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연합과 일치’에 대한 소견
송영찬 국장 daniel@rpress.or.kr
최근 들어 교회의 연합과 일치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00년 동
안 줄곧 분열의 길을 걸어왔던 교계가 자성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은 참
으로 반가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교회의 연합과 일치라는 용어에 대한 명확
한 정의나 판단 없이 단순히 한 분 하나님을 섬기는 교회이기 때문에 무조건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에 대해선 심도 있게 점검해야 할 이유가
있다.
20세기를 주도했던 이데올로기의 냉전 시대가 끝나는 해빙 무드와 함께 한국
교계의 화합과 일치는 어쩌면 시대적인 요청일 수 있다. 이러한 시대적 요청
은 세계적인 추세일 뿐 아니라 지난 50년 동안 줄곧 동서로 양분되었던 정치
계의 변화와 함께 남북의 화해 무드가 고조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요청일 수
있다.
그래서인지 교회의 연합과 일치 역시 동서 화합과 남북 화합이라고 하는 이데
올로기의 해빙과
함께 그 명분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연합과 일치를 주장하는 세력들은 순풍에 돛을 단 배처럼 탄력을 얻기 마련이
다. 그러나 정작 연합과 일치의 주체가 한국목회자협의회, 한국기독교총연합
회, 한국교회협의회 등과 같은 연합 기구들이라는 점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
지 않고 있는 것 같다.
교회의 연합과 일치의 주체는 모름지기 지역 교회의 소관이어야 한다. 각 지
교회가 고백하는 신앙과 신학에 근거하여 교회가 합병을 하거나 연합할 수 있
는 것이다. 따라서 교회 연합과 일치를 결정하는 것은 바로 당회의 권한에 속
한 것이다. 단지 이 문제가 지교회의 틀을 벗어날 때에는 당회의 대의원들로
구성된 노회가, 그리고 그 틀이 더 커질 경우에는 노회의 대의원들로 구성된
총회가 결의할 권한을 가진다.
그런데 작금 들려오는 교회의 연합과 일치의 목소리는 당회나 노회나 총회가
아닌 교계 연합 기구들의 목소리들이라는 점이다. 교계 연합 기구들은 소속
회원 교단들의 공통 이익을 위해 설립된 단체이다. 이들 단체들은 회원 교단
들이 원하는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물론 이
들 기구들의 화합 무드가 각 지교회 또는 교단의 연합과 일치를 위한
좋은 기폭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연합기구들은 한국교회의 연합과 일
치라고 하는 신학적 명분을 세우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교회의 연합과 일
치의 최종 결정자는 연합 기구들이 아닌 당회나 노회나 총회에 있다는 사실
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