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며
박종훈 목사(궁산교회)
걸림돌 같은 전염병을 디딤돌로 섭리하시고 합력해 선을 이루게 하실 하나님을 기대함
잠시 후면 지나갈 거라 생각했던 코로나19가 전 지구촌으로 퍼지면서 벌써 일 년을 넘어가고 있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환경을 감당하는 세상이다. 사람과의 만남을 전제로 살아가는 많은 일들이 사람과의 접촉을 가급적 삼가야 하는 고슴도치와 같은 관계가 되어 버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정보, 통신 발달로 만남을 비대면으로 가능하도록 구축된 혜택이다.
필자는 영혼과 육의 여러 가지 유익을 체험한 경우를 몇 가지 말하고자 한다. 목회자는 하나님을 만나고 사람과의 대면을 주로 하는 사역이다. 코로나로 인하여 인간과의 비대면을 오래 하다 보니 그 나름대로 적응이 되어간다. 대신 하나님과 만남이 더 많아지는 시간적 유익을 얻고 있다.
우선 성경을 많이 읽는 기회가 되었다. 그동안 늘 분주하게 살면서 말씀을 읽는 시간이 부족함을 늘 느끼고 있었다. 이 기회에 맘먹고 성경을 부지런히 읽다 보니 한 해 동안 신구약 세 번 이상을 읽을 수 있었다. 나무의 나이테가 살아온 햇수를 말해주듯 우선 내 나이만큼의 성경을 읽는 일차적인 목표를 가져 본다. 그리고 낙원에서 주님과 대면할 때면 성경을 100번 이상 읽었으면 좋겠다. 이제는 은근한 재미도 있고 성경을 읽지 않으면 뭔가 허전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리고 기도도 정한 시간에 규칙적으로 하다 보니 주님과의 깊은 교제의 맛을 더 누리고 있다. 마음도 바빴던 코로나 이전과 달리 여유로운 시간이라서 좀 더 깊이 있는 기도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외에도 신앙에 도움 되는 책과 일반 인문학 계통의 독서를 하면서 마음의 양식을 먹고 있다. 몸도 굳어지지 않도록 날마다 한 시간 정도 아내와 같이 산책을 하며 삶의 균형과 조화를 유지하는 관리를 하고 있다. 저녁에는 티브이를 통해서 평소 좋아하는 역사와 여행에 관한 영상을 보며 안목의 즐거움을 누리며 삶의 지혜를 얻고 있다. 그리고 평소 조금씩 늘 연습하는 악기를 불면서 알차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동네 주민들은 농한기인 이 겨울에도 다수의 사람과 만남을 제제하자 지루함을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혼자서도 잘 노는 아이처럼 조금도 심심함을 느끼지 않는다.
이 지역에 확진 자가 발생했을 때는 공식 예배도 2주간 가정예배로 대처했다. 도시의 교회는 온라인으로 가능하겠지만 시골은 주로 노인들이고 그 흔한 스마트폰도 활용할 수 없는 형편이다. 초대교회의 시대에는 이보다 더 한 악조건에도 신앙을 이어왔다. 가장 쉬운 방법으로 기독교 방송을 시청하기로 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는 말이 있듯이 이 코로나 시대에 스스로 하나님을 찾고 섬기도록 훈련하는 계기로 삼자고 하였다. 평소에 교회당만 나오면 영상으로, 그리고 인도자가 도와주어 편하게 예배를 드린다. 집에서는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분들이 교회당만 나오면 편안한지 꿀 같은 수면을 취하는 분들도 있다. 더 늙고 거동이 불편하면 일부는 요양원으로 가는 경우가 정해진 순서이다.
다행히 예배가 가능한 시설이라면 좋겠지만 코로나로 인해 외부인 출입이 금지되거나 일반 요양원이면, 소천 할 때까지 혼자 신앙 생활해야 하는 환경이다. 경건의 훈련 없이 갑자기 홀로 신앙생활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에서 이 기회에 더 강해지고 변함없는 신앙훈련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우리 부부는 가정에서 정해진 시간에 예배를 드리되 원하는 교회의 유튜브에 들어가서 영상으로 같이 참여한다. 영이신 성령님은 시간과 공간의 제한을 받지 않듯이 지금은 통신으로 마음만 있으면 소통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개 교회 위주의 예배가 이제는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 보다 큰 하나님 나라에 백성들로서 하나 됨을 실감 나게 하는 환경이 되었다. 도시에 가 있는 자녀들이 다니는 교회의 예배도 동참하고, 시골교회를 동역으로 삼고 기도하며 후원하는 교회들의 영상 예배도 같이 드릴 수 있었다. 그리고 신앙적 도움을 주는 여러 강의와 정보를 집에서도 다양하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필요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도 있으나 시간과 비용을 들어서 가는 경우보다는 낫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늘 변화와 도전을 주는 삶이지만 하나님을 경외하는 믿음에는 요동치 않아야 한다. 자동차를 운전할 때 내비게이션이 안내해 주는 길을 따라가다 잠깐 벗어나면 다시 바른길로 인도해 준다. 마찬가지로 예상치 못한 생활이 닥쳐와도 신앙의 삶은 계속되어야만 한다. 그 어떤 외부적 제약이 온다 해도 심령의 믿음은 막을 수도 없고 막히어도 안 된다. 이는 교회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노아 홍수 이후 전 지구적인 홍수는 없었지만 지역적 홍수는 있었던 것처럼, 이번 세계적 전염병은 한국 교회로서는 가라지 비유와 같다는 생각이다. 가라지를 먼저 거두고 알곡과 쭉정이를 분별하는 탈곡과 같은 과정이라 본다. 교회라는 제도와 법적으로 보장된 토양에서 자란 작물이 줄기와 알곡을 감싼 모든 껍질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곡간에 들어갈 준비가 되는 씨앗의 비유이다.
이번 코로나 전염병을 보면서 각 사람의 영향이 더불어 같이 살아가는 공동체의 역할에 얼마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지를 우리 모두가 체험하는 기회가 되었다. 지금은 아직 전부를 모르지만 걸림돌 같은 이 전염병이 디딤돌이 되도록 섭리하시며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실 하나님을 기대하며 기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