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언의 ‘지혜’와 그리스도의 ‘성육신’ 사건
송영찬 국장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육신을 입고 이 땅에 오신 사건에 대하
여 교회에서는 그동안 여러 가지 각도에서 조명해 왔었다. 가장 보편적인 안
목에서 성육신(incarnation) 사건은 죄로 말미암아 죽은 자들을 살리시기 위
해 예수께서 도성인신(道成人身)하신 사건으로 정의되며 기독교의 핵심 사상
이다.
이에 대해 바울 사도는 “육신으로는 다윗의 혈통에서 나셨고, 성결의 영(The
Spirit of Holiness)으로는 죽은 가운데서 부활하여 능력으로 하나님의 아들
로 인정”(롬 1:3-4) 되었다는 말로 정의하고 있다.
이와는 달리 조금 다른 시각에서 성육신 사건의 의미를 새롭게 음미할 수 있
는 부분을 우리는 잠언에서 찾을 수 있다. 잠언 8장 22-31절에 따르면 ‘지
혜’는 자신을 가리켜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지혜’는 여호와로부터 탄생했으며, 창조 이전에 존재했으며, 여
호와의 창조
행위들을 목격하면서 창조에 관여했으며, 하나님 앞에서 기쁨이 되었으며, 인
간들을 기뻐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나서 ‘지혜’는 “아들들아 이제 내
게 들으라 내 도를 지키는 자가 복이 있느니라”(잠 8:32)고 강조하고 “대저
나를 얻는 자는 생명을 얻고 여호와께 은총을 얻을 것임이니라 그러나 나를
잃는 자는 자기의 영혼을 해하는 자라 무릇 나를 미워하는 자는 사망을 사랑
하느니라”(잠 8:35-36)고 선포하고 있다.
잠언 1-9장은 ‘지혜’라는 존재에 신적 지위를 부여한다. 그리고 이 ‘지혜’는
하나님께서 모세를 통해 이스라엘 백성에게 주었던 생사의 선택권을 부여하셨
던 것처럼(신 30:15) 이제 그 백성에게 생명을 선택하라고 강권하고 있다. 이
것은 ‘지혜’가 하나님과 같은 권위자의 위치에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이 주장에 따르면 ‘지혜’는 피조물에 대한 여호와의 바라심이며 이 세상에서
구현된 하나님의 임재이며 하나님의 자기 계시이다. ‘지혜’는 자신을 청종하
는 모든 이들에게 생명을 주는(8:32-34) 절대적 주권을 행사하시는 분이시
다. 이런 점
에서 ‘지혜’는 하나님의 한 양상(aspect)이 아닌 독립적 존재이
다. 오히려 ‘지혜’는 자신을 여호와의 대리인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잠언에 등장하는 신적 존재인 ‘지혜’는 구약 시대에서부터 하나님의
백성들에게 생명을 주시는 분이시다. 바로 이 분이 육신으로 오셔서 우리에
게 생명을 주시는 분이 되셨다. 그래서 바울은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지혜
라'(고전 1:24)고 밝히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