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수의 목회편지(53)-믿음의 비밀(딤전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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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딤전 3:9) 믿음의 비밀 

조병수 교수/ 합신 신약신학

남자아이라면 어린 시절에 주위의 여자아이들을 골려먹은 일이 한 두 번이 
아닐 것이다. 대개 남자아이들은 골탕을 먹은 여자아이들이 눈물방울을 폭포
수처럼 떨구는 것을 보면서 쾌재를 부른다. 초등학교 마지막 학년 때 우리 반
에는 아무리 괴롭혀도 눈물은커녕 얼굴 한번 찡그리지 않는 여자아이가 있었
다. 

우리는 그 애가 우는 것을 보고 싶어서 정말 억지에 가까운 심술을 부렸
다. 하지만 그 애는 얼굴이 곱살한 만큼이나 행동도 반듯했다. 우리가 아무
리 심술을 부려도 그 애는 요지부동하였다. 지금 생각해봐도 그것은 거의 믿
을 수 없는 현상이었는데, 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우리는 그 이유를 알게 되
었다. 그 애는 놀라운 비밀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그 여자아이는 조선왕조
의 후손이었다. 

선한 비밀은 힘이 된다. 우리가 흔히 읽는 동화나 신화의 세계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어떤 위대한 비밀을 가지고 있을 때 고난과 역경이 
닥쳐와도 꿋꿋하
게 이겨나간다. 그냥 우리의 현실에서 생각해보아도 개인적으로 어떤 좋은 비
밀을 지니고 있는 사람은 고통스러운 상황에서도 쉽게 쓰러지지 않는다. 

우리는 역사 속에서 조국이 광명을 찾는 데 필요한 비밀을 발견한 사람은 
목숨을 내놓는 한이 있어도 굴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마찬가지로 
믿음의 선진들이 희롱과 채찍질 뿐 아니라 결박과 옥에 갇히는 시험도 받았으
며 돌로 치는 것과 톱으로 켜는 것과 시험과 칼에 죽는 것을 당하고 양과 염
소의 가죽을 입고 유리하여 궁핍과 환난과 학대를 받았지만 세상을 가치 있
는 것으로 여기지 않았던 까닭은 남이 알지 못하는 비밀, 곧 하나님께서 예비
해놓으신 하늘의 본향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입에 떡을 물려주면 평강을 외치는 거짓 선지자와 달리, 참 선지자들이 비
록 목에 칼이 들어와도 목숨을 아끼지 않고 왕 앞에서라도 담대하게 죄악을 
지적했던 이유도 따지고 보면 여호와의 회의에서 논의된 비밀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호와의 회의에 참석하여 천상의 비밀을 알고 있는 참 선지자들
을 환난이나 곤고나 핍박이나 기근이나 적신이나 위
험이나 칼이라도 굴복시
킬 수 없었던 것이다. 

하늘의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은 땅의 위협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사도 바
울이 사방으로 우겨 쌈을 당해도 싸이지 아니하고 답답한 일을 당하여도 낙심
하지 아니하며 핍박을 받아도 버린 바 되지 아니하며 거꾸러뜨림을 당하여도 
망하지 아니하였던 것은 보배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도 바울은 하나님
의 비밀을 맡은 자였던 것이다 (고전 4:1). 

사도 바울이 집사의 자격을 논하는 자리에서 느닷없이 집사는 믿음의 비밀
을 가진 자라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전혀 이유가 없는 요구가 아니다. 집사
는 신앙과 관련하여 다른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자기만의 비밀을 소유하고 있
어야 한다. 신앙의 세계를 환히 들여다보는 이런 믿음의 비밀을 가지고 있을 
때 교회의 일군은 어지간한 어려움은 물론이고 심지어 목숨을 요구하는 환경
에서도 당당하게 이겨나갈 수가 있다. 그리고 이렇게 믿음의 비밀을 지닌 일
군이 있어야 하나님의 교회는 어떤 엄청난 위협과 시련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
고 견고하게 서는 법이다. 

하나님의 교회가 힘을 얻는 방법은 그다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만일에 
교회의 일군이 믿음의 비밀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바로 앞 절에 언급된 것처
럼 그저 세상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술타령이나 하고 더러운 이를 탐하다가 자
신도 망하고 교회도 망치고 말 것이다. 

믿음의 비밀은 교회의 일군에게 힘이 된다. 그래서 역으로 말하자면 믿음
의 비밀을 가지지 않은 사람이 교회의 일군이 된다는 것은 이미 힘을 잃어버
린 채 몸을 움직이려는 삼손과 다를 바가 없다. 불행하게도 오늘날 교회가 이
렇게 무력한 까닭은 머리의 비밀을 상실한 삼손처럼 교회의 일군들이 믿음의 
비밀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하늘의 비밀을 지니고 있으면서
도, 조선왕조의 후손이라는 비밀을 지니고 있기에 남자아이들의 짓궂은 심술 
앞에서도 당당했던 여자아이보다도 못한 교회의 일군이 많다는 것은 얼마나 
더 불행한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