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平信徒)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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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신도'(平信徒)는 없다

송영찬 국장 daniel@rpress.or.kr

‘평신도'(平信徒)의 사전적 의미는 “교직(敎職)을 가지지 않은 일반 신자(信
者)”이다. 이 말은 오래 전부터 천주교와 같은 조직체에서 사용하여 왔었다. 
이 말이 교회 안에서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80년대 초 강남에서 
대형 교회를 목회하고 있는 O 목사의 “평신도를 깨운다”는 책을 통해서부터
일 것이다. 이 때부터 교회에서는 목회자가 아닌 성도를 가리켜 ‘평신도’로 
호칭하기 시작했다. 

‘교회 안에서 잠자는 성도들을 깨워야 교회가 성장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
는 이 책은 당시 교회의 대형화의 열풍과 함께 교회의 외형적 성장을 보장하
는 보증수표처럼 획기적인 선풍을 일으켰다. 이 책은 너도 나도 대형 교회를 
지향하는 목회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고 성도들의 영적 각성을 일깨우
는 기폭제로 치부되었다.

“평신도를 깨운다”는 슬로건은 90년대 초에 교회의 무한한 발전을 위해 성도
들의 
참여도를 높이기 위한 각종 세미나가 활발하게 전개되는 계기를 만들었
다. 그리고 이 운동은 ‘평신도’의 중요성을 강조하다 못해 급기야 90년대 말
에는 ‘평신도 영성 운동’으로까지 발전되기도 하였다.
이 책이 출판 된 후부터 교회에서 ‘평신도’는 목회자를 제외한 장로와 집사
를 포함한 모든 성도들을 지칭하게 되었다. 그리고 사전적 의미를 밀어내고 
신종 어휘로 자리를 잡았던 것이다. 

그런데 이 신종어인 ‘평신도’란 단어가 교회 안에서 널리 사용되면서부터 교
회의 가치관을 흔들고 있다는 사실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왜냐하면 교회는 
오로지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말미암아 거듭난 성도들의 모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교회 안에는 오직 그리스도를 주인으로 섬기는 성도들만이 있을 뿐이
다.

교회에서는 교회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직분자를 선택하여 세우는데 우
리 장로교에서는 목사와 장로와 집사라는 직분을 그들에게 부여한다. 이것을 
항존직(恒存職)이라고 하는데, 교회가 조직체로서 존재하기 위해 교회 안에 
항상 있어야 할 직분인 것이다. 

목사와 장로와 집사는 모두가 똑같은 
교회의 직분자이며 교회의 정체성을 유
지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직분자들이다. 따라서 항존직의 직분자들은 그 직무
상 목사와 장로와 집사로 각기 고유 업무를 교회에서 수행하여야 한다. 그리
고 이들 관계에서는 순서의 차서가 없으며 그 비중에서 높낮음도 있을 수 없
다. 또한 그 직분이 끝나면 그 역시 본래 그랬던 것처럼 성도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사용하는 ‘평신도’란 단어는 목사와 다른 직분들 즉 장로와 집사
를 구별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에서 심각한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
다. 목사 역시 교회의 한 회원이며 성도 중 하나라는 것이 장로교의 기본 정
신인데, ‘평신도’란 말을 사용하게 됨으로서 목사는 다른 성도들과 구별되는 
위치에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장로교회에서는 ‘평신도’란 단어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목사 
역시 성도 중 하나이며, 장로나 집사 역시 마찬가지이며, 교회에서 직분을 맡
고 있지 않은 모든 성도들 역시 그리스도 안에서 모두 한 형제요 교회의 머리
이신 그리스도의 몸된 지체들임을 잊어선 안 된다. 교회 안에는 ‘
평신도’가 
아닌 성도만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