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교훈과 합신의 미래
산타야나(George Santayana)는 “역사를 통해 배우지 않은 사람은 잘못을 재
연하게 된다”는 금언을 남겼다. 우리는 과거의 역사를 통해 교훈을 배워야
할 뿐만 아니라 역사의 흐름 속에 인간의 타성과 습성이 어떻게 변하고 발전
하는지를 관찰함으로써 앞으로의 역사 발전에 대비하는 지혜도 가져야 한
다.
지난 한국 장로교회는 20-30년이라는 주기로 큰 소용돌이 속에 빠졌었다.
1953년 김재준 목사의 자유주의적인 신학 입장을 추종하는 사람들과 박형룡
목사의 신학을 지지하는 보수주의 그룹으로 각각 예수교장로회와 기독교장로
회로 분열되었다.
그후 1959년 대한예수교장로회가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측)과 대한예수교장
로회(통합측)으로 분열했다. 합동측과 통합측의 분열은 W.C.C.(World
Council of Churches)의 잘못된 신학적 입장이 전면에 대두되었으나 그 이외
에도 다른 여러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분열하기에 이르렀다.
합동측과 통합측이 분열된 지 20년이 지난 1979년에는 합
동측이 주류와 비주
류로 분열되었고 그 와중에 1980년에 합동신학교와 1981년에 대한예수교장로
회(개혁, 현 합신)교단이 설립되었다.
이렇게 지난 한국교회의 분열을 언급하는 것은 과거의 상처를 되씹고자 해
서 그런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지난 역사의 교훈을 통해 현재와 미래를 잘 준
비하자는데 그 목적이 있다.
지난 한국교회의 역사를 일별해 보면 20-30년이라는 주기를 주목하게 한다.
20-30년이란 주기는 한 인간의 생애에서 뿐만 아니라 한 단체의 역사에서도
중요한 변화를 일으키는 기간이다.
한 개인이나 한 단체가 무엇을 시작한 후 첫 사랑과 첫 열정을 잊을 만한 기
간이 20-30년의 기간이다. 그 이유는 어떤 사건이 발생한 후 20-30년이 지나
면 그 역사적 현장에서 활동했던 25세에서 30세에 해당하는 젊은이들이 45세
에서 60세 사이의 장년이 되어 있고, 그들이 20-30년 사이에 이룬 위치와 업
적과 경험이 과거 20-30년 전의 정의감과 열정 대신 타성과 안일과 구습과
자기 주장에 빠질 위험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1세대 사람들에게도
적용된다. 1세대 사람들은 시대의 발전과 변화를 의식하지 않고 자기의 주
장
만 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교단과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이하 합동신학원)은 지금 설립된 지 30
년 정도 지나가고 있다. 합동신학원은 1980년에 설립되었으니 30년을 바라다
보고 있고, 우리 교단 역시 1981년에 시작했으니 같은 형편에 있다.
그동안 우리 교단은 장신 교단과 합동하여 큰 힘을 얻게 되었다. 다른 교단
들은 합동한 후에도 다시 분열되거나, 분열되지 않을지라도 내부적인 갈등
이 계속되는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지만 우리 교단은 약간의 지엽적
인 문제를 제외하고는 비교적 평화롭고 건강하게 발전하고 있다.
비록 우리 교단과 합동신학원은 작은 단체이지만 다른 교단들의 인정을 받으
면서 활동하고 있다. 여러 가지 면에서 우리 교단과 합동신학원은 칭찬을 들
어 마땅하다. 하지만 우리 교단과 합동신학원 안에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럴 때 우리는 역사의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30년 전에 우리 교단과 합동신학원은 바른신학, 바른교회, 바른생활의 기치
를 들고 시작했다. 우리 교단이 한국교회 내에서 현재의 위상을 유지할 수
있게 된 것도 세 가지 모토를 실천해 보려고 노력한
데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자아 성찰을 하면서 전진해야 한다. 바른신학이라는 모토는
우리가 바르다고 주장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이 우리의 신학을
바르다고 인정해 주어야 성취되는 것이다. 바른교회라는 모토 역시 우리가
바른교회 한다고 주장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이 우리가
섬기는 교회가 바른교회임이 틀림없다고 인정해 줄 때 성취되는 것이다. 또
한 바른생활이라는 모토 역시 우리가 바른생활한다고 주장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이 우리의 생활을 보고 바른생활을 한다고 인정할
때 성취되는 것이다.
현재 우리 교단은 교단을 설립했던 제1세대가 거의 다 떠났고 이제는 합신
초기 졸업생들이 앞장서서 교단의 일을 하는 형편이 되었다. 30년 전 성경중
심의 바른 신학, 그리스도가 주인이 되는 교회, 그리고 하나님이 기뻐하시
는 바른 생활을 실천하자는 세 가지 모토를 가지고 시작한 우리 교단과 합동
신학원은 이제 다시 한 번 우리의 중심을 다잡고 전진해야 한다.
우리 교단과 합동신학원은 작은 교단이요 작은 신학대학원이지만 많은 장점
들을 가지고 있다
. 우리 교단은 그동안 쌓아 온 장점들을 살리고 단점들을
교정하면서 서로서로 칭찬과 격려로 미래를 창조해 나가야한다. 부정적인 비
평과 불만은 상처를 아프게 하는 역할을 하지만 칭찬과 격려는 근육을 튼튼
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성경 말씀은 “시간을 사라 때가 악하니라”(엡 5:16)고 명령하신다.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때의 악함은 비슷하다. 우리는 지난 30년의 세월을 되돌아
보며 앞으로의 시간을 사기 위해 서로 칭찬하고 격려하면서 전진하도록 해
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