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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권징의 바른 좌표
곽윤영 목사·황치교회
“권징은 교회의 머리가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준엄하신 시행과 명령이며 곧 성경의 명령이다”
권징이란 말하기도 듣기도 시행(치리)하기도 통상적으로 거부감 혹은 부정적
선입견 때문에 공히 자타가 부담스러워하는 말이기도 하다. 왜 그럴까? 이유
는 간단하다.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벌을 주기도, 받기도 해야하기 때문이
다. 그러기에 교회의 역사는 과거와 현재를 불문하고 권징 전, 후의 목소리
가 불협화음으로 그칠 줄 모르고 오늘에까지 이르고 있다.
이와 같은 사유도 간단하게 생각할 수 있다. 사실은 교회들이 권징의 원리와
그 목적 그리고 공정한 권징을 시행한다면 파렴치한이 아닌 이상 아파도 괴로
워도 피차(치리회와 범법자) 고통을 감내하며 겸손히 근신과 회심으로 치리회
에 복종하는 자세로 해벌의 날까지 굴종하리라 믿는다. 이에 권징의 바른 좌
표를 몇 가지로 요약하고자 한다.
첫
째, 권징의 원리
권징의 근본 원리는 교회의 머리가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준엄하신 시행
과 명령이시며 곧 성경의 선포이다(마 18:15-17). 교회란 유기적 조직체, 곧
예수 그리스도에게 연합된 신자들의 평화로운 교제일 뿐만 아니라 하나의 사
회적 기구이다. 때문에 빛이요 소금의 본분을 다해야하는 창조적이며 질서적
인 조직체가 아닌가?
기독교의 삼주덕(三主德)인 신망애(信望愛)를 비롯해 말씀과 믿음의 지혜, 영
적 싸움의 용기, 세속적 정욕의 방탕에서 절제하는 삶과 같은 합리적인 교훈
들이 어우러져 “교회를 교회 되게, 신자를 신자되게” 하는 아름다운 황금률
로 교회의 고유적이며 초연적 덕목들이 충만한 것이 교회가 아니겠는가?
권징이란 “교회를 교회 되게” 하는 성경적 모든 덕목들에서 일탈(逸脫)하
는 범법자들로 거룩한 교회를 보호하는 것으로 주님께서 세우신 제도이다. 영
적인 조상 칼빈은 권징이 가정, 클럽, 단체에서 필요하듯이 거룩하신 하나님
께서 우리 가운데 세우신 신성한 공동체(교회)에서도 필요하다고 가르쳤다.
그러므로 권징을 폐지하거나 그 회복을 막으려고 하는 사람들은 고의로 하든
지
또한 모르고 하든지 결국 교회를 해체시키는데 이바지하는 것이다.
교리를 전하기만 하고 사적인 충고와 시정과 기타 보조 수단을 첨가해서 교리
를 지탱하며 실천하게 하지 않는다면 각 사람이 제멋대로 행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권징은 그리스도의 교훈에 반대 혹은 천자(擅恣)히 행하는
사람들을 억제하며 길들이는 굴레와 같으며 나태한 그리스도인을 유화(宥和)
함으로써 부드럽게 징벌하는 아버지의 매와 같다.
