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임관숙 사모(삼성교회)
이른 봄날,
그이와 함께 밤길을 걷는다
도시는 잠잠히 닻을 내리고
밤바다 같은 대기는 간간하고 조요하다
서로에게 기대어 부족함 없는 우리는
순하고 나른하다
날카로운 마음이 풀리는 계절
서툴러서 모난 적도 있고
기다리지 못하여
비바람 속으로 나선 적도 있으나
새벽마다 가난한 마음으로 그물을 씻었다
끝 모를 대양 가운데 섬 하나 만나도 즐거운 것을
오랜 친구, 그이와 함께
소원의 항구를 향하는 삶은
제 할 바를 아는 행복이다
이른 봄 밤,
계절은 언 땅을 체온으로 녹이며
묵묵히 제 일에 한창이고
우리는 여전히 길을 걷는다
출렁이는 봄이 밀려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