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합신 졸업생을 축하하며/수련회를 마친 총동문회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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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합신 졸업생을 축하하며

 

  지난 2월 20일 수원 합신에서 졸업감사예배 및 학위수여식이 거행되었다. 재학기간(목회학석사 과정은 3년) 집중적으로 받아온 학업과 경건, 그리고 사역의 훈련은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하나님의 은혜로 소정의 과정을 무사히 마치고 목회자나 선교사, 또는 다른 사역자로 부르심의 길을 떠나게 되었다.

  주지하는 대로 졸업생들이 처한 상황은 녹록지 않다. 졸업생들이 곧바로 마주칠 사회적, 영적 도전이 만만치 않다. 총체적 난국 상황에서 엘리야에게 ‘영감의 갑절’을 구한 엘리사처럼 졸업생들이 하나님나라 운동을 힘 있게 계승하기 위해서 몇 가지 사항을 확인해보기를 권하고자 한다.

  먼저 그리스도의 제자임을 확인하고 제자로 살아가기로 다짐하기 바란다. 제자도는 졸업생이 사역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반드시 확인해야 할 요건이다. 삶 속에서 신앙과 경건의 기반을 잘 닦아 두어야 쟁기를 손에 잡고 뒤를 돌아보는 우를 범하지 않고 좁을 길을 꾸준히 걸어갈 수 있을 것이다. 제자도와 사역은 별개의 것이 아니다. 예수님을 가까이 따르다보면 주님의 일을 감당하는 자리에 서게 될 것이다.

  다음으로 주님이 선포한 하나님 나라의 비전을 확인하는 일이다. 사역지에서 전할 주님의 복음을 ‘내 복음’(롬2:16 등)으로 가지는 일이 중요하다. 자신의 아젠다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나라에 대한 확실한 안목, 즉 성경적, 개혁주의적 신학과 세계관을 가지고 목회, 선교, 교육, 사회봉사 등의 사역에 임해야 할 것이다. 천국 운동에 부름 받은 사역자는 상황에 좌우되는 사람들이 아니라 사명에 따라 일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물으시는 주님께 드릴 진실한 답변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베드로의 답변을 들으신 주님은 ‘내 양을 치라’고 말씀하셨다. 주님이 맡기신 귀한 양들을 먹이기 위해서는 주님만을 사랑하는 마음의 동기와 주님을 사랑하는 자에게 공급하신 능력을 확인해야 한다. 주님이 허락하시는 능력이 아니고는 그분의 양을 제대로 칠 수 없다.

  졸업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말은 새로운 희망을 준다. 과정은 끝났지만 배움은 끝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배움의 장소가 강의실에서 사역의 현장으로 바뀐 것뿐이다. 강의실에서 제공되는 교육도 중요하지만 맡은 일에 충성하는 사역의 현장이야말로 살아있는 교육이 이루어지는 장이다. 힘을 다하여 맡은 일에 충선할 때 상응하는 열매를 맺게 될 것이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주님의 교회를 위하려 진력하기를 바란다. 사역자는 반사적 존재가 아니라 창조적으로 일하는 언약의 일군이기 때문이다.

 

 

수련회를 마친 총동문회에 거는 기대

 

  올해 합신 총동문회 수련회가 2월 26-28일 ‘역할·Role’(고전 12:11)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유익하고 알찬 수련회였다고들 한다. 동문회가 거의 한 세대 동안 신학교 및 교단과 고락을 함께 하면서 바람직한 방향성을 확립하고 안정적인 시스템을 구축해 나온 것은 하나님의 은혜가 아닐 수 없다. 치하를 드리며 동문회의 역할을 몇 가지 영역에서 조망해 보고자 한다.

  첫째는 동문 상호간의 교제이다. 여기에서는 내적 친교의 원리가 작동한다. 용납하고, 경청하고, 격려하며, 도우며, 사랑으로 일깨운다. 이 교제를 기반으로 합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그 이념을 실천할 뿐만 아니라 성경적인 개혁주의 전선에서 단합된 힘을 보여주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건학 이념을 새롭게 다질 뿐만 아니라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함으로써 내적, 외적 갱신을 이루어 나가야 한다.

  다음은 동문회와 교단과의 관계이다. 합신 졸업생은 대부분 합신 교단에 속해 있다. 물론 다른 신학교 출신 목회자들도 소속되어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웨신이다. 현재 합신 교단은 신학교를 중심으로 모인 단체가 아니라 같은 개혁주의 정신을 중심으로 구성된 공동체이다. 신학교를 뛰어넘는 신학의 동질성이 그 기반이다. 따라서 교단 차원에서는 학교 중심이 아니라 개혁주의 교회의 원리에 따라 동역하여야 한다. 두 역할 사이의 긴장을 슬기롭게 극복함으로 신학의 동심원을 기반으로 교단의 외연을 넓혀나가는 일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동문회와 모교 합신의 관계이다. 신학교와 동문은 ‘유기적’ 관계를 가진다. 묘목이 자라서 나무가 된 후에는 묘판에 새로운 묘목을 공급하고 버팀목의 역할을 해 주어야 한다. 동문은 학교에게 더욱 자랑스러운 ‘면류관’이 되고, 학교는 동문에게 더욱 자랑할 수 있는 학교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 학교는 목회대학원 등을 통하여 동문들의 필요를 공급하는 만큼 동문들의 소중한 경험을 학교 교육에 반영해야 한다.

  한국교회는 어두울 때 더욱 빛을 발하는 합신의 역할을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다. 이 일에 동문회가 학교 및 교단과 더불어 감당해야 할 부분이 크다. 동문회는 처음부터 같은 신학을 공유하는 믿음의 형제가 되었다. “보라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함이 어찌 그리 선하고 아름다운고”(시 133:1). 생명의 축복을 가져오는 이러한 연합의 아름다움이 미국, 일본, 유럽, 동남아 등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동문들에게 확산되고 있다. 이제 동문회는 ‘언약 공동체’로서 힘써 배우고 전하는 일에 시너지를 한 데 모아 더욱 도약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