신자들을 억제하려는 생각이나 방법이 없어서 교회가 참화를 당할 위험이 보
일 때는 이 절박한 사태로 말미암아 권징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그리
스도께서 명령하시고 경건한 성직자들이 항상 권징으로 처방했다고 믿고 있
다. 또한 교회헌법대전에는 “권징은 장로회 정치의 여덟째 원리이다. 이는
치리권 원리에 따르는 불가분의 원리이니, 신성유지권과 질서유지권에는 마땅
히 범법자를 징책하거나 제척(除斥)하는 권징권을 수반한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16세기에 발생한 신앙적 갈등의 배경을 의식하면서 벨직 신앙고백서에서도
교회 3대 표지(標識)를 선포할 때 첫째, 순수한 복음(설교)전파. 둘째, 그
리
스도에 의해 제정된 성례의 실시. 셋째, 정당한 권징의 집행시행을 선포했
다. 법은 질서요 질서는 평화를 수반한다. 그러기에 어떠한 이유이든 하나님
께서 교회의 질서와 평화를 위하여 권징의 선물을 제정 선포하셨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둘째, 권징의 목적
칼빈은 “추악하고 부끄러운 생활을 하는 자들과 또한 그들을 따르고 본받는
자들에게서, 그리스도인 이라는 거룩한 이름을 빼앗으려 하는 것, 그들로 인
하여 거룩한 교회가 마치 악하고 타락한 자들의 음모 단체인 듯한 인상을 주
어, 하나님에게 치욕이 된다. 그러므로 교회의 가장 신성한 이름에 수치를 씌
우는 일이 없도록 하려면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을 더럽히는 악행을 하는 사
람들이 교회라는 가정으로부터 추방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권징법이 교단마다 대동소이하지만 진리를 보호하며 그리스도의 권위와
영광을 견고히 하며, 악행을 제거하고 교회를 정결케 하며, 덕을 세우고 범죄
한 자의 신령적 유익을 도모하는 것이라고 권징의 공통된 목적을 말하고 있
다. 불언가지하고 교회로서 필요 불가결한 진리의 말씀을 순종하고 교회를 보
r
호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권징의 주된 목적이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교회의 문제요 크나큰 과제가 되는 것은 교회들이 셋째 표
지인 권징에 대하여 소홀히 여기며 무관한 태도로 일관한다는 비보(悲報)이
다.
한 예로 A교회로부터 성 삼위일체의 이름으로 권징받은 자가 B라고 하는 교회
로 옮겨갔을 때 A라고 하는 교회로부터 중죄로 징계 받은 사실을 B라고 하는
교회에서는 잘 알면서도 기꺼이 환영과 동시에 무죄한 자로 중직을 선뜻 임직
시킨다는 사실이다. 이는 “코람데오”(CORAM DEO)의 어떤 명분과 구실이 가
하다고 궤변 내지는 달변을 할지라도 이것은 권징한 교회를 욕되게 하는 것
은 물론이요 곧 권징을 제정하신 주님을 모독하는 행위요 신성불복종 죄라 아
니할 수 없다.
왜일까? 지금도 주님은 A라는 교회에 머리가 되시며, 주님의 피 값으로 세우
셨고, 구원받은 백성들이 여전히 하나님께 예배드리며, 온갖 신앙고백을 하
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주님께서 교회의 표지를 엄숙히 시행하게 하시기 때
문에 A라고 하는 교회의 정당한 권징 시행을 B라고 하는 교회가 어떠한 특권
으로도 일방적 폄하는 행위, 범법자에 대한 보호
및 권징을 해벌 조치하여 무
죄 자로 선포하는 행위, 즉시 중직으로 임명하는 행위는 되돌릴 수 없는 과오
요 실책이며 오만한 행위이다. 이는 A라는 교회에 대한 도전이 아니라 하나님
께 대한 시비요 훼방하는 크나큰 범죄일 것이다.
오늘날 이러한 불가항력적이며 어불성설인 교회들이 있다면 “참 교회”라고
는 할 수 없으며 해(該) 노회나 총회에 반드시 치리를 받아야 옳을 것이다. A
라고 하는 교회와 B라고 하는 교회는 지역적인 이름만 다를 뿐이지 하나님을
섬기는 모든 교회의 본질과 목적이 일치하며, 통일된 그리스도의 몸이요 지체
이며 한 몸으로 이루어진 한 형제요 한 자매로서 분리 혹은 원수로 전락할
수 없다(고전 12;1213; 요 5:6-7; 요일 3:14-16).
그러므로 이명자가 B라고 하는 교회에 왔을 때에 아무리 반갑고 급해도 필히
절차(이명증서, 상담, 이명한 교회의 감사례)가 선행되어야 순서요 정확한 교
회의 범례일 것이다. 만약 이명자가 A교회의 범법자라는 사실이 인정되었을
때 지체하지 말고 긍휼과 자비의 심정으로 그를 선히 권면하여 본교회로 돌아
가 해벌을 받는 날까지 근신하고 복종해야 된다고 위로하며, “A
교회가 권징
한 것은 B교회가 권징한 것이나 조금도 다를 바가 없는 하나된 그리스도의 교
회이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라고 교회의 질서의 예법을 확실하게 제시해
줘야할 의무가 하나님 앞에서 B라는 교회에 있다.
