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는 “정책 대결해야 한다”고 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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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는 “정책 대결해야 한다”고 하더니
송영찬 국장

제16대 국회의원 총선이 그 막을 내렸다. “이번 선거는 역대 최대의 금권,
관권이 동원된 부정 선거”라고 주장하던 한나라당이 전국 112개 지역구를
석권해 제1당을 차지했다. 한나라당은 전국구 21석을 배당 받아 133석을
확보했으나 과반수에 미달되었다. 민주당은 예상을 뒤엎고 지역구 96석, 전
국구 19석 등 115석을 확보했다. 반면에 무소속 등 기타 정당은 모두 25석
에 불과해 향후 양당 구도 체제가 본격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총선의 특징으로는 중진들의 몰락, 386세대의 약진, 총선연대 낙선운
동의 파동, 자민련의 텃밭 붕괴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낙선 대상자
중 70퍼센트가 고배를 마신 것은 총선연대 활동이 정치권에 영향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또한 386세대의 약진은 정치권에 물갈이가 본격적으로 시
작되었음을 시사해 주고 있다.
총선 결과를 놓고 보면 민주당이 호남 지역 정당을 탈피하고 경상도를 제
외한 전 지역에서 고루 득
표한 반면 충청권의 자민련은 현저하게 텃밭이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반면에 경남권에서 선전을 기대했던 민국당
은 한나라당의 아성을 넘지 못하고 말았다. 반면 한나라당은 경상권 65석
중 64석을 석권했으나 기타 지역에선 48석만을 얻어 경상 지역 정당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것은 15대에서 전국 정당임을 자처하던 한나라당에게
있어 적지 않은 부담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총선은 역대 최저의 투표율로 57.2%에 불과했다. 이것은 정책 대결보
다는 아직도 지역 감정 위주의 선거 전략과 후보자들의 비리, 전과 등의
공개로 후보 자질에 대한 부정적 견해가 더해져 유권자들의 무관심을 부추
겼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총선 역시 정책 대결 구도보다는 무관심과 냉대
속에서 치러진 정치권 만의 잔치로 그 막을 내리고 말았다. 언제는 정책
대결을 벌이자더니 결국 정치권의 말장난으로 끝나버린 것같아 뒷맛이 씁
쓸하기만 하다.
반면에 이번 총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한 기독교인은 92명으로 전체 의석수
의 34%에 달한다. 그중 35명만이 재당선자이고 57명은 금번에 당선된 새
로운 얼굴들이다. 상당수의 중진 의
원들이 탈락한 반면 새로운 얼굴들이
국회에 진입한 것이다. 이것은 총선연대 낙선자 명단 86명중 기독교인이
37명으로 그중 31명이 낙선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기독의원으로서 소신 있는 정치를 하기보다는 소속 정당의 당리당략에 따
라 소신을 접어야 할 경우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번 선거가
정책 대결이 아니었다는 점을 감안해 본다면 이번 총선의 특징이 그대로
기독의원들에게도 적용되었음을 의미한다. 이것은 기독의원들도 그렇지 않
은 의원들과 대동소이하게 평가된 것으로 보인다. 결국 기독의원은 무언가
달라야 한다는 우리들의 기대가 무너지고 만 것이다.
금번 당선된 기독의원들의 소속 정당을 보아도 민주당 44명, 한나라당 43
명, 자민련 5명, 무소속 1명으로 2대 양당 소속이 92%에 달한다. 이 역시
개인적인 능력이나 자질보다도 정당의 배경이 그만큼 당락에 영향을 미쳤
음을 알 수 있다.
바라건대 16대 기독의원들이 기독정신을 발휘함으로써 정치권에 참신한 바
람이 불어왔으면 한다. 그리고 다음 총선에서는 기독의원들이 일반 정치인
들과는 확연하게 다르다고 평가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