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수상| 아버지와 하나님 사이에서_최광희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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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하나님 사이에서

< 최광희 목사, 행복한교회 >

 

 

평생 섬겨 오던 하나님 아버지를 버리고

다른 길로 갈 수가 없습니다

 

“세상에 나가 살려면 삼 체가 필요하다. 없어도 있는 체, 몰라도 아는 체, 못 나도 잘난 체 해야 한다. 그래야 무시당하지 않는다.”

어릴 적에 우리 아버지는 가끔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때는 내가 어려서 그게 무슨 말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세상은 참 나쁜 곳이구나. 그렇게 위선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말이지. 노력해 봐야겠지만 세상 살기가 쉽지 않겠구나.”

그러다가 학생 시절에 아버지보다 높으신 하나님 아버지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성경에서 언제나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며 거만한 마음은 넘어짐의 앞장이라고 하시면서 겸손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마침 아버지는 제가 대학교에 입학하던 해에 돌아가셨기에 저는 돌아가신 아버지보다는 살아 계시는 하나님 아버지의 말씀대로 살겠다고 결심하며 평생 살아왔습니다.

하나님의 종인 사도 바울은 남을 나보다 낫게 여기라고 하면서 그것이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순진하게도 그래야겠다고 수도 없이 다짐하고 결심했습니다. 저는 남보다 잘난 체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좀 할 줄 아는 것이 있어도 나는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물론 제 속에 있는 교만이라는 놈 때문에 그게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좀 더 들고 세상을 살면서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살지 않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때로 사람들에게 불공평한 대우를 당할 때면 어릴 적 아버지의 말씀이 생각이 납니다. 아버지가 사랑하는 아들에게 좋은 말씀을 해 주셨는데 아버지 돌아가셨다고 그 말씀을 무시하고 반대로 살았더니 이런 일을 당하는가 하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바울의 말보다는 각자 자기 아버지의 말을 충실히 따르는 것 같았습니다. 아마 사람들은 남을 나보다 ‘낫게’ 여기는 대신에 ‘낮게’ 여기는 것 같습니다. 시옷(ㅅ)에 점만 하나 찍어서 지읒(ㅈ)으로 바꾸면 이렇게 전혀 다른 뜻이 되어 버립니다. 이렇게 간단한 것을 모르고 저는 너무 순진하게 살려고 하다가 헛고생을 하는가 싶은 억울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남보다 나를 조금 높이는 것, 그것은 제 본성과 잘 어울리고 어릴 적 아버지의 말씀과도 부합되고 세상을 편리하게 사는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내가 잘 모른다, 잘 못한다, 나는 부족하다고 말하면 그게 겸손하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나를 진짜 모르는 사람, 못하는 사람, 못난 사람으로 취급해 버립니다. 난 평생을 바보 같이 살아온 것 같습니다.

이 시대는 자기 피알(PR)시대입니다. 어떤 회사가 제품을 만들면 제작비와 광고비가 맞먹는다고 합니다. 이제 중년에 접어든 저는 아버지와 하나님 사이에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나를 낮추면서 살아야 하나? 아니면 이제부터 못 나도 잘난 체하고 몰라도 좀 아는 체하고 없어도 좀 있는 체하면서 살아야 하나?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순종해야 하나, 살아 계신 하나님 아버지에게 순종해야 하나?”

그런데 오십대 중반이 되면 무엇이든지 바꾸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냥 하던 대로 하고 살던 대로 살아야지 지금 와서 나를 부풀려 포장하려고 하면 그건 내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평생 섬겨 오던 ‘하나님 아버지’를 버리고 다른 길로 갈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하나님은 반전(反轉)의 하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일찍이 한나가 했던 고백이 생각납니다.

“여호와께서는 사람을 가난하게도 하시고 부유하게도 하신다. 여호와께서는 사람을 낮추기도 하시고 높이기도 하신다. 여호와께서는 가난한 사람을 흙먼지에서 일으키시고 궁핍한 사람을 잿더미에서 건져 올리신다. 여호와께서는 가난한 사람을 귀족들과 함께 앉게 하시고 영광의 자리를 차지하게 하신다. 여호와께서 땅에 기초를 놓으셨고 그 기초 위에 세계를 세우셨다.”(삼상 2:7-8 쉬운성경)

반전(反轉)의 하나님을 아버지로 모신 저는 지금까지 하던 대로 계속해서 못 나고, 모르고, 없는 사람으로 살아가야겠습니다. 잠시 후에 하나님도 만나고 아버지도 만날 것을 생각하면 그게 맞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