한국교회가 모두 이렇게 성서적인 수순(手順)을 밟아 범죄자를 위로 권면하
여 되돌려보낸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교회들이 될까? 하나님께서 얼마나 기뻐
하실 일일까? 얼마나 멋있는 인격적인 하나님의 종다운 종일까? 그러므로 A교
회와 B교회의 화해할 수 있는 처방은 오직 범법자를 수용하고 용납한 B교회
가 겸손히 회개하는 심정으로 A교회에 용서를 받고 원상 처리해야 할 것이다
(마 5:23-26; 18:19-20). 그럴 때 “참 교회요 참 성도“라고 인정을 받을 것
이며 칭찬을 받으리라 확신한다.
이런 모습들의 한국교회가 된다면 “주님의 나라”가 임하는 것이요 한국교회
는 하나로 통일 될 것이며 사회로부터 존경받는 교회와 목사들이 되리라고 믿
는다. 참 행복하고 평화로운 사랑의 교회들이 될 것이다.
개혁주의 조상들은 교회 표지를 정당하게 시행하는 교회를 ‘참된 교회’라
고 불렀으며 이것들이 없는 교회를 ‘그
릇된 교회’ 혹은 하나의 ‘분파’로
일컬었다. 우리 한국교회는 개혁주의 전통의 교회 개념이 하나의 거룩하고 보
편적인 사도적 교회라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사실과, 즉 예수 그리스
도가 머리이신 단 하나의 교회만 존재한다는 원리와 목적을 필히 전수받고 인
식하여 그리스도의 지체로 하나된 교회들이 서로 사랑하고 용서하며 ‘참된
교회’가 되어야 하며 ‘그릇된 교회’ 혹은 ‘분파’ 교회로 전락되어서는
결코 안될 것이다.
그러므로 권징을 주님의 명령으로 알아 시행하는 교회야말로 참된 개혁주의
신조에 부합한 교회요 그 교회야말로 예수 그리스도의 참된 신부로 천명(擅
名)될 것이며 다같이 감사의 박수를 보내야 할 것이다.
셋째, 권징의 결과
권징의 결과를 단언하면 진리에서 돌이키기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무엇을 심
었느냐에 따라 득죄의 결과는 다음과 같은 권계(Admonition),견책(Rebuke),
정직 혹은 면직(Suspension or Deposition from office). 수찬정지
(Suspension from the Communion of the church), 제명출교(Excommunication)
에까지 이르는 시벌(施罰)들이 주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히
알아야 할 것
은 교회가 권징하여 시벌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교회들은 이
를 잘 안다.
그러기에 어떤 방법이든 회개를 촉구하기 위하여 백방으로 사랑의 권면과 위
로와 충고를 거듭거듭 많은 날 혹은 많은 세월들로 목회자들은 괴로워 울기
도 하고 어디론가 가버리고 싶은 절절한 충동 심지어는 사명을 벗어나고 싶
은 최후의 고민이 혹독한 정신적인 충격과 체벌의 늪, 벼랑 끝으로 몰리면서
까지 고통을 감수하면서 사랑하는 성도(범법자)를 만부득이 치리하는 것이 권
징이다.
권징의 결과는 범법자가 회개할 때 치료하는 좋은 명약이요 피차 아름답고 새
롭게 도약하는 유기적인 관계가 된다. 하지만 이에 반하면 대인관계에 깊은
상처요 더하면 슬픔이며 증오요, 비극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한국교회 성도들이여! 불법하지 말자. 교회 법에 지극히 순복하자. 쓰라린 아
픔을 겪으면서 목회 하는 자기들의 영혼을 담당한 목자를 알아 드리자. 주님
의 일을 잘하는 자기들의 목자로 감싸드리고 순종하는 아름다운 사랑이 이 세
상 떠날 때까지, 주님께서 다시 오시는 그날까지 주의 종과 목회자와 목회자
관계에 지대
한 화평과 화목으로 지속되기를 진실한 말씀의 양심으로 바라고
또 소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