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목에 꽃이 피다_송영찬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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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목에 꽃이 피다

송영찬 국장 daniel@rpress.or.kr

우연히 행운목에 꽃대가 올라 온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1998년 11
월 6일 당시 강남의 논현동에서 지금의 종로 연지동으로 개혁신보사를 이전
할 때 한국시각장애선교회(상임이사 신인식 목사)가 본사 이전을 축하하기 위
해 보내 온 행운목이 4년 만에 꽃을 피운 것이다. 

처음엔 키 작은 것, 중간 것, 큰 것 등 3개의 행운목 기둥에 각각 줄기가 2-3
개씩 달려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큰 것 하나만 남겨놓고 얼마 되지 않아 모
두 말라 죽고 말았었다. 그런데 4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3개의 가지 중 2개
의 가지에서 꽃대가 올라 온 것이다. 어쩌다 물밖에 준 적이 없는데 히야신스
처럼 진한 향이 물씬 풍기는 꽃이 핀 것이다.

외람된 말이지만 그 때 많은 분들이 보내주신 값비싼 화분들과 난들은 관리 
부주의로 모두 고사하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둥 하나만 남아 있던 
행운목이 꽃을 피운다고 생각하니 새로운 감회가 물씬 사무실을 휩쓸고 지나

다. 

저렇게 묵묵히 한 쪽에 자리를 잡고 있던 행운목이 마침내 꽃을 피우는 것을 
보니 먼저 부끄러움이 앞을 가린다. 불혹의 나이를 지나 이제 나이 50이 코앞
으로 다가왔는데 과연 언제나 행운목처럼 꽃을 피워 교회와 세상을 위해 그리
스도의 향기를 드러낼 수 있을지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그리고 출범 22년이 넘은 우리 교단이 과연 한국 교회 개혁의 선두 주자로서 
어느 때나 참신한 능력을 보여줄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한 이제 
창립 20주년이 된 개혁신보가 웅비의 날개를 펴고 한국 교회 언론을 선도하
는 날이 언제 올 것인가 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우리는 좋은 여건과 환경 속에서 우리의 할 일에 대해 너무 무관심하지 않았
나 하는 반성도 해 본다. 지금 세계 여러 곳에서는 기독 성도들이 이슬람주의
자들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받으면서도 굳건히 신앙을 지키고 있다. 우리가 편
안하게 교회 의자에 앉아 찬송을 부르고 있는 이 순간에도 지구 촌 한쪽에선 
교회당에 수류탄이 터지고 총에 맞아 죽어 가는 성도들이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자신들의 건강과 자녀들의 진
학과 새로운 교회당
의 건축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막상 우리와 같은 하나님 나라의 한 식구들
이 죽어가고 있음에도 그들을 위해 우리는 한 마디 기도조차 하지 않고 있다.
우리의 형제요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으로 불림을 받은 세계 각처의 성도들
이 고난을 받을 때 우리는 편하게도 냉장고에서 쥬스를 꺼내 먹으며 정치가 
어떻고 경제가 어떻다고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우리는 2002년 한 해도 그렇
게 보내고 있다. 

하늘에는 영광이요 땅에는 평화를 가져다 주는 성탄의 복된 소식이 세계 각 
나라, 여러 민족들에게 희망이 되기를 기도한다. 그리고 행운목에 꽃이 피듯
이 우리 교단과 개혁신보가 한국 교회와 세계 교회에 소망을 주는 거룩한 교
회가 되기를 기도한다. 지난 한 해 동안 개혁신보를 사랑해주신 독자 제위께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