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청특강| 그리스도 중심적 설교를 위한 성경 묵상법 _ 김진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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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청특강|

 

그리스도 중심적 설교를 위한 성경 묵상법

 

<김진규 교수 | 백석대, 구약학>

 

브라인언 채플의 그리스도 중심적 설교는

본문에 나타난 복음의 메시지를 발견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타락과 구속이란 두 축으로 성경을 읽을 때,

본문을 통하여 복음의 분명한 메시지를 볼 수 있다

 

‘어떤 관점으로 성경을 읽는 것이 바른 관점인가?’ 이는 우리가 성경을 읽을 때마다 항상 던져야 할 질문이다. 오늘날 성서학이 발전하면서 다양한 관점들이 서로 경쟁적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성경을 보는 확고한 관점을 갖고 있지 않으면 쉽게 흔들릴 수 있다. 어느 누구의 관점보다 예수님 자신께서 우리에게 가르쳐주신 성경을 보는 관점이 가장 중요하다. 예수님은 어떤 관점에서 성경을 봐야 하는지 분명하게 가르쳐 주셨다.

 

“너희가 성경에서 영생을 얻는 줄 생각하고 성경을 연구하거니와 이 성경이 곧 내게 대하여 증언하는 것이니라”(요 5:39).

“또 이르시되 내가 너희와 함께 있을 때에 너희에게 말한 바 곧 모세의 율법과 선지자의 글과 시편에 나를 가리켜 기록된 모든 것이 이루어져야 하리라 한 말이 이것이라 하시고”(눅 24:44).

 

요한복음 5장 39절에 예수님이 말씀하신 성경은 ‘구약성경’이다. 구약성경이 예수님 자신에 대해서 증언하고 있다고 말씀하신다. 누가복음 24장 44절도 “모세의 율법과 선지자의 글과 시편”이 예수님 자신을 가리켜 기록된 말씀이라고 증언하셨다. 이들 말씀을 생각하면 그리스도 중심적으로 성경을 읽어야 하나님께서 의도하신 뜻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리스도 중심으로 성경을 읽을 것인가? 이것이 관건이다. 루터가 종교개혁을 시작하기 전, 중세 시대에도 그리스도 중심으로 읽으려는 시도들이 있었다. 그런데 종교개혁 이전에는 무분별한 알레고리적 성경해석으로 인해 진정한 그리스도 중심적 해석을 퇴색시킨 경우가 많았다. 필자의 연구에 의하면 1517년을 분기점으로 루터의 성경해석도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발견하였다. 1517년 이전에는 통제되지 않은 알레고리적 해석의 잔재가 루터의 성경해석에 상당 부분 남아있었다. 1517년 이후에야 루터는 역사적 문법적인 해석 방법을 사용하여 진정한 그리스도 중심적 해석을 시도했다.

그 이후 개신교에서는 나름대로 그리스도 중심적 해석 방법을 개발하였다. 근년 설교학자 중에 설교에 유용한 그리스도 중심적 성경 읽기 방법을 소개하고 있어, 이 글에서 나누려고 한다. 이 글은 필자의 저서 <성경 묵상 어떻게 할까?>에 소개한 12가지 ‘자세히 읽기’ 방법 중에 하나이다.

이 관찰법은 미국의 탁월한 설교학자인 브라이언 채플(Bryan Chapell)에 의해서 고안된 그리스도 중심적 설교 방법에서 통찰을 얻은 것이다. 본문을 볼 때, 두 축을 염두에 두고 읽으라고 제안한다. 한 축은 인간의 타락한 상태를 보여주는 축이고, 다른 한 축은 타락한 상태로부터 하나님의 구원을 보여주는 축이다.1)

