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강| 개혁교회 예배모범을 통해 본 예배순서와 요소 _ 이남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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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강

 

개혁교회 예배모범을 통해 본 예배순서와 요소

 

<이남규 교수 _ 합신 조직신학 / 시은교회 협동목사>

 

개혁교회는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내적 예배를 근원으로 단순하면서도
소박한 예배가 되게 했다

개혁교회의 예배모범에서
예배시간은 온전히 하나님 앞에만
서는 시간이어서, 하나님께만 집중한다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어떻게 섬김을 받으시길 원하시는지 하나님 자신이 알리시는 길 외에는 없다. 예배와 관련해서도 하나님의 자기 계시가 필수적이다. 하나님이 알리신 내용에 따라 우리의 예배가 있다. 하나님이 어떤 섬김을 받던지 하나님께는 상관없다고 하는 자는 하나님이 친히 계시하신 내용을 멀리 치우고, 하나님의 지시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느낌을 따라 자신의 필요대로 하나님을 예배할 것이다. 개혁교회는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예배를 개혁하려고 했다. 덧붙여 외적예배의 근원인 내적예배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예배가 근본적으로 내적이라는 사실과 하나님의 말씀을 따른 방식은 단순하면서도 소박한 예배가 되게 했다. 웨스트민스터 예배모범이 만들어졌을 때, 찰스를 위한 국교회 사제 헨리 해먼드가 반대했던 주된 이유는 그 단순성과 간소함에 있었다. 예배의 외적 형식에서 간소해져서, 특정 방향을 향해 절하는 행위, 설교자의 복장, 예배당 구조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지역과 시대마다 여러 예배모범이 개혁교회 안에 있었으면서도 또 어떤 일치점이 있다. 여기서는 제네바 예배모범과 웨스트민스터 예배모범을 살펴보고 예배 순서에 대해서 생각해보도록 한다. 제네바의 예배모범(1542)은 서문, 독자에게 드리는 글, 교회예배형식, 성만찬예식, 세례예식, 성만찬집례를 위한 방식, 결혼예식, 환자심방 순으로 되어 있다. 우리는 여기서 주일 예배에 집중해서 살펴보기로 한다. 제네바 예배모범에는 서술형으로 되어 있으나 이해를 위해서 번호를 붙인다. 1) 제네바의 예배는 “우리의 도움이 천지를 지으신 여호와의 이름에 있도다 아멘”의 기원과 함께 시작한다. 2) 다음은 죄의 고백과 사죄가 뒤따른다. “주 하나님, 영원하신 전능하신 아버지여, 우리가 주님의 거룩하신 위엄 앞에서 비참한 죄인임을 고백할 수 밖에 없나이다. 우리는 불의와 부패가운데 잉태되고 태어나 악을 행할 수 밖에 없고, 모든 선에 대하여 무익하며 우리의 잘못으로 계속해서 끊임없이 주님의 계명을 범하는 자들입니다. …” 계속해서 그리스도 안에서 주의 긍휼하심을 구한다. “하나님 아버지, 당신의 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 안에서 우리를 불쌍히 여기시옵소서.” 마지막으로 성령의 은혜를 날마다 더 부어 주셔서 의의 열매를 맺기를 간구한다. 기도를 마치면서 목사는 양심을 위로하기 위해서 성경구절을 인용하면서 사죄를 선언한다. 3) 다음으로 사죄함을 받은 하나님의 백성의 찬송이 뒤따른다. 제네바에서는 시편에 곡을 붙여 불렀다. 4) 찬송 후에 목사는 하나님의 계명을 따라 살아야 함을 권고한다. 1545년에 개정된 예배모범을 따르면 찬송 후에 목사가 십계명의 첫 번째 부분을 읽도록 되어 있다. 1542년 판에는 율법의 3사용에 대한 설명이라면, 1545년에는 십계명 첫 부분(1-4계명)을 낭독한 것이다. 이후 회중이 찬송할 때(1545년 개정판에서는 두 번째 부분을 부를 때), 목사가 설교단에 오른다. 5) 설교단에 오른 목사는 기도를 한다. 여기서 기도-주기도-시편찬송-조명을 위한 기도로 이어진다. 기도에서 우리의 가치 없음을 인정하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긍휼을 구하며, 성령님이 참된 지식으로 이끌어 주님의 이름의 영광을 위해 의의 열매를 맺게 해주시기를 구한다. 종으로서 주의 말씀에 순종하게 해달라고 구하면서, 주님께서 가르쳐주신 기도를 이어한다. 시편찬송을 부른 후 설교자는 조명의 기도를 한다. 이 기도에서 성령의 은혜를 구한다. 말씀이 주님의 영광을 위해 신실하게 설명되어지며, 교회가 세워지고, 겸손히 말씀에 순종하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6) 성경을 읽고 설교를 한다. 7) 설교가 끝나면 목사는 여러 사람들을 위한 기도를 한다. 권세자들을 위해서, 목사들을 위해서, 또 모든 사람들을 위해서도 기도하는데 아직 주님을 떠나 어둠속에 있는 자들이 구원의 바른 길로 돌아와 아버지와 그가 보내신 예수 그리스도에게 돌아오기를 위해서 기도하며, 이미 믿는 이들을 위해서는 주님을 한 마음으로 높이기를 위해서 기도한다. 핍박받는 이들을 위해서 기도하며, 흩어진 자들을 위해서 기도한다. 마지막으로 참석자들을 위해서 기도한다. 8) 목사가 주기도문의 간략한 해설을 한 후 회중은 시편찬송을 부른다. 9) 아론의 축복과 함께 회중을 떠나보낸다.

