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탄소중립인가?
김정욱 교수(서울대 명예, 환경협력대사)
2021년 5월에 개최된 G20 정상회의에서 각국의 대표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인류의 파멸을 막기 위해 산업화 이전보다 기온이 1.5도 이상 올라서는 안 된다는 목표를 세웠다. 만약 기온이 2도가 상승할 경우에는 북극의 빙하가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손상되고, 해양생물의 40%를 지탱하는 산호초가 전멸하며, 기후난민이 수억 명 발생하여 인류가 이를 감당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지구 기온은 이미 1.1도가 올라 있기 때문에 앞으로 0.4도의 여유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목표인 1.5도를 지켜내기 위해선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의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 이것을 ‘탄소중립’이라 일컫는다. 탄소중립이야말로 현재 인류가 풀어야 할 가장 위급한 과제이다. 이미 130여 나라가 탄소중립을 하겠다고 선언하였고, 우리나라도 이에 동참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우리나라도 올해 탄소중립기본법을 발효시켰다. 이 법에 의하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겠다는 목표 아래, 매 5년마다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세우고 이에 따라 온실가스를 줄이도록 되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법령과 정책들은 다 이 정책을 따라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즉,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정책들은 2050 탄소중립을 그 기저에 두어야 한다.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에너지 정책이 가장 중요하다. 근본적으로 재생 에너지를 개발해야만 하는데, 재생 에너지는 대량생산, 대량수송, 대량소비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에너지 절약 정책이 큰 몫을 담당해야 한다. 그래서 기후정책에 모범적인 덴마크, 독일, 영국 같은 나라들은 앞으로 에너지 사용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나타나고 있듯이, 세상이 혼란해지면 에너지도 식량과 더불어 무기화된다. 우리나라는 이 기회에 재생 에너지로 에너지 자립을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정신만 차리면 에너지를 절약할 수가 있고 기술만 있으면 재생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그러면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문제도 자연히 해결되고 에너지 안보도 이루어진다.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 정책은 중앙정부에서 기본계획을 만들지만 그 시행은 지역에서 이루어 져야만 한다. 그래서 모든 지자체들도 탄소중립 계획을 만들도록 되어 있는데, 모범적으로 앞서 나가는 지자체들도 더러 있지만, 아직도 이러한 정책이 표를 얻는데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지역의 땅값을 올리는 개발정책들은 잘 시행되지만 탄소중립 정책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곳이 많다. 우리나라는 박근혜 정부에 이르기까지 한 번도 온실가스를 줄여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에 길들여져 있다. 비록 환경단체들이 탄소중립 정책을 촉구하고 있지만 아직 큰 영향력은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 기독교계에서 큰 호응이 일어나 여러 교단과 단체에서 앞 다투어 탄소중립 선언을 하고 협약을 맺고 행동 강령을 만드는 등 활발한 운동을 벌이고 있다.
‘녹색교회’, ‘창조회복교회 만들기’ 운동도 그중의 하나인데, 햇빛 발전소 건설, 기타 재생 에너지 개발, 에너지 절약, 환경상품 보급, 사막에 나무 심기, 절제 생활 등 여러 가지 운동을 벌이며 교회 간 정보를 교환하고 또 연대하여 생명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모쪼록 이런 운동이 널리 퍼져 성공적인 탄소중립을 이루는 데 큰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
설문조사를 통해 나타난 탄소중립을 위한 교회의 역할
김진양 부대표(지앤컴 리서치, 목회데이터연구소)
지난 6월 20일 한국교회총연합은 일반국민(1,000명)과 개신교인(1,000명) 그리고 담임목사(505명)을 대상으로 ‘기후환경에 대한 인식과 교회의 역할’에 대해 설문 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필자가 과문한 탓인지 모르겠지만 그동안 교계에서 기후환경 문제에 대해 단편적인 조사는 이루어졌지만,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뜻깊은 조사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조사를 통해 주목할 사실은 일반 국민보다 개신교인과 목회자의 기후환경 관심도가 더 높다는 점이다. 개신교인 가운데 기후환경 문제에 관심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89.3%로 일반 국민보다 8.2%p 더 높았으며, 목회자의 관심도는 92.3%로 가장 큰 관심을 보였다. 일반 국민과 개신교인 및 목회자 사이에 관심의 차이를 보이는 것은 기독교 창조 신앙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나님이 만드신 세상을 더 이상 인간의 탐욕으로 훼손시키지 않고 다시 회복시켜야 한다는 창조 신앙은 지구환경 보전을 위한 관심과 실천에 강력한 동기로 작용한다.
기후환경 보존과 회복을 위해 교회의 역할이 다른 어떤 사회적 기관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교회가 지역사회 환경운동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에게 주변 교회에서 기후환경 캠페인을 전개할 경우 참여할 의향이 있는지 물어보았는데,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38.0%나 되었다. 지난 4월 27일 국민일보가 지앤컴리서치에 의뢰하여 조사하여 보도한 바에 따르면 한국교회 신뢰도가 18.1%밖에 되지 않았고 개신교인 비율이 2015년 인구센서스에서 19.7%인 것을 감안하면 주변교회의 기후환경 캠페인에의 참여 의향이 38%나 된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결과이다.
이 결과는 시민사회, 풀뿌리 자치 조직이 활발하지 않은 한국 사회에서, 교회는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는 기관으로서 지역사회에서 기후환경 운동의 거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교회가 갖고 있는 지역 기반, 인력 동원 능력, 재정 능력에 더하여 기후환경에 대한 높은 관심을 가지고 지역사회와 협력하여 환경 운동을 벌인다면 지역사회 환경운동의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 또한 교회가 기후환경 문제 해결 활동을 전개하면 한국교회 신뢰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데에 국민의 63%가 동의했는데, 교회의 기후환경 운동이 실추된 한국교회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을 짐작하게 하는 결과이다.
