이 모든 평범한 자
들에게도 이해되고 그런 이해에 기반을 두고 발견된 자유의지는 역사적 저항
과 비판과정을 지나 자유평등의 개념으로 현대사회나 법의 기초가 되었다. 그
러나 그런 자유로운 지향성에 대한 지나친 강조가 결국 인간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역사후
기에 조금씩 깨달아 가고 있다.

인류의 자유, 평등 개념 부패한 자유의지에 근거하고 있어

역사적으로 지향점 자체는 어거스틴 이래 특별히 강하게 관심을 받지 못했
다. 칸트의 경우, 모든 개념에는 개념에 의미를 부여하는 도식(schema)이 있
고 그 도식은 밖의 대상으로부터 촉발되어 안에서 생산된다. 하지만 그런 도
식이 없는 개념도 있으며 이 경우에는 도식이 없기 때문에 언제나 유사물이 
존재한다고 하였다. 
모든 가상은 그런 유사물이 도식처럼 행사하는데 있다고 하는 비판이 칸트가 
말하는 순수이성비판의 핵심이다. 즉 칸트는 판명성의 오류를 희미하게 깨닫
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까지 자연과학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영국의 경험론
의 경우, 직접지각은 판명하지만 점점 희미해진 것이 관념이 된다고 하여 관
념을 포기하고 판명한 직접지각을 강조해왔다. 그런데 칸트의 판명성 오류에 
대한 희미한 비판으로 인간의식의 백지사상에 기초한 경험론의 기초적 성향
을 비판하는데 충분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칸트의 경우 자유의지만은 사실로 받아들이고 선험적 오류로부터 제
외시켜 보려고 했을 뿐 의식의 지향점에 대해
서 크게 관심을 갖지 못했다. 또
한 칸트의 후광인 독일 관념론은 더욱 더 의식의 지향점과 자아를 혼돈하거
나 오늘날 해체철학처럼 역사적 상대주의로 빠져 들어가고 말았다. 

근본적인 오류를 지적하지 못한 제철학들

후에 에드문트 훗설에 와서 다시 데카르트의 길을 따라 의식의 지향행위와 자
아의 혼돈을 극복하고자 했으나, 그의 후예들의 경우, 의식의 지향행위와 자
아가 분리될 수 없음에 더욱 초점을 맞추게 되었고 자기 스승의 길과 반대의 
길을 걸었다. 그 대신 지향점은 모든 것에 선행된 행위 자체로서 항상 선택적
이기 때문에 독일 관념론의 후광으로 그 지향점에 의해서 지각과 그 지각 이
외에 의식활동의 구성에 주로 관심을 가졌고 결국 실존은 본질에 선행한다는 
이념으로 의식의 지향점 이전에 대해서 관심을 가졌다. 
그렇지만 이러한 작업도 언어혼돈의 문제에 부딪쳐 실패하고 말았다. 비트겐
쉬타인의 비판에 따라 언어사용을 포기했을 때 그런 작업이 너무 허무했던 것
이다. 후기 실존주의자들이나 인식론 차원의 지향성이란 개념을 약간 더 통속
화하였던 사회철학자들, 데리다와 같은 해체철학자들, 그리고 인간 
자체보다 
인공지성의 진화에 초점을 맞추어 인간을 이해하는 D.C. Dennett와 같은 오늘
날 다양한 현대철학자들의 경향들은 이런 허무한 실패의 잔유물 속에 몸부림
치고 있다. 물론 언어사용 이전을 다루는 구조주의나 삐아제의 아동심리학의 
경우, 과학적 엄밀성의 길에 있어서 어느 정도 혼돈된 요소들을 제거하는데 
기여하였다. 

긍정적인 역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혼돈 속에 빠져 있는 현대 철학

예를 들어 암묵지식의 구조(the structure of tacit knowing)를 분석하는데 
관심을 기울였던 Michael Polanyi의 경우, “수학적 이론은 선행하는 암묵지식
에 의존하여서만 구성될 수 있고 암묵지식의 행위 안에서만 한 이론으로서 기
능할 수 있다”, “지식의 모든 인격적 요소들을 근절하는 이념은 결과적으로 
모든 지식의 파괴에 그 목적에 있을는지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지향점 자체가 오류라고 생각하거나 칸트의 도
식과 같이 윤곽적이고 지각의 대상과 전혀 다른 판명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문
명과 문화에 있어서 인간의 근본적 오류임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