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빛_박부민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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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편지 

가을빛

<박부민 국장 nasaret21@hanmail.net > 

 

   황금빛으로 물든 들판에 햇빛을 받고 서서 산과 골짜기와 사람 사는 마을을 오랫동안 바라본다깊은 가을의 색감이 감사와 찬양으로 마음을 잔잔케 한다.

하나님은 쪽빛 하늘을 배경으로 힘 있게 솟은 산과 여러 풍경 속에 우리를 더 깊은 성숙으로 이끄는 묵상 자료들을 펼쳐놓으셨다.

   산마을의 품에 그윽이 안겨드는 가을빛은 밝고 부드럽고 따뜻하다반짝이는 은행잎찰랑이는 냇물너볏하게 숱한 세월을 건너온 마을 어귀의 느티나무황토밭돌담과 산록에 스며드는 빛은 고흐도 고갱도 모네도 어느 인상파 화가도 모사할 수 없는 영혼의 본색이다.

   이 빛은 가난한 집의 낮은 굴뚝에도 널따란 종가집의 마루 밑에도 스며 있고 폐교의 작은 운동장에서도 조용히 숨을 쉰다지팡이를 짚고 조심스레 마실을 도는 노인의 굽은 등에도 종일 들판을 드나드는 새들의 바쁜 날개에도 발갛게 묻어 있다.

   나무들과 풀들과 돌들과 햇빛이 어우러져 곱고 아늑한 산마을의 아름다움을 만든다인간도 저 그림 속에서 서로 어우러져 창조주 하나님의 은혜와 섭리를 겸허히 받들며 살 때 참 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이토록 가을빛은 그리스도의 은혜처럼 산마을의 어디에나 누구에게나 속속들이 스며들어 모두가 깊은 평안을 누리게 한다.

   고요하고 짙은 천국의 빛얼굴을 씻고 젖은 눈으로 본다온 산의 단풍잎이 일제히 등불을 켜고 일어서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