웨스트민스터 예배모범의 뿌리에 제네바 예배모범이 있다는 면에서 제네바 예배모범과 웨스트민스터 예배모범은 비교할 가치가 있다. 먼저 웨스트민스터 예배모범은 스코틀랜드의 예배 예식서(1564)와 비슷한데, 스코틀랜드 예식서가 제네바에서 사용되었던 존 낙스의 예식서의 영향아래에 있었다. 웨스트민스터에 있는 성경봉독이 스코틀랜드 예배예식서에는 빠져 있지만 실제로는 행해졌다고 한다. 스코틀랜드의 예배는 예배 전 행사로, 함께 모여 성경강해를 듣는 시간이 있고 고백기도, 시편찬송, 신구약성경봉독을 한 후에 목사가 사회를 이어받아 기도함으로써 예배의 정식 시작이 되었다. 그리고 다른 이를 위한 기도, 주기도문, 사도신경, 시편찬송 축도로 마쳤다. 그런데 웨스트민스터 예배모범에 이르면 사도신경고백이 생략되고 주기도문도 하나의 권고로 그치게 된다. 왜냐하면 스코틀랜드 장로교회는 사도신경과 주기도문을 고교회 예식주의의 특징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17세기 후반에 이르면 스코틀랜드 장로교회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가 권고하는 주기도문마저도 사용하지 않았다.