어떤 본문을 묵상하던 간에 먼저 본문 속에 나타난 인간의 타락한 상태를 찾아내라고 채플은 말한다. 본문이 계시한 인간의 타락한 상태를 파악하기까지는 “본문에 대한 많은 진실한 사실들을 안다고 할지라도 본문이 무엇에 관한 것인지 우리는 정말 알지 못한다.”라고 채플은 주장한다.2) 그 다음에는 본문을 통해 이에 대한 구속의 메시지를 찾는 단계이다. 본문을 통해 드러난 인간의 타락한 상태에 대해서 어떤 하나님의 구원의 메시지를 본문이 전하는지 밝히라는 말이다. 채플은 이렇게 말한다. “설교자들이 본문에 관한 많은 진실한 것들을 말한다고 할지라도 그것이 모든 성경이 궁극적으로 드러내기를 의도한 하나님의 구원의 사역과 연결이 되지 않으면 성경적 계시를 적절히 설명할 수 없다.”3)

그렇다면 본문이 항상 인간의 타락한 상태와 이에 대한 구속의 메시지를 포함하고 있는가라는 의문이 생긴다. 많은 경우에 그렇지 않음을 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두 축을 항상 찾을 수 있을까? 채플은 이에 대해서 “맥락은 본문의 일부이다.”라는 명제에서 답을 찾는다.4) 그는 “계시는 구원의 활동과 불가분하게 연결되어 있다. … 계시는 구원에 대한 해석이다”라고 주장한 보스(G. Vos)의 성경신학 이론을 인용하여 자신의 이론을 뒷받침한다.5) 보스가 말하는 구속사의 점전성과 유기성을 받아들여, 채플은 그리스도 중심적 설교는 구원역사의 전체적인 흐름 속에서 볼 때 어떤 본문도 그리스도의 구원과 연결시킬 수 있다고 본다.6) 채플의 이 원리는 성경을 관찰할 때, 본문에 나타난 복음의 메시지를 발견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이 독법을 위한 좋은 실례는 창세기 3장 1-24절일 것이다.7) 본문에는 인간 타락의 과정과 결과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사탄의 유혹으로 말미암아 하와가 금단의 열매인 선악과를 먹게 된 내력(1-6절)과 인간의 타락으로 말미암아 인간에게 어떤 고통이 왔는지 생생하게 묘사한다(7-21절).

타락으로 말미암아 인간은 벗었음에 대해서 부끄러움을 느끼게 되었고, 하나님을 두려워하여 회피하게 되었으며, 부부는 서로 탓하는 신세가 되었으며, 뱀은 저주를 받아 배로 다니고 치욕거리가 되었다. 또한 여자는 해산의 고통과 남편을 사모하고 남편의 지배를 받는 고통을 당하게 되었으며, 남자는 땅이 저주를 받음으로 말미암아 노동이 고통스럽게 되었고 이마에 땀이 흘러야 먹고 살게 되었다. 마지막엔 인간은 죽음을 기다리는 신세가 되었다. 가장 큰 비극은 하나님의 임재의 처소인 에덴동산에서 쫓겨나 하나님과의 관계가 깨어진 것이다. 이는 곧 영적인 죽음을 의미한다. 이렇게 읽는 것이 채플이 말하는 타락한 상태에 초점(fallen condition focus)을 맞춘 독법이다.8)

그 다음에는 하나님의 구속(redemption)에 초점을 맞추어 읽어야 한다. 사실 본문에서 구속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가 드러난 구절은 15절이다. 이 한 구절에 엄청난 구원의 메시지를 담고 있고, 창세기 3장의 인간의 타락으로 말미암아 생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구원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내가 너로 여자와 원수가 되게 하고 네 후손도 여자의 후손과 원수가 되게 하리니 여자의 후손은 네 머리를 상하게 할 것이요 너는 그의 발꿈치를 상하게 할 것이니라 하시고.” (창 3:15)

 

하나님께서 구원역사를 전개하는 방식은 인간의 범죄를 그냥 심판만 하시는 하나님이 아니라, 반드시 구원의 은혜를 함께 베푸시는 하나님이심을 보인다. 아담과 하와의 타락으로 말미암아 심판은 하셨지만 더 놀라운 구원의 메지시를 전하신다.

