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시| 단풍 뒤에 _ 이은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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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시

단풍 뒤에

< 이은숙 시인 _ 예수사랑교회 >

단풍이 짙어질 때마다 어머니의 손 안에 마른 사과,
그 과육처럼 시간이 오므라들었다 언젠가 멈출
분침을 재듯 시곗바늘이 살결을 접어
들어설 동안 어머니의 손은 시간의 글자가 되었다
어쩔 수 없이 우리의 날들이 그 손바닥을
읽는 일인 것은, 우리도 모르게 우리를 만드신
이를 노래하는 까닭일지도 모른다

시곗바늘이 같은 곳을 가리킬 때마다
서로 다른 계절을 잇대어 주는 빛은
어머니의 손금처럼 선명하게 각인되었다
수많은 여름의 곡절마다 나뭇가지에 박힌, 가시
같기도 하고 내 살 같기도 한, 서늘한 바람조차
따스함으로 아는 듯 살갗 에우는 아픔까지 세상
화목하게 하는, 햇살은 햇살 이전의 빛을 닮아 있었다.

그 햇살이 단풍 뒤에 많은 열매를 맺게 했다.

 

* 이은숙 시인 : 2017년<시와 산문>으로 등단. 2006-2012년 본지 객원기자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