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 사막에서 <박종찬 청년 _ 역곡동교회>
사막의 허파 위를 걸었지
뒤돌아보니 지나온 길
자취 묻혀 보이지 않음이
앞으로 걸어갈 길 같았지
한복판에 찍힌 언제나 현재의 점
칠천 만 년 전 새끼를 지키려던
외뿔공룡의 뿔에 잘린
두 가닥 바람이 내 귀에 가르릉거렸지
어미도 새끼도
새끼를 물려던 이빨공룡도 모두
건조된 뼈로만 남아
네 발 아래 있다고
그러니 남지 않을 걸음 그치고
사구(砂丘)로 너의 봉분(封墳) 삼으라고
내 옷자락의 노래로
사구가 춤출 때 너의 백골
무도회의 목걸이 삼겠다고
이것이 나만 안을 수 있는
너의 하나뿐인 흔적
미약한 입술이
위장에서 차오르는 언어로 조곤거렸지
눈앞에 아른대는 신기루가
손짓하다 갈라지고
뼈가 될 사갈(蛇蝎)이
앞니와 꼬리를 살랑대도
영원한 포도 알갱이를 움키기까지
복수도 욕망도 부스러져 쌓인
사구와 사곡의 가루 늪을
지르밟아 건너보겠다고