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편지] 노을_박부민 편집국장
노을
그 앞에서는
침묵하거나
단 한마디뿐
아!
계절을 녹여 새 계절로
구워 내는 불가마
들끓는 구름들이
낮아진 하늘을 채운다
뜨거운 삶은
푸른 눈물에 몸을 담근다
그토록 힘겹게 빚어져
어둠 속 빛나는
...
[햇빛편지] 소낙비_박부민 편집국장
소낙비
저렇게 느려 터진 소가
낙뢰 천둥 뒤에는
길이 파이도록
발을 구르며
짓달린다
갑자기 쏟아진 하늘이
땅에 가득차는 순간이다
풀잎 돋듯
등에 쭈볏쭈볏 솟는 눈물
젖었으나 또 젖은
여름 한복판
해와 구름 그늘이 한바탕
춤을 추다 지나간다
시퍼렇게 달려간다
-박부민 국장 nasaret21@hanmail.net
[햇빛편지] 섬 사이에_박부민 편집국장
섬 사이에
한참 엎드려 있으리
말씀의 비구름 속
서서히 젖는 섬처럼
욕망엔 흐려지고
물빛엔 깊어져 번뜩이는
뱃길 자국 새기며
아득한 바다로
가끔 얼굴 들어
푸른 눈물 짓고 있으리
박부민 국장 nasaret21@hanmail.net
[햇빛편지] 왜가리_박부민 편집국장
왜가리
왜가리 한 쌍이 논에 왔다
각자의 방식으로 묵상에 잠긴다
하나는 관조학파
하나는 소요학파
먹이의 안정적 확보와
먹이의 재분배와
먹이의 미래를
고민하는 것 같지는 않다
저들은 넉넉한 풍경의 일부로
오늘 먹을 것 챙겨 먹고
포만의 날개를 치며
어디론가 또 옮겨간다
논물에 남은 궤적을 급히 지워내는
바람의 속내...
[햇빛편지] 애그모흐뜨 성곽에서_박부민 편집국장
애그모흐뜨 성곽에서
밤새 자욱한 라벤더 향기
프랑스 기름진 들판에 비명이 들린다
오래된 성채, 돌벽의 핏자국을 본 자에겐
믿음 때문에 갇힌 울음만이 진짜 울음이다
상처와 갈증에 무딘 인간은 어디 쯤
회복의 쉼터를 다시 찾아 헤맬까
집요한 편견과 야만이 사이프러스로 꽂힌
역겨운 폭압의 어둠 속에
온몸으로 길을 ...
[햇빛편지] 모내기 철_박부민 편집국장
모내기 철
마른 마음 갈아엎어
콸콸콸 물을 댄다
찰랑이는 영혼에
새벽빛 뚜렷한 손길이
뿌연 안개를 거둬 내고
휘저어 훑고 간 흔적은 아프다
은총은 이렇게 부드러워진 삶에
말씀을 촘촘히 심어
뜨겁고 푸른 계절을 연다
박부민 국장 nasaret21@hanmail.net
[햇빛편지] 봄_박부민 편집국장
봄
봄은 봄이다
하늘빛 눈망울로 봄이다
멀고 가까운 사방팔방
구름과 구름의 그늘
바람의 서늘한 자국을
찬찬히 살펴봄이다
안타까이 추락한 새들의
전율하는 가슴 속
눈물처럼 팔딱이는 햇빛
꽃과 잎, 잎의 주름진 등까지
살갑고 뼈저리게 들여다봄이
향기로운 봄이다
박부민 국장 nasaret21@han...
[햇빛편지] 꽃마을_박부민 편집국장
꽃마을
벚꽃 지고 서글프더니
박태기꽃 힘차게 피었다
그늘진 뜨락마다
쓸쓸할 틈도 없이
또록또록 부릅뜬 몸
차진 밥풀로 달라붙어
현기증 돋도록 살자고
살아 내자고
진초록 계절로 치달려 가는
징하고 질긴 이웃들
눈부신 꽃마을의 파안대소
박부민 국장 nasar...
[햇빛편지] 봄이 한창_박부민 편집국장
봄이 한창
흰구름 들이켜는 창
설레어 뛰쳐나가니
온 마을은 화창
봄빛 고울수록 속눈물 없이
받은 햇볕만큼
따순 맘 나누면 좋으리
꽃 시절 만화방창
목련꽃 피고 지고
왕벚꽃 피고 지고
모란꽃 피고 지고
도라지꽃 배롱꽃
창포꽃 피어나면
산천은 또 울울창창
박부민 국장 nasare...
[햇빛편지] 그 사랑_박부민 편집국장
그 사랑
꽃잎에
바람이 흐를 때
그 얼굴
조용히 흔들리듯이
우리 마음에
하나님의 사랑이
스칠 때
그 마음 영원히
떨리는구나
박부민 국장 nasaret2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