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편지| 눈꽃 속의 눈빛_박부민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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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편지

눈꽃 속의 눈빛

<박부민 국장 nasaret21@hanmail.net > 

 

   근래에 보기 드문 폭설로 온통 은빛 세상이다. 아직도 얼음 같은 절망 속에 있는 북녘의 영혼들이 있다. 추위에 아픔을 당한 이웃들도 많다. 그래서 마음이 개운치는 않지만 눈꽃이 만발한 산야를 보면 늘 떠오르는 영화가 닥터지바고이다.

   원작자 파스테르나크의 사상이나 감독의 의도야 어떻든 이 영화에서 마음 깊이 담아둔 것은 닥터 지바고의 눈빛이다.

   첫째는 혁명 후의 광적인 상황에 못 이겨 쫓겨가는 지옥 열차 안에서 내다본 얼어붙은 러시아의 들판, 그 저물어가는 땅에서 지친 절규를 내지르는 사람들을 바라보던 지바고의 눈빛을 잊을 수 없다.

   둘째는 먼 시골 바리키노의 얼음집에서 극한의 고통을 겪던 나날, 성에 낀 창문 밖 늑대 울음으로 찾아온 어둠 속에서 얼부푼 손으로 애써 펜을 들던 그 눈빛이다. 그렇게 그는 피를 토하듯 시를 쓴다.

   애잔한 발랄라이카 연주로 주제 음악인 ‘라라의 테마’가 흐르고 ‘언젠가, 새봄이 피어나면 좋은 날이 오리라’는 소망을 그는 자작나무 같은 심장에 새긴다. 그 숨막히는 눈꽃과 얼음과 추위와 어둠은 지바고의 순수한 영혼을 더욱 뜨겁게 가다듬는 용광로의 불꽃이었다.

   역사와 인생의 혹독한 겨울을 지나며 자유와 가장 인간다운 삶을 희구했던 지바고의 간절한 소망은 단지 자신만의 행복이 아니라 그가 사랑했던 사람들의 봄, 동토 러시아의 진정한 봄이었으리라.

   어둡고 차디찬 시대와 시대의 아픔을 관통하는 참된 인간다움은 역사의 주관자이신 하나님을 사랑하고 그가 맡기신 사랑하는 이들의 봄을 위해 절절한 눈물 머금은 그 눈빛을 늘 간직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