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목회_박종훈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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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목회

박종훈 목사 / 궁산교회

육 년 전에 시작된 사택과 교회당 건축을 이번 종탑공사로 완전히 마치게 되
었다. 

삼층 높이에서 이루어지는 종탑공사를 처음부터 마칠 때까지 거들어주는 사
람 하나 없이 틈나는 대로 하다보니 한달이나 걸렸다. 자재를 위로 올릴 때
는 몇 단계를 거쳐서 마치 다람쥐가 나무에 오르내리듯 하기를 수십 번이나 
올렸고, 안전(安全)에 우선을 두고 발판을 만들기를 여러번 하고서야 겨우 원
두막 같은 모양의 아담한 종탑을 만들어 그 위에 십자가를 세웠다. 지나가는 
많은 사람들의 무언의 관심 속에 마침내 교회당은 종탑을 세움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일을 할 때 참으로 많은 생각들이 스치며 지나갔다. 전문 목수나 하는 일을 
목사가 할 수밖에 없는 이 현실을 그대로 인정해야 됐다. 전문 목수라도 거들
어주는 사람이 없다면 아마 거절하였을 만한 일이었다. 처음 건축을 할 때는 
목수들을 고용했었지만 미자립의 시골교회 형편에서는 계속 그럴 수는 없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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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택을 지을 때 목수의 어깨 너머로 배운 알량한 기술로 웬만한 일은 스스로 
하게 되었다. 외부에서 건축헌금이 들어오면 재료를 사서 공사를 시작하고, 
자금이 떨어지면 쉬며 기도하는 과정 중에 나도 모르게 하나둘 기술을 익히
며 여섯 해가 지났다. 참으로 외롭고 힘들고 위험스러웠던 인내의 시간들이었
다. 

교인 중에는 남자 성도들도 서넛 있지만 거의 노인이거나 장애인이라서 도움
을 요청할 수도 없었다. 가끔씩 아이들이 벽돌이라도 날라주어 그나마 조금 
수월했었다. 지금은 혼자서도 웬만한 일은 처리하는 나 자신을 보면서 그 옛
날 노아가 지금의 항공모함 만한 방주를 120년 동안 지었다는 것이 실감 있
게 다가온다. 남의 도움 없이 여덟 식구만으로도 충분히 방주를 지었을 것이
다. 

시골목회는 만능박사(?)가 되어야 할 것 같다. 우선 본분인 말씀과 기도에 전
문가여야 하고, 그 외로 생활의 모든 일에도 상관하고 주민들을 도와주어야 
한다. 갑자기 정전이 되면 찾아오는 그들의 문제를 가서 해결해 주어야 하
고, 전자제품이 고장나도 가서 고쳐주고
, 전문가가 필요하면 전화로 서비스센
터에 연락을 해준다. 보일러, 수도, 화장실 변기, 가정용 정미기 할 것 없이 
어디가 고장나면 무조건 나를 부른다. 

대부분 글을 모르는 노인들만 사는 시골이라 그저 상식 정도인 일도 그들에게
는 어렵기만 하다. 이 외에도 성도들의 급한 환자이송과 서류대행 등 봉사할 
일들이 아주 많다. 이방인에게 마음 열기를 꺼리는 그들에게 이러한 봉사는 
효과가 좋았다. 덕분에 마을 한가운데에 교회당을 지어도 공개적인 반대가 없
었기에 건축을 마칠 수 있었던 것이다.

시골목회를 할 때 문화적 갈등이 생활 속에서 여러모로 장애가 되었다. 오랜 
세월동안 굳어질 대로 굳어진 그들의 삶을 이해하지 못하면 제풀에 지치게 된
다. 지금도 동네에 결혼식이 있는 주일에는 교인수가 절반이나 줄어든다. 
생활 속에서 그들과 같은 동질감을 갖기 위해서는 목회자가 삶으로 보여주어
야 한다. 그들의 주업인 농사에도 관심을 가지며 노동의 즐거움도 누리며 더 
나은 대안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마을일이라면 적극적으로 참여하
고 협조하는 것이 지름길이라 본다. 

농어촌의 현실은 암담하고 
시골교회 또한 같은 처지이지만 그래도 교회가 그
들과 함께 있어준다면 그들에게 위안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개척을 한 지가 
십년이 되었지만 교회는 여전히 도시교회와 성도들의 도움을 받아 건축도 하
고 운영도 하고 있다. 자립하기 위해서 자비량선교의 다양한 방법도 생각을 
하고 있다. 모든 여건이 열악하지만 그래도 위기 속에 기회가 있고 나름대로
의 즐거움과 보람이 있다. 주는 자의 복을 누리며 자연에서 오는 많은 은혜
도 누리며 소신껏 사역할 수 있다는 점이다. 

뿌리를 내리기가 시간이 걸리고 힘이 들지만 일단 뿌리만 바로 내리면 시골이
야말로 정말 멋진 목회를 할 만한 곳이라고 확신한다. 지금의 나의 모습이 잘
한다고 자부하지 못하지만 이대로 살아왔었고 또 계속 가야 한다는 것은 사실
이다. 

이제 기초를 닦았다. 앞으로 또 십 년이 되면 얼마나 달라질까 하는 설렘과 
기대 속에 내년을 맞이하련다. 동네의 오십여 가구 중에 현재 십여 집이 교회
에 나온다. 물이 바다에 넘치듯이 복음의 물결이 이 지역에 넘치길 소망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