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교단 1세대와 2세대간의 원활한 흐름을 위하여
아브라함을 가리켜 믿음의 조상이라고 일컫는다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
이다. 그러나 아브라함이 믿음의 조상이 되기까지에는 그가 신앙하는 하나님
이 누구인가에 대한 분명하고도 명백한 지식과 신앙고백이 따랐음을 기억해
야 한다.
처음 아브라함이 갈대아 우르를 떠나 하나님께서 지시한 땅으로 가라는
말씀을 접할 때, 적어도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바른 분별력을 가
지고 있었다. 그것은 아브라함 앞에서 말씀하시는 하나님에 대한 바른 신지
식(神知識)을 바탕으로 그분이 바로 여호와 하나님이심을 부인할 수 없었던
것이다.
우상이 창궐한 갈대아 우르에서 아브라함은 어떤 경로로 하나님에 대한
바른 지식을 가지게 되었는지는 잘 알 수 없다. 그러나 노아 홍수 이후 적어
도 10대에 걸쳐 셈의 후예로 아브라함이 등장하기까지 하나님은 셈의 가계
에 하나님을 아는 지식을 계승할 수 있도록 은혜를 주셨음이
분명하다. 그와
는 반대로 함의 후예들은 셈의 후예들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그들의 문화
를 계승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두 계보는 극단적인 길을 가고 있었
음을 성경은 우리들에게 증거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 계시를 바탕으로 아브라함은 하나님을 분명하게 인식하였다. 그리고
이것이 곧 하나님에 대한 아브라함의 신앙인 것이다. 아브라함은 이 신앙을
근거로 갈대아 우르를 떠나 약속의 땅을 향한 머나먼 길을 떠날 수 있었다.
당시 찬란한 우르의 문화는 바로 함의 후예들에 의해 건설된 것이었다.
아브라함은 그들의 문화를 거부했다. 그리고 새로운 문화, 즉 하나님 나라의
문화를 건설하기 위해 그 땅이 적합하지 않음을 알고 우르를 떠난 것이다.
새로운 문화, 즉 하나님 나라를 이 세상에서 명백하게 건설하기 위한 땅을
찾아야 했던 것이다. 아브라함은 가나안 땅에 이르러 하나님 나라를 현시하
고자 했는데 이것이 바로 아브라함이 구축하고자 한 새로운 세계였다.
우리는 협잡과 분열로 일그러진 토양에서는 더 이상 개혁주의 신앙을 표
방할 수 없다는 현실을 깨닫고 과감히 기성 교단을 떠나 개혁
교단을 건설했
다. 그것은 오직 신앙의 자유와 하나님을 제일로 섬기는 신본주의 원칙을 수
행하기 위한 새로운 세계를 일구어 내기 위함이었다. 이들이 바로 개혁교단
제1세대에 해당한다. 제1세대는 혼신을 다해 합동신학교를 세워나가는 일에
전념했었다. 그것은 개혁 2세대들이 새로운 세계를 구축하는 사명을 훌륭하
게 수행해 주기를 바라는 기대감에서였다.
그러나 작금에 이르러 우리가 건설해야 할 새로운 세계에 대한 청사진이
바래지 않았나 우려가 된다. 그것은 개혁 2세대라고 할 수 있는 합신출신 목
회자들이 개혁교단의 청사진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지 않느냐는 우려와
다르지 않다. 그 원인으로 먼저 개혁 1세대가 개혁의 명확한 청사진을 제시
함에 있어 소홀히 했는지 돌이켜 보아야 한다. 그리고 개혁 2세대들이 이 사
실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그 길을 가야 할 것이다.
새로운 세계를 건설해 나감에 있어 우리 교단은 이점을 먼저 되집어 보
아야 한다. 그리고 개혁 1세대와 2세대간에 원활한 흐름이 끊어지지 않도록
피차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