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의 뜨락| 에벤에셀 스톤 – 우리 부부의 제주 집짓기 7년 세월 _ 이미선 전도사

0
71

은혜의 뜨락

 

에벤에셀 스톤

– 우리 부부의 제주 집짓기 7년 세월

 

<이미선 전도사 | 합신 9회>

 

제주의 새 집에서 하나님이 하실 일과

부부가 황혼의 은혜 속에서 살아갈 일상

 

 

ViviLnk

이미선 전도사 부부

 

2012년 11월 19일, 저희 부부는 전에 있던 시골집을 허문 자리에 새로 지을 집터를 측량하기 시작했고, 2019년 11월 19일, 면사무소로부터 신축 준공 허가를 받았습니다. 7년이란 세월이 걸린 셈이죠. 일 년에 두 번씩 영국과 한국을 오가며 3개월씩 한 곳에 머물렀고, 제주에서 거주하는 동안만 일을 했지만, 이 기간 동안 저희 부부의 삶은 온통 집짓기에 투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토록 짧지 않은 인생의 한 부분을 뚝 잘라 사용해야 했던 만큼, 왜 집을 지어야 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우리 스스로에게도 설명하고 싶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계획을 세우고 일을 시작합니다. 물론 시작한 일의 끝이 어떠할 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으나, 모두들 시작한 일을 마치는 것을 목적으로 삼을 것입니다. 이와 비교하면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시작했던 일을 마치기를 노력하는 일차적인 목표 외에, 그 일을 하는 과정과 끝냈을 때 가지는 영적인 의미를 간구하게 됩니다. 물론 그에 대한 대답은 언제 알게 될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요.

저희 부부가 집짓기를 계획할 당시에는 저희들에게도 건물 완성과 준공 허가가 그 목표였습니다. 그 이상의 어떤 오묘한 의미가 있을 것은 전혀 염두에 둔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치고 서글픈 집짓기가 거의 끝나갈 무렵, 뜻밖에도 왜 우리가 집짓기를 하고 있는지 놀라운 의미를 깨닫게 되어, 어쩌면 마지막 박차를 가해 오늘에 이르게 하는 힘이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집을 ‘우리 손으로’ 짓자는 결정을 내리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집짓기에 대해서는 문외한들이어서 앞으로 일을 하며 겪을 고생에 대해 무지했을 뿐만 아니라, 전에 있던 시골집이 아주 낡은데다가 집안 천정이 낮아 남편은 허리를 구부려 걸어 다녀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일단 집짓기가 시작되자, 한편으로는 고된 노동자의 일상을 감수해야 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마을 사람들의 구경거리 겸, 그들 대화의 주제거리가 되어야 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저희 부부처럼 집짓기를 하는 경우를 처음 대하는가 보았습니다. 저희 부부는 삽으로 집의 기초를 파내었고, 시멘트와 모래를 과일 칵테일 깡통으로 계량하여, 커다란 김치 대야에 넣고, 흙손을 사용하여 섞어 모르타르를 만들어 일을 했으므로 당연히 일하는 속도가 굉장히 느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루 동안 돌 두 세 개를 쌓고 집에 돌아가는 날이 많았으니까요.

이렇게 일 하는 것을 보는 마을사람들은 야단이 났습니다. “언제 ‘업자’를 쓸 건가?” “언제 집짓기를 끝낼 거야?” “집을 지어도 집을 살 작자가 없을 텐데.” “건축사 도면을 못 읽을 건데?” 등등 저희 일터를 오가며 끊임없이 말을 걸었습니다.

제 남편은 한국말을 잘 못하기 때문에 이 모든 말을 듣고 수렴하는 것은 저 혼자의 몫이었습니다. 오랜 기간 동안 저는 마을 사람들 질문 하나 하나에 성심껏 대답했습니다. 똑 같은 질문과 대답이 반복해 오가는 동안 저 스스로에게 왜 우리가 집을 짓고 있는 지 묻고 되짚어 보았습니다. ”원래 우리가 이 집을 살 때 이곳에서 거주할 작정이었고, 나는 건설업자를 고용하지 않고 내 손으로 집을 짓고 싶고, 밥 먹고 살기 위해 돈을 벌지 않아도 되므로 이 일에 할애할 시간이 있으므로 빨리 일을 끝낼 필요도 없으니, 우리식대로 집을 짓는 것이 잘못된 건 아니다”라는 결론에 다다랐고 저희 부부는 우리 식대로 집짓기를 계속했습니다.

집을 손으로 짓는 다는 것은 저희 부부 둘이서 감당할 힘과 인내력을 시험하는 극한의 도전과도 같았습니다. 한번은 바람이 몹시 불고 춥던 날, 해는 이미 저문 뒤였지만 저희는 일을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영국으로 돌아가기 전 일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었고, 서쪽 벽의 마지막 벽돌을 쌓고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저는 작은 키를 보충하느라 발꿈치를 들고, 보통 건축현장에 설치하는 철재 스케폴딩 대신, 서쪽 벽돌 벽에 매달아 놓은 목재에 서서 힘겹게 균형을 잡으며, 5 미터 밑바닥에서 비춰주는 남편의 손전등 빛에 의지하여 모르타르를 바르고 벽돌을 올려놓고 있었습니다. 강한 바람에 떨어질 것 같은 순간, 제 마음에 천사가 제 등 뒤에서 붙잡아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집짓기 일을 하는 내내 이러한 극한 상황의 연속이었습니다.