웨스트민스터 예배모범은 다음과 같다. 1) 예배로 부름이 있다. 회중이 모이면 목사는 하나님의 이름을 예배하도록 회중에게 요구한다. 2) 예배를 위한 기도를 한다. 하나님의 위대하심에 대한 고백과 함께, 하나님께 나아가기에는 우리가 얼마나 형편없는가에 대한 인정이 있다.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고 우리를 받아주시기를, 말씀으로 은혜주시기를 구한다. 3) 성경봉독, 구약과 신약을 둘 다 순차적으로 봉독하도록 했다. 웨스트민스터 예배모범은 성경봉독을 공예배의 한 요소로 정하면서, 그로 인해 하나님에 대한 의존과 종속을 인식한다고 설명한다. 성경봉독 후엔 해당내용을 길지 않게 설명할 수 있었다. 4) 시편찬송이 있다. 5) 그 후에 설교전 공적 기도가 있다. 웨스트민스터 예배모범은 설교하는 목사가 공기도를 하도록 했다. 무엇을 간구할지 보여주는 예시문은 상당한 분량을 차지하는데, 우리가 기도에 대해 배울 점이 있으므로 몇가지 확인하도록 하자. 이 기도예시문의 서론은 하나님 앞에서 죄를 고백하고 하나님의 은혜를 목말라 하도록 함이 핵심임을 언급한다. 그래서 예시문의 앞은 죄를 어떻게 고백할지 어떻게 은혜를 구해야 할지가 차지한다. 우리가 가진 원죄와 자범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여준다. 몇 가지 열거하면 자범죄에서 우리가 범한 죄, 권세자들의 죄, 목사들의 죄, 온 나라의 죄를 고백한다. 마음의 강퍅함, 하나님의 선하심의 풍성함을 멸시한 죄, 열심 없음의 죄. 이런 죄의 고백은 하나님의 심판을 받기에 합당하여 우리가 이 생애에서 일시적 심판을 받아도 마땅하고, 후에 불과 유황 못에 버려져서 영원히 슬퍼해도 마땅함을 인정하는데서 절정을 이룬다. 이후 기도는 예수 그리스도를 의지하여 은혜의 보좌 앞에 담대히 나아가고, 약속을 의지하여서 긍휼을 구하여, 사죄와 화목의 완전한 확신, 위로, 평화를 인치시고 상한 마음을 가진 자를 싸매어 주시기를 구하고 성화에 대해 간구한다. 일종의 죄고백기도를 이렇게 드린 후, 이제 다음의 주제들을 가지고 기도하도록 길게 권고한다. 복음이 온 세상에 전파되기를 위해서, 권세자를 위해서, 주일성수를 위해서, 은혜의 방편의 유익, 특히 말씀이 풍성한 열매를 맺도록 기도한다. 이 긴 기도를 한 번에 할 수도 있고, 형편에 따라 일부분을 설교 후에 미룰 수도 있다. 6) 설교가 있다. 여기서 어떻게 설교준비를 하고 어떻게 적용하고 전달할지 상세히 설명한다. 7) 설교 후 기도가 있다. 웨스트민스터 예배모범은 이 항목을 따로 한 부분으로 설명할 정도로 중요하게 생각한다. 여기서 감사와 설교내용이 열매 맺기를 위해서 기도한다. 이 기도 후에 주기도문으로 기도하기를 권한다. 8) 시편찬송을 한다. 9) 축도로 예배를 마치고 해산한다. 이후 웨스트민스터 예배모범은 세례, 주일성수, 혼인예식, 환자심방, 장례, 공적 금식, 감사절, 시편찬송을 다룬 후 마친다.

제네바 예배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첫째 부분은 하나님 앞에 나아온 언약 백성으로서 정체성을 확인하는 순서다.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을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자들이 하나님 앞에 나아가, 죄인이어서 감히 하나님 앞에 설수 없음을 고백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의지하여 은혜를 구한다. 사죄가 선언되면 하나님의 백성은 찬송을 부르고 하나님의 원하시는 삶의 방식을 확인한다(십계명). 두 번째 부분은 하나님의 말씀을 듣기 위한 순서다. 강단에 오른 목사는 회중과 함께 기도한 후 시편찬송을 부르고, 특히 조명을 위한 기도를 하고 설교를 한다. 세 번째 부분은 다른 이를 위해 기도하는 순서다. 여기서 회중은 시야를 넓혀 복음의 전파와 온 세상에 흩어진 교회로 향한다.

웨스트민스터 예배모범에 이르게 되면, 죄고백기도, 사죄선언, 조명을 위한 기도가 빠져있다. 그러나 이 부분은 설교전 공기도에 포함되었다. 17세기 네덜란드 개혁교회 예배에서도 웨스트민스터 예배모범처럼 죄고백 기도와 사죄선언을 따로 넣지 않고 설교전 기도에서 포함하여 기도하는 예를 따랐다. 웨스트민스터 예배모범은 예배 시작에 드리는 짧은 기도와 다르게 설교전 공기도는 상당히 길었다. 바로 죄고백, 사죄의 확신에 대한 간구, 다른 이를 위한 간구, 조명을 위한 간구가 함께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때에 따라 설교 후 감사기도도 이 때 할 수 있도록 허용했는데, 그렇게 되면 더 길어질 수 있었다. 정리하면, 제네바 예배모범의 첫째부분과 두 번째 부분, 즉 하나님 백성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부분과 다른 이를 위해 기도하는 부분이 함께 있게 된다. 또 구약과 신약의 봉독이 십계명 낭독을 대체했는데 그 목적이 다르지 않다. 십계명을 봉독한 목적이 하나님의 백성의 종된 위치를 확인하고 평생을 하나님을 섬겨 순종하기 위한 것이었고, 성경봉독의 목적도 하나님에 대한 의존과 종속을 확인하고 하나님의 뜻을 확인하여 하나님의 백성을 세우려는 것이었다.

