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편지] 무리_ 박부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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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오병이어 현장 – 영화 <더 바이블> 중에서

 

무리

 

그 산에서 오병이어로 배불렀을 때 우리 무리는 번들거리는 얼굴로 히죽이며 할렐루야를 외쳤지. 나사렛 목수의 아들 예수가 곧 왕이 되어 큰일을 낼 거라 기대했지. 그는 무리를 돌아보며 말했지. 너희가 나를 따름은 먹고 배부른 까닭이다.

유월절이 다가와 우리는 예루살렘으로 몰려들었지. 호산나를 외치며 그의 입성을 축복했지. 곧장 다윗 왕국 같은 세상이 올 거라 믿었지. 그러나 그는 별 말 없이 제자들 발을 씻고 만찬을 한 것뿐. 아무런 큰일도 안 일어났지.

실망한 우리는 배고프고 목말랐지. 그는 제자에게 배신당하고 공회에 잡혀갔지. 더 이상 그를 따르다간 큰일 날 듯했지. 속았다 싶어 분이 치민 우린 빌라도 뜰에서 크게 외쳤지. 그를 십자가에 못 박게 하시오. 십자가에 못 박게 하시오.

함성은 괴성으로 메아리쳤지. 십자가! 십자가! 공회원들은 히죽이며 웃었지. 우리는 광기로 씩씩대며 십자가를 진 그를 따라 골고다 길을 올라갔지. 슬피 우는 여인들에게 그는 말했지. 나를 위해 울지 말고 너희와 너희 자녀를 위해 울라.

그는 끝내 십자가에 달렸고 우린 온갖 조롱과 저주를 퍼부었지. 뙤약볕에 물과 피를 다 흘리고 그는 죽었지. 그는 하늘을 향해 외쳤지.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습니까! 그리고 땅을 향해 마지막 말을 했지. 다 이루었다!

흑암과 지진이 있어 우린 어떤 공포에 휩싸였지. 집에 돌아와 보리떡을 입에 우겨 넣고 벌컥벌컥 물을 들이켰지. 그래도 허기와 갈증은 가시지 않았지. 두려움에 심장이 물고기처럼 뛰었지. 삼일 만에 그가 부활했다는 소문이 돌았으나 애써 외면하며 그 일을 잊으려 했지.

오순절 날 우린 예루살렘에 다시 모였지. 베드로의 설교를 듣고서야 우리가 십자가에 죽인 그가 그리스도요 하나님의 아들이며 부활했음을 믿었지. 하나님이 다 이루신 큰일이었지. 그는 주리지 않는 영생의 떡, 마르지 않는 생수였지. 우린 핍박 속에 흩어졌지.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우린 그의 부활의 증인, 거룩한 무리가 되었지.

 

박부민 국장 nasaret2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