먼저 뱀이 하와를 꼬여 타락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할 대책을 마련하셨다. 뱀과 여자 사이, 뱀의 후손과 여자의 후손 간에 원수 관계를 만들어버렸다. 더 이상 협력해서 죄를 짓지 못하도록 방범장치를 만드신 하나님의 은혜를 엿볼 수 있다. 뱀의 후손과 여자의 후손 간에 갈등 관계 속에서 뱀과 뱀의 후손이 여자의 후손의 발꿈치를 상하게 하지만 여자의 후손이 궁극적으로 뱀의 머리를 깨뜨리게 될 것을 약속하신다. 뱀의 머리를 깨뜨리는 것은 그에게 치명타를 의미한다.

이는 결국 하나님의 백성과 사탄의 자식들 간의 알력관계를 그림자 형태로 보인 것이다. 셈의 후손과 가인의 후손 간의 알력이 있었다. 그러나 노아 홍수의 때에 가인의 후손들은 모두 멸절당하고 셈의 후손으로 난 노아의 가정이 구원을 얻었고 제2의 인류의 조상이 되었으며,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창 9:1)는 하나님의 복을 다시 전수받았다.

인류는 다시 타락하여 시날 평지에 바벨탑을 쌓고 하나님께 도전하였지만 하나님께서 언어를 혼잡케 하여 인류를 흩으시고(창 11장), 아브라함을 선택하여 선민을 만드시고 인류 구속의 계획을 세우신다(창 12:1-3). 그런데 아브라함의 후손인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의 백성으로 합당하게 살지 못하고 타락하게 되자 포로생활을 통하여 연단하시고 귀환케 하셨지만, 포로귀환 후 그들의 상태는 매우 미약한 모습이다.

나중에 아브라함의 후손으로 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죽으심으로 사탄의 머리를 깨뜨리고 승리를 거두게 되었다. 사탄은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는 고난을 주었지만 예수 그리스도는 부활하여 최후의 승리를 거두게 되었다. 사탄의 머리를 깨뜨리는 일격을 가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은 인간의 타락으로 말미암아 생긴 모든 문제를 해결했다. 수치심, 두려움, 탓하는 마음, 관계의 문제, 영적 죽음의 문제까지 다 해결했다. 예수님께서 재림하시는 그날 육신의 죽음의 문제, 인간의 고통 문제, 해산의 고통 문제도 모두 해결될 것이다.

이렇게 타락과 구속이란 두 축으로 성경을 읽을 때, 본문을 통하여 복음의 분명한 메시지를 볼 수 있고, 본문을 그리스도 중심으로 읽는 탁월한 독서 전략을 배울 수 있다. 설교를 통해서 성도들이 꼭 들어야할 중요한 메시지는 인간의 타락으로 인해 생긴 문제를 예수 그리스도께서 어떻게 해결하셨는가라는 복음이다. 이런 그리스도 중심적 설교가 인간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전인적 구원의 메시지가 될 것이다.

 

각주 >

1) Bryan Chapell, Christ-Centered Preaching: Redeeming the Expository Sermon (Grand Rapids: Baker Books, 1994), 263-288.
2) Chapell, Christ-Centered Preaching, 265.
3) Chapell, Christ-Centered Preaching, 270.
4) Chapell, Christ-Centered Preaching, 269.
5) G. Vos, Biblical Theology: Old and New Testaments (Grand Rapids: Eerdmans, 1948), 5-6.
6) Chapell, Christ-Centered Preaching, 269-270.
7) 김진규, “구약의 그리스도 중심적 설교 방법론 연구,” 「성경과신학」 제82권 (2017), 84-86의 내용을 수정하여 인용하였다.
8) Chapell, Christ-Centered Preaching, 264.

김진규 / 백석대학교 구약학 교수; 미국 웨스트민스터신학교 구약학 박사; <성경 묵상 어떻게 할까?>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