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며 섬기며] 박형용 교수의 신작 “로마서 주해” 교정을 마치고_강승주 목사

0
91

박형용 교수의 신작 “로마서 주해” 교정을 마치고

속도 느린 나이 든 제자에게 교정의 특권을 맡겨 주신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

강승주 목사(섬기는교회)

 

‘스승’이라는 단어가 낯설게 느껴져 가는 이 시대에 박형용 교수님을 스승으로 모실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를 드린다. 교수님께서 건강하신 모습으로 왕성하게 저술 활동을 하시는 모습에서 옛날 박윤선 박사님처럼 오래도록 제자들 곁에 계시면서 귀감이 되어주실 것을 기대하게 된다.

2년 전 시무하는 교회 임직식에 설교를 부탁드려서 오셨을 때 은퇴하신 뒤에 조교의 도움 없이 저술 활동을 하시는 사실을 알고 마음이 걸렸다. 학창 시절에 조교로 교수님을 섬긴 적이 있어서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것은 어렵지만 저술 과정에 교정으로 참여하는 것은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참여해도 되겠는지 여쭈었다. 목회자의 사정을 잘 아시는 교수님께서 시간을 낼 수 있겠는가 염려하셨지만 교정은 틈틈이 보면 되는 것이기에 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려 그 뒤로 몇 권의 책을 교정볼 수 있었다.

작년 하반기에 교수님께서 “로마서 주해”를 집필하는데 교정을 봐줄 수 있느냐고 하셨다. 교수님은 부탁하실 때마다 항상 어렵게 말씀하신다. 목회하는 내가 시간을 내야 하는 것이 못내 안쓰러우시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고 그렇게 해서 여러 달에 걸쳐서 12월 말에 교정을 마칠 수 있었다.

교수님은 필자가 첫 번째 독자라고 말씀해 주셨다. 무엇이든 첫 번째가 차지하는 영광의 가치는 말로 설명할 수 없다. 감사하게도 내게 이 기회를 주셨다. 한 번이라도 교정을 본 사람은 알겠지만 아무리 꼼꼼히 살펴도 숨어 있다가 어디에선가 불쑥 나타나는 것이 오타이다. 그래서 그런 것을 찾아내면 희열을 느낀다. 그렇게 재미있게 교정을 볼 수 있었다. 어색한 부분이 나타나면 그것에 대해 교수님과 의견을 주고받으며 문장을 점검해 나갔다. 그리고 책에는 저자 특유의 어법과 문체도 나타나야 하기에 최대한 교수님의 문장이 훼손되지 않도록 조심했다.

그렇게 “로마서 주해”를 읽으면서 이 책이 교수님의 평생의 학문을 정리하는 역작이요 주해의 정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치밀한 주해 없이 설교 원고를 작성하고 있는 내 모습을 돌아보며 뜨끔했다. 나름 원문 성경을 읽을 수 있다고 자부하면서도 강도사 고시 이후 언제부턴가 치밀한 주해 없이 단어 몇 개와 인접 본문 및 문맥, 그리고 다른 본문을 살피고 주석으로 점검하는 것이 설교 준비의 전부인 내 모습을 생각하면서 아차 싶었다. 교수님은 중요 단어 하나하나를 꼼꼼히 살피고 다른 문헌들과 비교하며 그 뜻을 세밀하게 살피는 작업을 충실히 하셨다. 그것은 문장과 단어를 하나하나 살피며 교정을 보는 과정 속에서 얻을 수 있는 소득이었다. 주석이 모든 것을 다 다룰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주해를 충실하게 하지 않으면 하나님 말씀을 사실과 다르게 설명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설교자가 자기 생각에 오류가 있는데도 모르고 지나치게 된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교수님의 원고를 읽으면서 학창 시절에 많은 도움을 받았던 분들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어서 기뻤다. 칼빈, 헨드릭슨을 비롯해서 라이트푸트, 보스, 리델보스, 바빙크, 존 머레이, 이 제이 영, 리차드 개핀, 그리고 우리 모두의 스승이신 박윤선 박사님 등, 우리들의 신학적 토대 형성에 좋은 자료를 제공해준 분들이 등장했다. 박윤선 박사님을 비롯 학창 시절 밴 틸 박사 전기를 번역하면서 그 책에 실린 웨스트민스터신학교 교수진들 사진을 보고 흠모했던 존 머레이, 이 제이 영 등 옛날 분들의 글이 각주 속에 참고문헌으로 게재된 것을 읽으며 공부하던 때가 아련하게 떠올랐다.

한편으로는 참고문헌들 대부분은 1980년대 이전의 것들이고 최근에 나온 자료들은 그에 비해 분량이 적은 것을 들어서 이 책이 최근의 경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새것이 다 좋은 것은 아니고 옛것이라고 쓸모없는 구닥다리로 치부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자 그 같은 염려가 부질없는 것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지금 공부하는 사람들이 옛날 분들의 이름을 알까 싶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분들의 가르침이 오늘까지 이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연구하고, 그 결과물을 내어놓을 수 있는 토대가 구축되었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기본을 다지지 못한 채 새로운 해석이랍시고 어그러진 학설들을 받아들이다가 자의적 성경 해석에 빠질 위험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박형용 교수님의 ‘로마서 주해’는 로마서 이해의 기본에 철저하게 충실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교수님은 첫 번째 독자인 내게 솔직하게 이 주해서의 장단점을 지적하라고 말씀하셨다. 교수님은 원래 그런 분으로 누구나 합리적으로 편견 없이 대하시고 나이 어린 제자도 존중하시는 분이다. 그러나 그 말씀에 많은 부담을 느꼈다. 존경하는 스승님의 책을 교정보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런 코멘트는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주해의 가치를 일깨워 주시고 속도도 느린 나이 든 제자에게 교정의 특권을 맡겨 주신 박형용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