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명시| 봄 _ 이성부
한국의 명시
봄
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
|신춘 에세이| 차별 없는 세상 _ 이종섭 시인
신춘 에세이
차별 없는 세상
<이종섭 시인 _ 찬미교회 목사, 문학평론가>
나는 아파트보다 단독주택을 좋아한다. 그러나 마당이나 정원, 또는 텃밭이 딸린 집이 아니면 마음에 들지 않으니, 정확하게 말해서 단독주택보다 마당과 텃밭을 더 좋아한다고 해야 맞다. 누구는 아파트에 살면서 주말농장을 분양 받아 텃밭을 가꾸...
|1월의 시| 종 울던 교회로 _ 오동춘 장로
1월의 시
종 울던 교회로
<오동춘 장로 _ 화성교회 원로, 시인>
주일 날 뗑 뗑 교회 종 울려오면
모인 성도들 기도 절절 마음 참 착했다
안 믿는 동네 사람들 존경 속에 부러워했다
차임벨 물러간 교회, 승용차가 늘비하다
말만 무성한 우리들 정말 진실한가
온 세상이 퍼붓는 ...
|2019 신년초대시| 시간의 간격 _ 미즈노 겐조
신년초대시
시간의 간격
<미즈노 겐조>
시간의 간격을 넘어서
시간의 간격을 넘어서
내 귀에 상냥하게 울린다
주 예수님의 목소리가
시간의 간격을 넘어서
시간의 간격을 넘어서
내 마음에 강하게 다가온다
주 예수님의 사랑이
시간의 간격을 넘어서
시간의 간격을 ...
|11월의 시| 가자 _ 신규철 장로
11월의 시
가 자
<신규철 장로 _ 송월교회>
몸과 마음
빈방에 두고
눈먼 세상 너는 어디를 가니
무릎 저린 날 바람이 분다
허리 굽은 날 비가 온다
가슴 시린 날 꽃이 진다
하늘 나는 새도 가자
바다 속 물고기도 가자
낮은 땅에서 정든 누이로
아버지와 어머니로
나...
|10월의 시| 단풍 뒤에 _ 이은숙 시인
10월의 시
단풍 뒤에
< 이은숙 시인 _ 예수사랑교회 >
단풍이 짙어질 때마다 어머니의 손 안에 마른 사과,
그 과육처럼 시간이 오므라들었다 언젠가 멈출
분침을 재듯 시곗바늘이 살결을 접어
들어설 동안 어머니의 손은 시간의 글자가 되었다
어쩔 수 없이 우리의 날들이 그 손바닥을
읽는 일인 것은, 우리도 모르게 우리를 만드신
...
|시|넌, 누구? _ 김영배 목사
시
넌, 누구?
<김영배 목사 _ 샘터교회>
넌,
어느 누구의 볼을 스치고 왔기에
이다지도 뜨거워
온 대지를 달궈 놓아
청명한 가을 하늘 그리워하게 하느냐?
넌,
어느 시내 푸른 초장에 거닐다 왔기에
아침저녁 이는 바람
마음까지 시원해
콧노래하게 하느냐?
넌,
어느...
|8월의 시| 갈매기 _ 송영권 시인
8월의 시
갈매기
< 송영권 시인 >
갈매기의 낯선 얼굴
문명 앞에 두리번대는 눈망울 속에
원시가 파도처럼 부서진다
경계하며 거부하는 울음
그 외침을 쪼아대는 날카로운 부리들
여기저기 휩쓸리며
비둘기 떼와 몸을 섞어
인간에게 아첨하는 몸짓을 배운다
쉽게 살아가는 비법을
값싼 갈매기 밥에 얼룩진 날개
떨어져 내...
|추모시| 고 최석호 장로를 그리며 _ 나택권 장로
추모시
故 최석호 장로를 그리며
<나택권 장로 _ 호산나교회>
2017년 7월 어느 날
산목련을 교회 뜰에 초대해 놓고
꽃봉오리를 준비하기도 전에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난 그대
깊고 깊은 산골짝 교회 울타리 사과나무 아래
이제는 한 줌의 재로 누워 있는 그대의 몸
영혼은 천국에서 우릴 기다...
|동시| 책상 위의 소라_박순옥 시인
<포토아트_솔개>
동시
책상 위의 소라
< 박순옥_시인, 아동문학가>
품은 생명
누군가에게 내어 주었더니
어둡고 깊은
빈집이 되었어요
내 몸의 뿔을 세우면
물새 소리 바람 소리
파도 거품 스러지는
소리 들려옵니다
아, 바다의 출렁임
그 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