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공화국의 붕괴 조짐(兆朕)_조석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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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공화국의 붕괴 조짐(兆朕)

 

 

| 조석민 목사, 에스라성경대학원대학교 신약학 교수 |

 

 

“거대한 콘크리트 괴물로 변할 가능성 미리 대비해야”

대한민국의 주거 형태는 이제 거의 대부분 아파트로 바뀌고 말았다. 이런 현상은 주거형태라는 관점에서 도시와 농촌의 차이도 없애 버린 듯하다. 시골의 논과 밭 사이에도 아파트가 괴물처럼 건축되었다. 아마도 빠르면 100년 쯤 뒤에는 ‘한국의 주거형태는 아파트였다’로 이해 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집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매우 특별한 것으로 단순히 사는 공간의 개념을 넘어선다. 예전의 기와집과 초가집 형태의 한국 전통 주거 문화 속에서 부족한 집을 마련하여 자기 소유의 집이 없는 사람들을 위하여 정부에서 아파트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원래의 취지는 사라지고 집이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 변화하여 ‘부동산 불패신화’라는 말을 만들어 낸 것이다. 다시 말해서 한국 사회에서 주택 소유욕은 크고 이런 환경 속에서 주택가격 하락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프랑스에서 한국사회를 연구하는 젊은 연구자인 발레리 줄레조(Val rie Gel zeau)가 1990년 처음 서울을 방문했을 때, 아파트단지의 거대함에 충격을 받고 연구를 시작하여 탄생된 책이 {아파트공화국}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아파트 대량생산체제를 지탱하고 있는 국가와 재벌, 그리고 중산층의 이익연합에 대한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 

 

손낙구는 {부동산 계급사회}에서 우리나라의 부동산 소유와 관련된 자료를 제시한다. 그에 따르면 2006년 행정자치부 자료를 근거로 2005년 8월 12일의 현황으로 다주택 소유자 상위 100인의 실태는 1위가 1,083채를 소유하고 있고, 100위에 해당하는 사람이 57채를 소유하고 있었다. 상위 100인이 소유한 집의 전체 합계는 1만 5,464채이다. 

 

그렇다면 한 사람이 아파트 50채를 소유해도 100위에 들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아파트가 단순히 삶을 영위하는 공간이 아니라, 재산증식의 수단이기에 부동산 불패신화 속에서 부동산 소유를 통해 부자가 되려고 기를 쓰고, 그 결과 아파트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른 것이다. 

 

하지만 이런 부동산 불패신화에 찬물이 부어지면서 아파트 공화국의 붕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경제연구소들 가운데는 현재 나타나는 아파트 가격 하락 현상을 그동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던 아파트 가격의 거품붕괴로 이해하며 절반 가까운 가격으로 하락할 것을 예측하고 있다. 이런 조짐들을 이미 감지하고 방송에서는 아파트 가격 하락을 주제로 특집 방송을 시작했다.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재무구조 악화로 수도권 2기 새도시 조성 역시 곳곳에서 휘청거리고 있다는 소식도 또 다른 붕괴 조짐이다. 아파트를 지어도 분양이 되지 않는 현재의 상황 속에서 토지를 계속 개발하여 아파트를 짓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판단이다. 

 

단순히 살기 위한 아파트이지만 작은 공간의 아파트에서 좀 더 넓은 공간의 아파트로 이사하는 풍토로 말미암아 융자금의 이자는 눈덩이처럼 늘어나서 더 이상 감당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제는 아파트를 다시 싸게라도 되팔아서 융자금을 갚아 보려고 몸부림치지만 구매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 이제는 아파트가 더 이상 재산 증식의 수단이 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분명한 신호이다.

 

바울은 당시 젊은 목회자인 디모데에게 목회적 권고와 더불어 여러 가지 실제적인 삶의 교훈을 서신으로 적어 보냈다. 그 내용 가운데 경제 문제와 관련하여 주는 교훈은 오늘날에도 적용될 수 있는 매우 의미있는 내용이다. 

 

“우리가 세상에 아무 것도 가지고 온 것이 없으매 또한 아무 것도 가지고 가지 못하리니 우리가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은즉 족한 줄로 알 것이니라. 부하려 하는 자들은 시험과 올무와 여러 가지 어리석고 해로운 욕심에 떨어지나니 곧 사람으로 파멸과 멸망에 빠지게 하는 것이라. 돈을 사람 함이 일만 악의 뿌리가 되나니 이것을 탐내는 자들은 미혹을 받아 믿음에서 떠나 많은 근심으로 자기를 찔렀도다”(딤전 6:7-10). 

 

아파트 가격하락으로 숨죽이며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아마도 이들 가운데는 단순히 주거용 목적으로 아파트를 구입하고 나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아파트 가격의 하락과 상승이 별 의미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아파트가 단순히 주거 공간이지 재산 증식의 수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파트를 구입하여 재산을 늘려보려는 사람들 가운데 많은 융자금으로 아파트를 구입한 사람들은 뼈저린 교훈을 받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파트 가격 하락을 보면서 손뼉치며 좋아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가 된다는 바울의 가르침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깊이 묵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아파트 가격 하락은 곧 아파트 공화국의 붕괴를 의미할 수도 있다. 그 붕괴 조짐이 여기저기서 나타나 우리의 미래를 불안하게 한다. 하지만 미래의 한국 아파트는 단순히 가격 하락만이 문제가 아니다. 미래의 아파트는 결국 도시 문제로 나타날 것이며, 건물 수명을 20-30년으로 볼 때 앞으로 2030-40년부터는 골칫거리가 되는 거대한 콘크리트 괴물로 변할 가능성이 있다. 다시 말해서 한국에서 일상처럼 되어버린 재개발의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아파트를 짓지도 않았는데 그 아파트를 보지도 않고 돈을 미리 지불하는 선분양의 이상한 주택정책 구조 속에 엄청난 수익을 맛보았던 건축 재벌들, 그리고 그 구조를 유지해 준 정부의 주택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불안한 미래는 계속 될 것이다. 

 

더욱이 살기 위한 주거 공간으로서의 아파트가 아니라, 재산 증식의 수단이라는 잘못된 개념을 바꾸지 않으면 욕심이 잉태한 결과를 맛보야 할 것이다. 대구가톨릭대학교 전강수 교수는 {부동산 투기의 종말}에서 지금은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지만, 인간의 탐욕은 부동산 경기를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아파트 공화국의 붕괴 조짐을 바라보며 “여우도 굴이 있고 공중의 새도 집이 있으되 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도다”(눅 9:58)라고 말씀하신 예수님을 생각하며 현재의 삶에 만족하는 법을 배워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