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저는 은혜 받은 사람입니다
박연희 성도(바로선교회 학습교인)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수많은 언덕이 있겠지만 돌이켜 보면 저의 인생은 오십여 년을 살아오는 동안 그런 일이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언제나 힘이 들고 나쁜 일은 남의 일이었고, 어쩌면 저는 그것을 보며 저의 평안함에 안도하며 살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 평안함이 일순간 무너져 내렸습니다. 제 앞에 언덕이 아닌 태산과 같은 큰 산이 나타난 것입니다. ‘위암’ 그것도 초기가 아닌 진행이 많이 된 상태…… 설상가상으로 난소에도 혹이 있는데 그 혹이 위에서 전이된 암이면 수술도 할 수 없다는 말에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터넷 검색 결과, 위암이 난소로 전이 된 병을 크루겐버그종양이라고 하는데 여명(餘命)이 1년이라는 내용을 읽게 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암 선고를 받게 되면 부정, 분노, 원망, 우울, 타협, 수용의 단계를 거친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바로 수용의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부정도 분노도 원망도 할 여력이나 시간이 제겐 없었습니다. 저는 이 상황에 제가 무엇을 해야 하나 생각을 하다 교회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 병을 고치고 살려달라는 마음이 앞섰다면 교회보다는 절을 선택했을 것입니다.
그동안 새해가 되거나 간곡히 기도할 일이 있으면 절에 가서 무릎이 닳도록 엎드려 절을 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살려는 마음보다 천국에 가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천국에 가서 엄마를 만나야지 하는 생각이 번뜻 들었던 것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늘 저를 전도하기 위해 기도하던 올케언니의 마음이 통했던 것 같습니다. 하나님의 자녀로 인도해 준 올케언니에게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어느 날 올케언니, 오빠와 함께 산책 후 바로선교회에 들러 목사님을 만나 뵙게 되었습니다. 목사님께서는 하나님께서 저를 선택하셨다고 하셨습니다. 저도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 목숨이 걸린 상황이 아니라면 교회에 다닐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PET CT 검사에서 난소의 혹은 악성이 아니라 양성이라는 결과를 듣고 수술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께 감사했고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시는 목사님과 올케언니, 오빠 그리고 성도님들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교회에 다녀야겠다.’는 마음을 먹지 않았다면, 아마 저 혼자만의 싸움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젠 제게 하나님이 계시고, 저를 위해 그 분께 기도해 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생각을 하니 많은 위로가 되고 힘이 되어 외롭지 않았습니다.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합니다. 천국에 가려고 교회에 다니겠다는 마음을 먹었던 제가 수술을 할 수 있다는 말에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기오니 저와 늘 함께해 주시고, 지금의 염려가 감사의 기도가 될 수 있게 은혜를 베풀어 주십사’ 기도드리게 되었습니다. 무사히 수술을 마치고 저는 ‘하나님께서 정말 저와 함께하셨구나’ 하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수술실에서 바로 직전 검사에서도 난소의 혹이 양성이라 수술을 진행할 수 있었는데, 수술 후 조직 검사에서 난소의 혹이 위에서 전이된 암이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하나님께서 함께해 주셔야만 가능했던 일이라 믿습니다. 하지만 전이암이 있어 4기라는 말에 마음이 또 무너져 내렸습니다. 항암을 하는 동안 올케언니가 ‘찬송가에도 능력이 있은즉, 하나님께서 치료해 주실 거라는 믿음과 확신을 줄 것’이라며 유튜브로 찬송가 254장 매일 10회 듣기를 보내줬습니다. 저는 항암 중에 고통을 이겨내고 약이 잘 들어 치료가 잘 될 수 있기를 간곡히 바라며 매일 찬송가를 따라 부르며 울었습니다.
정말 저는 은혜 받은 사람입니다. 물론 항암 중 견디기 힘든 고통은 있었지만, 특별한 응급 상황이나 내성 없이 10개월의 항암 과정을 무사히 마치게 된 것입니다. 목사님께서는 제가 매사에 부지런하다고 하십니다. 아마 교회에 빠지지 않고 나가고 목사님께서 이끄시는 대로 잘 따라가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저는 전혀 부지런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다른 일은 다 게을리해도 신앙생활은 게을리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 제게 교회에 나갈 건강을 주셨으니 마땅히 주일엔 교회에 나가야 하고, 하나님 말씀을 알아야 하나님 뜻대로 살 수 있으니 성경도 마땅히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음은 이렇게 먹고 있지만, 아직 성경 1독을 마치지 못해 늘 죄스러움이 있었는데, 이 글을 쓰며 마음을 다잡아 1독을 마쳐야겠습니다.
예전에는 그저 평범했던 일상들이 이제는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 일상을 다시 허락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내일도 모레도 아무 일 없이 평안한 날들만 계속되게 해 주시고 마음속에 있는 두려움을 없애 달라고 매일 기도를 드립니다.
지금껏 늘 간구하는 기도만 드리게 되는데, 이제는 하나님께서 저를 선택하신 이유를 생각하고 그 뜻을 좇아 살아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