현재 형편과 관련해서 몇 가지 생각할 점이 있다. 첫째, 예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설교다. 취리히에서 예배의 요소를 회중찬송을 제외한 채로 거의 설교로만 생각했던 점이나, 제네바 예배모범에서 목사가 설교단에 오른 후에 다시 예배를 위한 기도를 드리는 예, 스코틀랜드 초기 예식서에서도 목사가 오른 후 드리는 기도에서부터 본격적인 예배로 생각했던 점, 네덜란드에서도 16세기 말에 한동안 십계명, 사도신경, 시편 부르기가 예배 전 행사로 여겨졌던 점들은 개혁교회가 하나님의 말씀 듣는 것 자체를 예배로 생각해 왔다는 것이다. 당시 찬송도 시편 찬송이나 성경 다른 부분의 찬송시나 십계명을 불렀다는 면에서 하나님의 말씀이었다. 찬송이 예배의 중요한 요소임에도, 때때로 찬양으로만 예배 전체가 구성되는 형태와는 거리가 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찬송이 빠져도 예배가 되지만 말씀이 빠지면 예배가 되지 않는다. 둘째, 말씀 다음에 중요한 요소는 기도다. 예배모범이 기도서란 이름으로도 불렸다. 예배 전체가 하나님께 드려지는 기도로 이해되었다. 찬송도 기도의 다른 형식으로 이해되었다. 칼빈이 예배의 세 요소를 말할 때, 말씀과 기도와 성만찬이었다. 셋째, 예배 첫 부분은 하나님 앞에 나아온 백성의 신분을 확인하는 데에 무게를 두었다. 철저한 죄에 대한 인식과 고백, 그리스도의 속죄 때문에 하나님의 은혜로 다시 하나님께 받아들여졌음을 확인했다. 십계명 낭독과 신구약 낭독은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해서 사는 백성의 위치를 확인하게 했다. 그래서 예배는 예배시간 자체에만 관계되지 않고, 예배드리러 하나님 앞에 나온 이들의 존재와 삶 전체와 관계했다. 넷째, 사실 성만찬이 빠진 것은 칼빈에게 아직 예배의 온전한 형태가 아니라는 면을 생각해야 한다. 칼빈은 매주일 성찬식이 있기를 원했다. 말씀과 기도와 성만찬으로 이루어진 예배를 온전한 예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성만찬이 더 자주 행해지기를 제언한다. 다섯째, 살핀 대로 개혁파 안에 규정된 하나의 형식만이 아니라 다양한 예가 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죄고백과 사죄선언이 있기도 하고(제네바), 공기도 안에 포함되기도 했다(웨스트민스터예배모범), 주기도문으로 기도하기도 하고(제네바), 그러지 않기도 했다(스코틀랜드 장로교회). 십계명 낭독이 있거나 없는 예도 있고, 성경낭독이 그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스코틀랜드에서는 축도를 축복선언으로 생각했다면, 다른 곳에서는 기도로 생각하기도 했다. 때때로 예배모범에서 개략을 말하고 세부적으로는 지교회 당회에 맡기는 경우도 있다. 이런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어떤 일치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일치를 추구하면서도 교회와 회중의 건덕을 생각했다.

개혁교회의 예배모범에서 예배시간은 온전히 하나님 앞에만 서는 시간이어서, 하나님께만 집중한다. 사람에게 집중하는 현대의 변형되고 때로 기형적인 예배의 모습들에서 우리가 얻어야 할 교훈이 있다. 하나님의 백성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의지하여 하나님 앞에 나아가 은혜를 구하고 주의 말씀을 듣는 이 귀한 일은 이후로도 하나님의 은혜를 따라 주의 몸된 교회에서 계속되기를 바라며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