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있는 묵상] 해동(解凍)_이정우 목사
해동(解凍)
이정우 목사(은혜의숲교회)
살얼음 같았다, 지난밤은
깨질 듯 말 듯 하는 의문 사이를
깨금발로 넘어온 나는
등 시린 물오리 한 마리였다
곱고 푸르던 소망의 계절
아프게 떼어낸 다정의 초리마다
냉정에 정죄당한 언어들을 퍼덕이며
나의 기도는 얼마나 하늘을 날았던가
하루만큼 열린 하늘
햇살에 살얼음 풀어지는 소리가 ...
[풍경이 있는 묵상] 골목서정_이정우 목사
골목서정
이정우 목사(은혜의숲교회)
전깃줄에 칭칭감긴 곱창골목
소장 대장 가림새 없이
가스통 차고 살아온 이모네 앞으로
몸살기 후들대는 택배씨 지나간다
삭풍에 한껏 사나워진 진눈깨비
모질게 인적을 지워내는데
여전히 그느르시는 당신 발자국
은혜는 골목을 떠나지 않았다
[풍경이 있는 묵상] 불꽃_이정우 목사
불꽃
이정우 목사(은혜의숲교회)
용접똥에 중년 다 태우고
연기에 가슴 다 그을렸지만
택도 없는 아비 노릇,
얼굴 가리는 게 직업이 되었다
그래도 불꽃은 튄다
문래동 철근쟁이로 삼십 년
녹슨 기레파시 구르듯 한 세월이지만
지난 겨울 대마찌를 넘긴 마스크 앞으로
뜨거운 희망이 날아들고 있었다
[포토에세이] 광야_진형식
광야
빛과 어둠이, 더위와 추위가, 오르막과 내리막이 공존하는 광야.
오늘은 길이었으나 내일은 길이 아닌 곳.
하나님의 인도를 신뢰하며 그 광야의 길을 걸어간다.
진형식(설교자하우스 실장)
2019년 월간사진 초대사진가 50인에 선정되기도 했으며,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호산나홀 개관기념 사진전을 개최한 바 있다. ...
[풍경이 있는 묵상] 골목 단편_이정우 목사
골목 단편
이정우 목사(은혜의숲교회)
썩은 것으로 허기를 게워내고
냉기 서린 밤을 덮은 체
상처에 가위눌려 잠드는
중계동 104번지 마지막 골목
오 헨리의 단편* 하나가
가난한 전주 아래 세팅을 하고
강도짓하며 살던 고양이와
신경통에 시달리던 노인이
불빛 은혜를 나누고 있었다
*오 헨리(O. Henry)의 단편 <강도와 신경통&...
[풍경이 있는 묵상] 응답_이정우 목사
응답
이정우 목사(은혜의숲교회)
궂은 밤 여우별이 하도 무정하여
반야(半夜)의 눈으로 나선 강변
걸음마다 뿌득대며 따라온 당신
우듬지 초리마다 가득 피었습니다
하늘을 우러러 보냈던 물기들이
새녘을 가렸던 의문의 는개들이
다독이는 숨결로
내 강물에 연신 스며들고 있었습니다
당신의 하늘을 나는 새 한 마리
문득 내 물의 나라에도 날고 ...
[풍경이 있는 묵상] 뻥이요_이정우 목사
뻥이요
이정우 목사(은혜의숲교회)
“인생 한방이야!”
이십 년을 불 댕기며
귀청 찢어지도록
한방전도사로 살아온
양수리 뻥튀기 아저씨
일생을 기다려 온
그 한 방이 터지지 않아
검붉게 타들어 가는 얼굴 뒤로
한 아이가 소리친다
“뻥이요~!”
[풍경이 있는 묵상] 주 헤는 밤_이정우 목사
주 헤는 밤
한 무리의 은하를 헤다
형용만큼 커진 텅 빈 가슴,
그리운 만큼 채우지 못한
나의 우주는 찬양만 가득합니다
하여 그리워하는 것 외에
달리 당신을 채울 길이 없어
외롭지 않은 죄를 범치 않으려
하루만큼 새밭으로 나서는 마음
높은 산을 오르고
넓은 들을 헤매는
이 외로움, 이 고질병...
재1회 포토에세이 공모 우수상 수상작-내 잔이 넘치나이...
제1회 포토 에세이 공모 우수상 수상작
최해혁 집사(역곡동교회)
내 잔이 넘치나이다
(충남 부여 가림성 사랑나무)
하루는 당신이 내린 잔을 땅에 부은 자, 하루는 목도 넘기지 못하고 흘려야 했던 자, 어제의 나였나이다. 웃으며 거역한 잔과 울면서 감당치 못한 잔을 모두 다 받아주시며, 끝내 주님을 버린 자의 잔을 채워 주신 어제의 뜻은 무엇인지요? ...
제1회 포토 에세이 공모 우수상 수상작- 봄을 실은 나...
제1회 포토에세이 공모 우수상 수상작
이경옥 권사(대구영안교회)
봄을 실은 나룻배(경주 금장대 수변습지)
봄은 그림 같은 풍경으로 다가온다. 그 그림을 수채화로 완성하는 것은 나룻배이다.
우리도 봄소식을 실은 나룻배처럼 세상으로 이웃에게로 생명의 소식을 가득 싣고 설레는 마음으로 나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