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육신의 비하_이정석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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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육신의 비하

이정석 목사 (풀러신학교 조직신학 교수)

성탄절이 다가오고 있다. 많은 집들이 화려하고 찬란한 장식으로 밤을 밝히
며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지만, 과연 우리는 무엇을 기다리는가? 현대인들은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허구의 고도(Godot)를 기다리지 말고 하나님(God)
을 기다려야 한다는 한스 큉의 말이 생각난다. 성경이 가르치는 예수, 즉 동
정녀의 몸에서 태어나 인류를 대속하고 부활한 그런 예수는 없다는 불신앙이 
난무하는 세태 속에서 과연 우리는 누구를 기다리는가?

그 당시 예수를 가장 가까이에서 보았기 때문에 확실히 알았고 그래서 예수
의 진실을 변호하다가 목숨을 바친 사도들이 증언하는 예수님은 어떤 분인
가? 그는 아브라함보다도 먼저 있었고 세계 창조에 참여하였고 영원 전부터 
존재하였던 신의 아들로서, 인류의 죄를 대속하기 위해 인간의 몸을 입고 세
상에 내려온 분이다. 

성탄절을 맞아 20억에 달하는 세계의 그리스도인들은 신의 성육신(成肉身)을 
믿고 그를 
자기의 주님으로 고백한다. ‘주님’이란 자기 인생의 주인이라는 
뜻으로, 예수를 인간이 아니라 신으로 믿는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인간이라
도 어떻게 다른 인간을 자기의 영원한 ‘주인’으로 섬기겠는가?

말구유로 상징되는 성자의 비하는 이미 열 달 전 마리아의 수태에서 시작되었
다. 예수는 완전한 인간이 되기 위하여 하나의 세포로부터 시작하였다. 그는 
무한하고 편재하는 신이지만 인류의 구원을 위해 좁고 어두운 감옥같은 단세
포에 들어와 인간의 길을 걷기 시작하였다. 우리는 크고 확트인 집에 살다가 
작고 앞뒤로 막힌 좁은 아파트로 이사하면 심한 답답함을 느낀다. 하물며 단
세포로 들어오신 예수님은 어떠하겠는가! 그는 천상에서 지상으로, 부귀에서 
비천으로 비하(卑下)하였으며, 이것은 모두 인류의 구원이라는 일념 때문이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