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의 한글현판은 역사적 사명이다
| 오동춘장로, 화성교회 원로 장로, 시인 |
“우리 글의 뼈대 살려 한글문화 세계에 꽃피게 해야”
문화재청은 국민의 여론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더운 8월 8일 일요일 오후에 쫓기듯 기습적으로 복원되는 광화문에 한자현판을 부랴부랴 달았다. 이것은 반역사적 반시대적 처사로 한심하기 그지 없는 일이다.
광화문은 조선조 태조 4년(1395년)에 경복궁 궁문으로 지어 세종 7년(1425년) 세종이 광화문이라 이름짓고 경복궁 집현전에서 온 세계에 길이 빛나는 한글을 창제한 것이다. 그러나 이 광화문은 임진왜란 때 불타버렸다. 270년이 흐른 뒤에야 고종 2년(1865년) 대원군이 복원했다. 이후 한국을 강제 병합한 일본은 총
독부 건물을 가린다고 동쪽 건춘문 옆으로 옮겨 지었다. 이것도 6.25 때 불타버렸다.
두 번이나 불탄 광화문의 한자 원본은 찾기 어렵다. 문화재청이 디지털로 찍어낸 사진에 의해 광화문을 한자 복원한 것이라 하나 이미 그 시대는 가고 1968년 박정희 대통령이 콩크리트로 광화문을 복원하고 자신의 글씨로 한글 현판을 달았다. 한국의 거울이요 세계의 심장인 광화문 거리가 더욱 환하고 우리 겨레의 상징으로 기쁨이 넘쳐 흘렀던 것이다.
2005년도 당시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정치적 이유로 박정희 대통령의 광화문 한글현판을 떼고 한자현판으로 바꾸겠다고 하여 크게 비판이 일기도 했다. 그런데 이건무 문화재청장이 경술국치 100년, 광복 65주년을 앞두고 광화문에 한자현판을 달고 한글겨레의 자존심을 짓밟고 나라의 수치를 드러내야 옳겠는가.
광화문을 바라보는 외국 관광객이 한자현판을 보고 아직도 한국은 자기 글자가 없는 중국의 속국으로 여기거나 지긋지긋했던 일본 식민지로 알게 아닌가. 이런 수치를 한글세대에게 물려 줄 것인가. 문화재청의 광화문 한자현판 사건은 두고두고 한글세대의 심판대에 오를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옥에 문화적 티로 길이 얼룩질 것이다.
이미 40여 년의 역사를 가진 박정희 대통령의 한글현판도 문화적 가치가 충분하다. 다시 광화문에 달아도 된다. 그것이 싫으면 훈민정음에서 집자하여 광화문이라 한글로 쓰면 더욱 뜻 깊지 않겠는가. 한글현판으로 바꾸는 문화재청의 용단을 기대해 본다.
말과 글은 그 겨레의 얼이다. 우리 말과 글의 뼈대를 살려 우리 한글문화가 세계에 꽃피게 해야 한다. 아침세대인 한글세대가 밀물처럼 몰려 온다. 바야흐로 눈부신 21세기 한글시대다.
광화문의 한글현판! 역사적 시대적 사명이다. 남북 7천만 겨레의 꿈이요 희망이다. 준엄한 하늘의 명령이다.
국민의 소망이 큰 이명박 정부시대 문화재청은 광화문 한자현판의 착오를 바로잡고 물 흐르듯 순리로 한글현판을 속히 달아서 한글힘으로 길이 빛나는 한글나라를 만들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