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땅에 단비를] 탄자니아에서 맞는 결혼 30주년 기념일_배진우, 한혜정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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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자니아에서 맞는 결혼 30주년 기념일

배진우, 한혜정 선교사(HIS 파송 선교사, 탄자니아)

 

결혼기념일 그것도 30주년을 먼 곳 탄자니아에서 맞이하게 되었다. 낯선 환경, 아직 잘 적응되지 않는 곳이지만 오늘만큼은 조금 의미 있고, 여유로운 시간을 가져서 아내를 기쁘게 해 주고 싶었고, 탄자니아 땅에서 처음으로 약간의 여유 있는 시간도 가지고 싶었다. 그러나 막상 스케줄을 짜보려니 어디로 가야할지? 식사는 어디서 무엇으로 하여야할지 전혀 막막했다. 더군다나 은좀베(NJOMBE)란 곳은 구경할 곳도 특별히 없고, 식당도 변변찮은 곳이 없는 곳이란 것을 들은 바 있었다.

선교센터에서 스텝으로 섬기는 형제를 통해 가까이에 폭포가 있다는 말을 듣고는 그곳으로라도 가기로 하고 간단한 과일과 커피를 준비하여 떠났다. 폭포는 우리가 머무는 곳에서 너무나도 가까운 곳에 있었고 생각보다는 웅장했다. 그러나 주변의 환경은 한국 같았으면 카페들도 많고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을 텐데 폭포주변은 평범한 숲과 같았다.

그러나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의 물줄기와 주변의 숲들 그리고 함께 갔던 스텝들과 간단한 음식을 나눠먹는 시간을 통해 30주년 결혼기념일 여행으로 아프리카 탄자니아를 여행했다 생각하자라는 생각으로(다른 이들이 누가 결혼기념일 여행으로 아프리카를 오겠는가?) 의미 있고, 유쾌한 시간을 가졌다.

폭포 구경을 마치고 점심 한 끼 정도는 맛있는 것으로 하고 싶어서 은좀베에서 그나마 괜찮은 호텔식당으로 갔었다. 호텔로 가는 길에 처음으로 오토바이인 삐끼삐끼(와 삼륜 자동차 느낌인 바자지도 타보았다. 약간은 치안과 관계하여 불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나름 저렴하고, 편리한 면도 있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삐끼삐끼는 우리나라 돈으로 500/ 1인, 바자지는 4명까지 탈 수 있는데 1000원 /2인의 가격이다.

도착한 호텔은 제법 좋아보였지만 호텔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은 현지인 시장에서 봤던 식당과 별반 다를 바가 없는 수준이었다. 호텔이라서 외국인을 위한 식단이 있을 줄 알았는데 메뉴판을 보니 현지인 식단으로만 짜여 있어서 정확하게 무엇이 무엇인지 분간이 잘 안 갔다. 나름 심사숙고하여 주문을 했는데 주문했던 음식이 나오고 보니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음식이 나와서 웃음이 나왔다. 감자 죽, 바나나 죽에 약간의 카레 가루를 넣고 닭을 삶은 듯한 모습과 맛이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먹을 만했고, 커피도 한잔하는 호사를 간만에 누려보았다.

폭포를 가는 동안 비탈진 언덕길에 중심도 제대로 잡지 못하는 아내를 보고, 언제 저렇게 늙었는가? 몸이 약해졌는가?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고, 30주년 기념일인데  좋은 곳에도 데려가지 못하고, 여유로운 식사도 함께 하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안타까웠고, 지나간 세월 동안 흑역사라고 할 만한 결혼생활을 돌아보며 왜 그때는 그렇게 했던가 하는 미안한 마음도 많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록 낯선 땅에서 변변찮은 모습으로 보내긴 했지만, 우리 두 부부 건강하게 결혼 30주년을 맞이하고, 아이들 하나님 은혜 안에 잘 자라 주었고, 지금도 오히려 부모를 위해 기도하는 자녀들로 자라가 있음에 감사하고, 남은 여정을 복음을 위해 더 순수하게, 불꽃같이 살다 갈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하심을 생각하면 하나님께 감사할 뿐이었다.

이제 우리의 결혼생활의 시간보다도 더 짧게 남았을 우리의 인생일 텐데 탄자니아에 도착해서 묵상하고 있는 사도행전 말씀을 통해 새롭게 도전받게 된 사실이 있다. 믿음을 가진 자, 오직 하나님 나라의 일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과 그의 이름을 권세가 어떠함을 잘 이해하고 그 안에서 살아가려는 자로서 후회 없이 살아갈 수 있게 되기를 기도하며 하루를 하나님께 올려 드린다.

“다른 이로써는 구원을 받을 수 없나니 천하 사람 중에 구원을 받을 만한 다른 이름을 우리에게 주신 일이 없음이라 하였더라”(행 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