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107회 총회를 앞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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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회 총회를 앞두고

드디어 제107회 총회가 소집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회기도 여간 힘들지 않았지만, 총회 임원과 상비부와 특별위원회를 비롯해서 그 외 관계자 모든 분들이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혼신을 다해 섬김으로써 어려운 시절을 훌륭하게 견디어냈다. 그  헌신과 노고에 많은 박수를 보낸다. 지난 회기에 도드라지게 진행되었던 사업들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그 중에서도 특히 “예배와 일상의 회복을 위한 기도회”라든가 “작은 교회 살리기 프로젝트”는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다음 총회가 이런 소중한 노력들을 끊지 말고 기쁜 마음으로 이어받아 계속해서 발전시키기 바란다.

107회 총회는 전대미문의 도전을 마주하고 있다. 몇 년 동안 유행을 거듭해 온 코로나19의 충격이 극심하게 누적되어 있고, 예상치 못했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와 식량이 타격을 받아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며, 게다가 한 술 더 떠서 기후와 환경의 급격한 변화는 재앙 수준으로 지구 곳곳에 몸살을 일으킨다. 이런 위협들로 말미암아 모든 나라의 기독교가 신자와 교회의 수효에 전례 없는 감소를 경험하면서 자구책을 찾기에 급급하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사방에서 들려온다. 그나마 힘이 있었던 한국 기독교마저도 세계적인 추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이미 매우 비관적인 상황에 도달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번 총회가 고민해야 할 문제들은 너무나도 분명하다.

그런데 역사의 교훈을 따르자면 감염병이나 전쟁 또는 기후 위기 등은 기독교의 진정한 위협이 아니다. 기독교는 장기간의 끈질긴 흑사병 속에도 살아남았고, 심지어 대학살을 자행하는 수많은 전쟁을 꿋꿋이 통과했으며, 무시무시한 천재지변에도 신앙의 도리를 지켜냈다. 우리가 참으로 두려워해야 할 것은 낭만적 세속화의 위협이다. 죄를 사모하는 본성을 지닌 인간은 육신의 만족을 충동하는 유혹을 조금만 받아도 쏜살같이 그리로 빨려 들어가기 마련이다. 우리의 내면에 숨어있는 세속화 경향은 코로나든지 전쟁이든지 이런 요인들을 빌미로 삼아 더욱 강렬하게 세력을 떨친다. 우리는 총회로 모이면서 기독교의 위기 상황이 물리적인 요인들 때문에 결과한 것인지 아니면 영적인 문제 때문에 결과한 것인지 예리하게 점검해봐야 한다.

어떻게 보면 오늘날 기독교의 위기는 당연한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기독교는 개인이건 교회이건 사회적 성공과 물리적 성장을 최고의 목표로 삼아 달려온 끝에 마침내 벼랑의 가장자리에 선 것이다. 신자의 정체성을 심어주는 것에 태만하여 사회적 성공의 여부를 떠나서 한 명의 신자로 올바르게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영광스러운지 말하지 않았다. 교회의 가치를 가르치는 것을 멀리하여 작은 교회에 속한 것이 큰 교회에 속한 것 못지않게 복된 일임을 말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신자는 낮건 높건 무슨 일이든지 성실하게 감당하는 자긍심을 잃어버렸고, 교회는 작건 크건 규모와 상관없이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존귀함을 잊어버렸다. 이번 총회는 기독교가 위기를 극복하는 길이 신자의 존엄을 회복하는 것과 교회의 영광을  확인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될 것임을 논의해야 한다.

놀라운 것은 가뭄 가운데도 물을 내는 샘이 있듯이, 신자의 언약적 본질과 교회의 성스러운 위상을 강조함으로써 극심한 위기 상황에서도 여전히 건재한 교회들이 없지 않다는 사실이다. 더 나아가 어딘가에는 위기의 상황에서 오히려 더욱 강해진 교회들도 있을 것임을 추정해 볼 법한 일이다. 총회로 모이면 다급하게 처리해야 할 안건들이 많을 것은 분명하지만, 이런 교회들의 사례를 찾아내어 들어보는 데 넉넉한 시간을 할애해야 할 필요가 있다. 신자의 긍지를 무장하지 않으면 일상의 회복을 위한 기도가 방향을 잃기 쉽고, 교회의 영광을 인식하지 않고는 작은 교회를 살려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 농촌, 지방, 대도시에서 각각 어떻게 그런 건재함이 가능한지 눈여겨보는 것도 좋다. 이렇게 할 때 각각의 경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위기를 타개할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길고 어둔 터널을 빠져나가는 것 같은 시점에서 107회 총회는 소중한 사례들을 진지하게 들어보면서 건전한 토의를 통해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부디 이번 총회 회의 중에는 몇 사람이 마이크를 독점하지 말고 모든 총대들이 골고루 발언하여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길 바란다. 은혜로우시고 자비로우신 우리 주님께서 제107회 총회가 시대의 전환점을 이루도록 지혜와 능력을 주시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