이렇게 벽돌공이나 석탄 캐는 사람들처럼 일을 하며 집짓기를 하는 동안, 육체노동이란 것이 종종 글 쓰는 이들이 책상에 앉아 추상적으로 그려 내듯 낭만적인 일이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선망할 일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아울러 이렇게 고통스럽도록 힘들고 보기 흉하게 하는 집짓기 일을 통해 어떤 형태로든 아름답고 가치가 있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수 있을 만한 것이 생겨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수 년 동안 일을 해오는 동안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워 이만 포기해야 하는 건가 하던 작년에 저는 불현듯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오래전의 개인적 영적 과제를 생각해 내게 되었습니다. 36여 년 전 저는 가족의 신앙과 관계된 의문이 생겼고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창세기부터 계시록까지 읽어 나간 적이 있었습니다. 느헤미야 2, 3장에 이르러 “우리의 당한 곤경은 너희도 목도하는 바라. 예루살렘이 황무하고 성문이 소화되었으니 자, 예루살렘 성을 중건하여 다시 수치를 받지 말자하고”, “저희의 말이, 일어나 건축하자 하고 모두 힘을 내어 이 선한 일을 하려 하매” 하는 구절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는데, 이 성경의 사건은 제게 있어 우리 가족의 무너진 믿음의 성벽을 다시 쌓아야 한다는 하나의 임무로 새겨졌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부부의 집짓기 일이, 이 36여 년 전의 제 개인적인 영적 과제와 상징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깨달은 것입니다.

주님의 은혜로 저희는 이제 건축 완공 허가를 받고 난 지금, 새 집이 생긴 것도 좋지만 이 보다 시작했던 집짓기가 공식적으로 끝마칠 수 있게 되어 참 기쁘고, 제 가족의 ‘신앙 안에서의 무너진 성벽을 재건축’하는 데 있어 제가 감당할 몫을 다 했다는 생각에서인지, 무거운 짐을 벗어낸 것처럼 자유로움을 느낍니다. 또한 그 동안 겪었던 숱한 고통을 잊게 되며, 그렇게 흉하고 고통스러웠던 일 하기 과정을 통해서도 마침내 아름다운 결실이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을 고백하며, 이를 하나님께 영광으로 돌립니다.

집을 짓는 동안, 새로운 단계로 넘어 갈 때마다 몇 번이고 건축업자를 고용해서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그럴 때마다 상황이 여의치 않아 결국 기초를 삽으로 파는 것부터 지붕을 올리는 일까지 집 건물에 관한 한 모든 일을 저희 부부의 손으로 마치기에 이르렀습니다. 저희 집 짓기가 제법 모양을 드러내기 시작하자, 많은 사람들이 “교회를 짓는 거냐”고 물으며 “마치 교회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그러한 견해에 저는, “그 말이 맞지, 이 집은 내 남편과 내 마음의 성전을 건물로 만들고 있는 것과 같으니까”라는 생각을 했고, 이 집짓기가 완공 되면 즉시 예배를 드려 믿음의 성전 ‘헌당식’을 하고 싶어졌습니다.

더더욱 감사한 것은 마치 주님께서 예비해 놓으셨던 것처럼, 12월 8일, 동기분들을 포함한 귀하신 여섯 분의 목사님들이 와 주셨고, 설교해 주신 목사님께서 특별히 이 예배를 위해 선택하신 사무엘 상 7장 4절부터 12절을 읽으시고, “에벤에셀 스톤”에 관한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모든 것이 가슴 벅차게 하는 주님의 은혜입니다. 이후에 이 제주의 새 집에서 좋으신 하나님이 하실 일과 우리 부부가 황혼의 은혜 속에서 살아갈 일상이 기다려집니다. 할렐루야!

 

* 이미선 전도사는 합신(9회)을 졸업하고 이후 인천대 영문과와 영국 노팅험대학(예술비평론)을 졸업했다. 같은 대학에서 시니어 프로그래머(학업 관련 티칭 스태프)로 활동하던 컴퓨터프로그래머 영국인  Antony Michael Lomax와 결혼 하였다. 남편의 퇴직 후에는 스코틀랜드에 거주하며 아버딘 대학 ELATE 과정을 마치고 일하다가 향후 한국에서의 노후를 설계하며 2012년 제주에 손수 집짓기를 시작하여 영국을 오가는 생활 속에서 7년 만인 2019년에 완료하였다. 이 과정에서 부부가 얻은 교훈과 은혜의 기록을 함께 나눈다. _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