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너 참 착하구나”
신정기/ 화성교회 집사
점점 아이들 가르치기 힘든 세상이 되어 간다. 아니 되어 있다가 정확한 표현
이 되겠다. 수단과 방법이야 어떻든 이기고 성공하면 된다는 사고가 아이들보
다 아이를 기르고 있는 어른들에게서 더 극성스럽다. 그래서 반장선거가 있으
면 생일이 아닌데도 생일이라는 핑계로 친구들을 초청해 선거운동을 한다는
이야기는 벌써 오래된 이야기다. 아이들에게 알게 모르게 부정한 승리를 가르
치고 있는 샘이 된다.
게다가 만화책이나 TV에서 방영되는 만화를 보면 악당들이 이기고 반칙이나
부정하게 이기는 장면이 길게 방영되다보니 어떻게 이기든 이기는 것에만 목
적을 두어 치사한 방법이든 부정한 방법이든 가리지 않고 이기기에 우선한
다. 결국 마지막에는 악당들이 지고 착한 편이 이기게 되지만 이미 아이들에
게는 이기는 수단이 목적이 되고 난 후에 일어난 일이 되어 효력은 반감된
다.
교회에서 깨임을 할 때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 유년부 여름성경
학교 마지막
날, 부천 종합운동장으로가 아이들과 함께 운동과 게임을 하며 마쳤다. 마지
막 OX 게임을 할 때다. 약삭빠른 아이들은 선 가까이에 대기하고 있다가 O
가 맞으면 O 쪽으로 X 가 맞으면 X 쪽으로 재빨리 옮겨가며 맞는 답 편에만
서는 아이들도 몇 있었다.
물론 아이들의 장난기 어린 행동도 가미되었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이기고 싶
다는 아이들의 보편적 마음이기도 한 것이다. 점점 아이들의 숫자가 줄어들수
록 그 수단도 통하지 않게 되고 이제 마지막 한 문제에서 많은 아이들이 탈락
되고 몇 명의 아이들만 남게 되었다.
진행하던 선생님이 최후에 남게 된 오, 육명의 아이들의 이름을 적어놓으란
다. 상품을 준비 못했으니 다음에 준다는 약속과 함께 이름을 다 적고 가방
을 챙기고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아이 하나가 와서 “우리 엄마가 나는
아니래요. 내 이름은 지워주세요”라고 말한다. 그 아이는 목사님 아들이었
다.
아마 그 아이는 요령 것 한번 반칙을 한 모양이다. 그것을 본 사모님은 이름
을 적은 아들에게 부정한 승리는 안 된다고 가르친 것 같다. 나는 그 아이의
이름을 지우며
“참, 사모님 바르게 교육하고 계십니다” 하고 빙긋 웃으며 혼
자 말을 하고 있었다.
어떻게 하든 최후의 승자에 끼이고 싶은 아이 마음을 어찌 그 사모도 모르겠
는가? 그러나 지금의 작은 부정한 승리가 다음에 어떤 씨앗으로 열매 맺을지
아무도 모른다. 그 싹을 지금 싹둑 잘라 버린 것이다.
아들의 종아리에 회초리를 치는 마음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회초리를 맞은 아
이는 지금은 아프고 섭섭할지 몰라도 장차 엄마의 큰 뜻을 깨닫게 될 것이
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그저 장난이라면 되는 일을 가지고도 옳지 않은
것은 조금도 용납하지 못하는 어머니!
우리는 우리의 교육 방법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때이다. “우리 엄마가 나는
아니래요. 이름을 지워주세요” 하고 고백하던 아이와 고백하게 한 어머니!
나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래, 너 참 착하구나” 하고 등이라도 두들겨
주어야 하는 건데 그것마저 하지 못하고 흘러 보내고 말았다. 비록 내 수첩에
서는 이름은 지워졌지만 하나님의 수첩에는 이름이 선명하게 기록되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