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반장’ 같은 목사_이익재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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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반장’ 같은 목사

이익재 목사_신우교회

홍반장’이란 영화가 있다. 주인공은 시골 작은 동네 반장이다. 도시의 치과
의사 처녀가 시골에 가서 개업을 하려고 동네 부동산에 갔더니 홍반장을 찾
으란다. 그 때부터 어느 곳에 가던지 홍반장을 만난다. 

약방의 감초 같은 인물

동네 반장이면서 하루 일당 5만원, 반나절에 2만5천원으로 안 하는 것이 없
다. 부동산 소개, 인테리어, 가게 점원, 짜장면 배달, 동네 청소, 싸움 중
재 등 못하는 것이 없다. 그러나 썩 잘난 사람도 아니다. 인상 좋은 김주혁
이란 배우가 잘 연기했다.

1. 교회를 개척한다고 노회에 구비 서류를 만들어 제출하러 가는 중에 전화
가 왔다. 금방 심각한 상황이 느껴지는 친구의 음성에 차를 돌려 친구 집으
로 갔더니 만취가 되어서 칼을 옆에 두고 모두 죽이고 자신도 죽겠다고 한
다. 오랜 사업 부진과 술로 가정이 많이 지친 상태였다. 
이혼을 결심하고 피신한 아내를 어렵게 만나서 설득하여 일 년간의 유예기

을 두고 개선의 여지가 없을 때에는 모든 재산과 자녀 양육권을 부인에게 넘
기기로 하고 변호사 사무실에 부부와 함께 가서 필자가 증인이 되어 공증을 
하였다. 그리고 교회를 개척한 이후 간간이 성당에 다니던 이 부부를 교회
에 출석시켰다. 물론 일 년의 유예기간은 지난 지 오래고 지금은 부부가 교
회에 잘 출석하고 있다. 순간순간 어려움이 많았지만 늘 일이 있을 때마다 
함께 상의하여 그 고비를 넘기곤 했다.

2. 어느 날 한 여집사님의 다급한 전화가 왔다. “목사님, 몇 일 안에 당장 
집을 비워 달래요.” 월세를 많이 못 내자 주인이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이
다. 남은 보증금 오백만원으로는 갈 데가 없단다. 그래서 급히 동네 부동산
에 가서 그 식구가 들어갈 만한 집을 먼저 본 후 부동산 사장님에게 보증금
이 부족하니 주인을 설득해달라고 사정을 했다. 
주인이 최소한 천만원은 있어야 한다고 하자 필자가 처음 보는 부동산 사장
님에게 오백만원만 꾸어달라고 사정을 했다. 교회 사정도 넉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처음에는 어이없어 하던 부동산 사장님을 설득하고 필자가 
차용증을 쓰고 나서야 집사님은 무사히 
이사를 할 수 있었다. 

3.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하는 우울증이 심한 한 여성도가 있었다. 일본인 
남편과 사이에 두 아들도 있었고 경제적으로도 부족할 것이 없었다. 2년 동
안 교회를 출석하면서 우울증은 많이 극복하는 듯 했으나 이미 벌어진 부부
간의 문제는 극복하지 못했다. 결국 이혼을 결정하게 되었지만 다행히 재판
까지 가지 않고 합의 이혼을 하게 되었다. 
문제는 일본인 남편에게 두 자녀의 양육권이 있는 관계로 자녀 양육에 관한 
해결책이 없자 교회 근처로 일본인 남편과 두 아들이 아예 집을 이사해 필자
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되었다. 졸지에 초등학생 두 아이의 보호자가 되어서 
학교 전학, 학원 등록, 생활 지도 등 모든 것을 맡게 되었다. “목사님, 컴
퓨터 게임이 잘 안 되어요.” 요즈음 이런 전화를 자주 받는다.

4. 예전에 새벽에 한 집사님이 “목사님, 지금 남편이 위독해요”라고 한
다. 그래서 “빨리 119에 전화하셔야지요” 했더니 “그렇군요” 하고 끊었
다. 성도들은 다급한 일이 생기면 119가 아니라 먼저 목사에게 전화를 한
다. 그러면 목사는 어떤 형태든지 해결해주어야 한다. 

사사건건 목
사찾는 성도들

시골 작은 동네에서 반장이 할 일이 많은 것 같이 개척한 지 얼마 안 된 작
은 교회에는 능력은 부족해도 ‘홍반장’ 같은 목사가 필요한 것 같다. 
easylee@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