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제국주의를 경계한다 _이광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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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제국주의를 경계한다

이광호 목사(WIN선교회 한국대표)

한일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우리에게 대단한 변화
를 가져다 주리라 생각된다. 아무도 예기치 못했던 월드컵 4강이라는 괄목할 
만한 성적과 온 국민들의 단합된 모습, 그리고 성숙한 시민의식 등은 전 세계
에 우리 민족을 홍보하기에 충분했다. 정치가, 경제인, 스포츠인들 등 모두
가 이런 호기를 살려 우리의 위상을 한층 높이려 애쓸 것은 틀림없다. 또한 
기독교 선교에 관련된 인사들 또한 이번 기회를 선교에 활용하려 할 것이다.
지난 88올림픽 이후 한국선교가 한층 발돋움했던 사실을 기억한다. 사실 88
올림픽 이전만 해도 한국 사람들의 해외여행은 그리 흔하지 않았으며 해외 선
교 또한 그 영향을 받고 있었다. 그러므로 당시 유럽을 비롯한 먼 지역의 외
국인들이 한국이라는 나라가 어디에 붙어 있는지 조차 알지 못하는 게 전혀 
이상스럽지 않았다. 

필자는 80년대 초 유럽을 여행하면서 그에 대한 많
은 경험을 했다. 내가 한
국인이라 하면 아프리카 어디서 왔느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었으며 남미 어디
에서 왔느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 중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한
국이 아시아 어디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는 했지만 구체적인 지식은 거의 
없었다. 그저 남북이 분단된 나라,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정도로 알고 
있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그들의 교과서에는 한국이 6.25전쟁으로 인해 폐허
된 가장 가난한 나라 정도로 가르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당시 한국
인, 그리고 한국 출신의 선교사들에게는 자기의 출신국가나 민족으로 인한 자
부심 같은 것은 전혀 있지 않았다.

80년대 초의 그런 형편을 감안하면 88올림픽은 해외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
에게 엄청난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많은 외국인들이 TV를 통해 한국의 모습
을 보며 꽤 괜찮은 나라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우리보다 가난한 
나라들에서는 한국을 보는 눈이 급격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우리 선교사들은 대개 경제적으로 가난한 나라들에 편중되어 있었다. 88올림
픽은 그런 선교사들에게 민족적 자긍심을 깊이 심어주게 
되었다. 자기의 출신
국가가 발전된 나라로 인정받는다는 것은 상당한 프리미엄이 될 수 있다. 누
구에게나 마찬가지이겠지만 특별한 기술이나 경제력을 가지지 아니한 선교사
들에게는 그 의미가 더욱 살아날 수 있다. 

문제는 그것이 아직 신학의 정도나 선교경험이 풍부하지 않은 우리 선교사
들에게 자기도 모르는 사이 제국주의적 사고를 가지게 한다는 점이다. 하나님
의 복음에 대한 자랑만 존재해야 할 선교사들에게 자신의 민족과 나라에 대
한 자랑이 더욱 증폭된다면 문제가 아닐수 없다. 그러다 보면 선교사들은 자
기 나라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되고 선교지의 사람들은 복음 보다 한국이라
는 나라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러한 논리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 하나님을 믿으면 이 세상에서 잘 살게된다는 기복적 신앙을 전할 우려
가 생기는 것이다. 사실 그러한 사고는 풍부한 선교 역사와 경험을 가진 서
구 선교사들에게 어설픈 오해를 가지게 한다. 88올림픽 이후 선교지에서 발생
했던 여러 문제들을 기억한다면 우리는 이번 월드컵 경기 이후를 잘 준비해야
만 한다. 

선교지의 주민들은 우리나라 선교사
들을 보면, ‘코리아, 넘버원!’이라며 엄
지손가락을 치켜 세워 보이며 인사할 것이다. 동시에 우리 선교사들은 자랑스
런 조국을 두게된 것을 감사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진정한 주
의를 기울여야 한다. 선교지에서 자기 출신국가의 성공을 지나치게 의식하거
나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되면 선교제국주의적 경향으로 흐르게 될 위험이 있
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의 경제적 발전과 함께 한국의 자동차, 전자제품, 컴
퓨터 산업 등을 통해 선교제국주의적 경향에 접어든 우리 시대에 월드컵으로 
인한 성공은 그러기에 충분한 것이 사실이다.

선교현지의 사람들이 ‘코리아, 넘버원!’이라 치켜세울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들 앞에서 자긍하는 마음이 아니라 진정으로 겸손한 마음임을 잊어서
는 안된다. 선교사들은 자기의 조국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여 일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선교사들은 복음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영원한 진리를 전하기 위
해 교회로부터 파송받은 자들이다. 선교지의 주민들이 한국을 부러워할 때 우
리는 그것이 자랑스러워할 만한 대단한 것이 아니라 주님의 복음만을 진정으
로 소중히 여기
고 있는 성도의 삶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위상
이 점차 높아진다 하더라도 그것이 자칫 선교제국주의적 경향에 빠지지 않기
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