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자랑할 것이 남았는가
송영찬 국장 dan7777@dreamwiz.com
바울은 “내가 부득불 자랑할진대 나의 약한 것을 자랑하리라”(고후 11:30)
고 하면서 자신의 약함을 자랑한 바 있다. 자신의 약함을 가장 극적으로 묘
사하고 있는 사건이 바로 다메섹 탈출 사건이었다. “다메섹에서 아레다 왕
의 방백이 나를 잡으려고 다메섹 성을 지킬새 내가 광주리를 타고 들창문으
로 성벽을 내려가 그 손에서 벗어났노라”(고후 11:32-33). 이것은 자랑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일군으로서는 가장 치욕적인 사건이었다.
로마 군인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영예(corona muralis)는 적의 성을 함락하
기 위해 최초로 성벽을 기어올라간 병사에게 주어졌다. 그러나 바울은 다메
섹에서 위험에 처해 있을 때 성벽을 넘어 바구니로 끌어내려져 도망을 쳤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수치까지도 감수해야 했던 것은 ‘예수를 그리스
도라 증명하여 다메섹에 사는 유대인들을 굴복’시켰던 일 때문이었다(행
9:22).
이처럼 비참
한 도주를 통해 가까스로 생명을 구했던 일은 군인에게는 가장
수치스런 일이다. 왜냐하면 성을 지키는 군사가 성벽을 타고 도주하는 것은
사형에 처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바울의 또 다른 역설이 숨어있다. 당시
군인들은 전쟁에 임할 때 소위 최고의 영예(corona muralis)를 위한 엄숙한
선서를 하였다. 이것은 적을 물리치고 승리를 쟁취해야 할 군사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함이었다.
반면에 바울은 군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리스도의 사도로서 엄숙한 선서를
하고 있다. 즉 “주 예수의 아버지 영원히 찬송할 하나님이 나의 거짓말 아
니하는 줄을 아시느니라”(행 11:21)는 선서가 그것이다. 이것은 바울이 당
한 고난에 대한 내용들이 결코 거짓이 아니라는 일종의 선언이기도 하다.
바울은 자신의 자랑이 그리스도 앞에서 아무것도 아님을 잘 알고 있다. 그리
고 그리스도의 일군으로 사역하고 있는 동안에는 그 어떤 것으로 자랑을 삼
을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이것은 이미 “내가 복음을 전할지라도 자랑할
것이 없음은 내가 부득불 할 일임이라 만일 복음을 전하지 아니하면 내게 화
가 있을 것임이로라”(고전 9:16)고 고백한
말속에서 확인된다.
우리 중 그 누구도 바울보다 자신의 자랑거리를 더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
은 하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자신을 자랑하고자 한다면 그 사
람은 분명 철없는 사람임에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