기후환경 문제는 지구라는 큰 시스템 가운데 작동하는 것이므로 늦게 대응할수록 회복의 가능성은 낮아지고 회복의 속도는 더 떨어진다. 최악의 순간이 되기 전에 대응해야 그나마 회복 가능성이 있다. 누구보다 앞서서 하나님이 창조하신 지구를 회복시키고 보전해야 할 책임이 우리 크리스천에게 있다. 이 책임을 다함으로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피조 세계를 보고 ‘보시기에 좋았더라’고 하실 것을 기대한다.
창조회복교회의 여섯 가지 과제
유미호 센터장(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
기후 위기 시대, 우리 교회가 기후변화로 크게 신음하며 하나님의 자녀를 기다리고 있는 피조물의 고통에 공감하며, 그 사랑을 ‘탄소중립’으로 드러내기 위하여 ‘창조회복교회’는 다음과 같은 행동에 집중해야 한다.
첫째, ‘배우고 연결하기’다. 탄소 감각을 살려 말씀을 다시 묵상함으로, 탄소배출을 줄이고, 기후 위기에 즉시 영향을 받아 무너질 수 있는 기후 약자를 위해 기도하고 또 돌본다. 이는 본격적 기후 행동을 위한 바탕을 마련하는 것으로, 자신들이 얼마나 거대한 탄소발자국을 남기고 있는지 살피게 한다.
둘째, 성도들이 전등 끄기나 실내적정온도를 유지하고, 에너지효율 등급이 높은 제품을 사용하며, 가능한 대로 기후 내성을 갖춘 자재로 그린 리모델링을 하도록 하여 에너지 낭비로 인한 탄소발자국을 줄이게 한다.
셋째, ‘쓰레기 줄이기’다. 발생되는 쓰레기를 원천적으로 줄이기 위해 포장지, 일회용 배달음식 용기 등에서 멀어지도록 안내한다. 일회용 플라스틱을 재사용 가능한 제품으로 교체하고, 제로웨이스트숍에서 쇼핑하고, 지역의 상점들이 지속가능한 매장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행동하게 한다.
넷째, ‘교통/운송에 변화주기’다. 우리가 이동하는 것이나 물품이 배달되는 것 모두 탄소를 배출한다. 다행히 최근 몇 년 동안 자전거 도로가 보급되고, 보행자를 위한 인도 개선, 대중교통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진 만큼,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대중교통으로의 이동을 적극 권한다. 그만큼 배기가스도 줄이고, 기름값도 절약하고, 건강도 개선해간다. 만약 차가 꼭 필요하다면 전기차로의 전환을 권하며 전기차충전소의 설치도 적극 고려한다.
다섯째, ‘구조적 변화를 위해 목소리 내기’다. 교통/운송, 플라스틱, 동식물들의 서식지 또는 에너지 분야 모두에서 변화를 가져오려면, 개인들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정부와 기업의 전면적인 구조적 변화 없이는 효과가 크지 않다. 성도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주님의 마음으로 기후 증인이 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돕는다.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이들을 움직여 탄소배출량을 실질적으로 줄이고 기후재해를 피하는 과감한 결정이 내려지도록 한다.
여섯째, ‘전기/전력을 돌아보고 전환하기’다. 최근 수십 년간 재생에너지의 생산이 확장되고 있는데, 교회도 이 일이 더욱 확산되도록 하고 있다. 우선은 에너지를 적게 쓰는 것이 가장 큰 에너지 자원이자 오염물질을 최소화하는 것이라 믿기에, 교회가 앞장서 교회 건물에서의 전기 사용량을 줄이려 애쓴다. 오래된 건물일 경우 건물 에너지 효율화 사업에 참여하거나 신축의 경우 녹색건축 인증을 받아 애당초 에너지 사용량을 줄여 탄소배출을 줄이려 한다. 기존 건물에는 옥상이나 벽면, 주차장에 태양광을 설치하여 재생에너지 100%로 살아가는 ‘RE100’교회가 되기 위해 힘쓰기도 한다.
물론 그렇게 하고도 발생시킨 탄소가 남으면 교회 안팎에 숲을 조성하여 탄소를 상쇄시킨다. 그 숲이 교회를 오가는 이들로 창조의 기운을 느끼게 하면서 하나님의 창조하신 것들에 ‘참 좋다’고 감탄할 줄 알게 한다. 더불어 자동차를 멀리할 수 있도록 ‘차 없는 주일’을 지키면서, 세상과 교회를 걷거나 자전거, 대중교통으로 오가도록 한다. 그로써 성도들은 그 실천의 깊이가 날마다 더 깊어진다.
이밖에도 전 세계 온실가스의 상당량이 음식에서 나오기에, 육식을 줄이고 지역에서 나는 농산물을 필요만큼 차려 남김없이 먹는 일에 힘쓰는 교회들도 있다. 공동식사에 변화를 주고, 성도들이 밥상을 바꾸어 자신의 병든 몸과 마음, 영혼을 살려가고도 있다. 탄소중립 창조회복교회가 하는 실천의 목록은 끝이 없다! 중요한 것은 실천의 내용이 아니라 얼마나 서로 연결되어 실천하느냐이다. 신앙공동체 안에서 서로 신뢰하고 지지하는 가운데 날마다 기후 이야기를 해나간다면, 그로써 기후 위기의 풍랑을 두려움이 아닌 사랑으로 능히 건너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