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년 미국과 스페인의 합작 영화 「더 웨이」(The Way)의 주인공은 미국에서 성공한 안과 의사 톰이다. 그는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경제적으로도 부족함 없는 삶을 살며, 스스로 ‘성공한 인생’이라 여긴 채 바쁘게 살아왔다. 안정과 성취가 그의 삶의 기준이었고, 더 이상 무엇을 찾거나 고민할 필요도 없다고 믿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삶을 송두리째 흔드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온다. 사랑하는 아들이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 길을 걷다가 등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비보였다.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서 아버지 톰의 시간은 멈춰 선 듯하다.
아들의 유해를 인수하기 위해 산티아고 순례 길의 출발점에 도착한 그는 현지 경찰서장으로부터 아들의 사망 경위와 그가 걸으려 했던 길에 대해 듣는다. 톰은 아들이 걸으려 했던 길이 마음에 걸린다. ‘도대체 왜 그 길을 가려 했을까? 무엇을 찾으려 했던 것일까?’ 여정의 첫날, 결국은 걷지 못하게 된 그 길은 과연 어떤 길이었을까?
깊은 고민 끝에 톰은 화장한 아들의 유골을 들고 아들이 끝내 완주하지 못한 그 길을 자신이 대신 걸어보겠다고 결심한다. 그렇게 시작된 순례길 위에서 그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낯선 풍경 속에서 예상치 못한 경험을 하며 조금씩 자신의 내면과 마주한다. 단순한 ‘걷기’였던 길은 어느새 ‘돌아봄’이 되고, ‘치유’가 되고, ‘영적 여행’이 된다. 결국 그는 아들이 못다 한 순례를 마치며 비로소 아들의 마음과 자신의 삶을 이해하게 된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상실은 그의 시간을 멈추게 했지만 동시에 멈춤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게 했고, 잊고 살았던 마음의 목소리를 듣게 했다. ‘진정한 자신을 찾겠다’며 길을 떠났던 아들을 답답하고 철없는 존재로만 여겼던 톰은 그 길을 걸으며 오히려 자신이 더 길을 잃고 살아왔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마침내 마음의 자유로움을 경험한다. 영화 「더 웨이」는 제목 그대로 ‘길 위에서 길을 묻는 이야기’다. 우리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무엇을 위해 걷고 있는지 조용히 되묻는다.
야곱은 형의 축복권을 빼앗은 뒤 두려움에 쫓겨 외삼촌의 집으로 도망하던 길에 벧엘에 이르러 하나님께 서원한다. “하나님이 나와 함께 계셔서 내가 가는 이 길에서 나를 지키시고 먹을 떡과 입을 옷을 주시어 내가 평안히 아버지 집으로 돌아가게 하시오면 여호와께서 나의 하나님이 되실것이요”(창 28:20-21). ‘내가 가는 이 길’ 앞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다. 위험일지, 외로움일지, 축복일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그는 하나님의 동행과 보호를 구한다. 길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누가 함께 가느냐’였기 때문이다.
세월이 흐른 뒤 야곱은 다시 벧엘로 돌아오며 이렇게 고백한다. “내 환난 날에 내게 응답하시며 내가 가는 길에서 나와 함께 하신 하나님”(창 35:3). 지나온 길을 돌아보며 그는 깨닫는다. 험난했던 여정 속에서도 하나님은 한 번도 자신을 떠나지 않으셨다는 것을 말이다. 고난의 길이었지만 동시에 은혜의 길이었다. 야곱은 말년이 되어 자신의 생애를 ‘내 나그네 길의 세월’(창 47:9)이라 요약했다. 인생은 정착이 아니라 순례이며, 영원한 본향을 향해 걸어가는 나그네의 여정이라는 뜻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과정을 ‘인생길’이라고 부른다. 지금 우리는 각자 어느 한 지점의 길 위에 서 있다. 이미 지나온 길이 있고,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이 있다. 우리는 쉬지 않고 어디론가 향해 걷고 있다. 그러나 때때로 멈추어 서서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나는 지금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이 길의 의미는 무엇인가?’
영화 속 톰처럼, 우리도 과거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길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인생길이 길지 짧을지, 평탄할지 험할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다만 분명한 것은 혼자 걷는 길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리의 인생 여정이 끝나는 날 이런 고백을 남길 수 있기를 바란다. “내 환난 날에 내게 응답하시며, 내가 가는 길에서 나와 함께 하신 하나님” 그 고백이 있다면 우리의 모든 길은 이미 의미 있는 순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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